15개월, 잠 이야기
"잘 자. 나의 예쁜 똥강아지"라고 말하지만, '오예, 잠들었다'라고 허공에 발길질을 한다.
한 시간 정도 토끼 조명과 함께 내 손 안의 스마트폰.
방귀를 두어 번 부륵 끼고, 옆으로 혹은 대자로 드러누우면 난 2초면 될 동작을 느릿느릿 그리고 최소한의 소리를 내도록 오도방정 그 방을 기어 나온다.
안심할 수 없지만 이때부터 30분 에서 2시간. 운이 좋다면 다음날 아침에 나는 다시 그 방에 들어간다.
이제 갓 100일을 넘긴 아는 언니는 아기가 자는 틈에 대청소를 한다고 한다.
사이판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4시간 연착이 된 기내에서 친구의 딸은 잠만 잤다고 한다.
스르르 놀다가 잠을 잔다는 아기, '잘 자' 하면 애착 인형을 만지다 잔다는 아기, 공갈을 물리면 자는 줄 안다는 아기.
왜 너는 잠들지 못하니.
왜 너는 늘 이렇게 힘들게 자야만 하니.
왜 너는 늘 세상 모든 수면을 이기려고 눈이 벌게지도록 꿋꿋하니.
왜 너는 예민하니.
H는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 특이한 능력 ( 내 기준에서는 정말 완벽하게 그리고 멋진)을 가졌다.
비행기, 기차, 버스, 그리고 본인이 운전하는 차에서까지 (뒤통수 후려 맞기를 당하는 이유) 머리를 대면 잠이 온다고 한다.
반면 그 옆에서 '어지러움'을 고스란히 정통으로 받아내고 있는 나는 잠이 별로 없다.
임신 초기 잠이 너무 쏟아져 쉴 새 없이 잠을 잔다는데, 사무실에서 10분 정도 헤롱 대고는 곧바로 업무 시작...?
세상 다시없을 출산휴가 후 그 짧은 시간에도 소파와는 만나지도 않고, 그 배를 이끌고 돌아다녔다.
뱃속에서 나와 울음으로 존재를 알리는 100일 전후, 보통의 엄마들은 잠을 못 자 미치겠다며 한계를 말하던데 난 그런 아기를 돌보면서도 잠이 들면 책을 보거나 딴짓거리를 했다. (조리원에서도 이랬으니 뭐...)
천성이 잠이 없는 Xx 염색체를 닮았으면 이해가 어느 정도 되겠다마는, 나의 15개월 너는 왜 잠이 많은 Xy의 성향이 묻어있는 건지 졸린데 안 자겠단다.
잠이 올 때쯤 조금만 내가 움직이면 벌떡 일어나 나가자 한다.
할머니의 어부바 스킬에 코 박고 드릉드릉 쌕쌕거리다가도 작은 바스락 거림에 토끼눈이 되어 일어난다.
외출이라도 하면 잠자리가 바뀌어 기본 2시간 침대에서 난리가 난다.
오냐오냐 내 새끼 할머니도 잠에 관해서라면 손사래를 친다.
누군가가 너무 예민하게 조용하게 키우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그런 거 같다길래 소싯적 멋모르고 샀던 'PONY PONY RUN RUN' 방방 노래를 틀어놓기도 했고, 최신 트렌드 백색소음을 틀어놔도 똑같다.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이고, 나는 그런 너를 존중하고 충분히 이해한다.
하루 종일 문화센터, 산책, 그리고 키즈카페, 따뜻한 목욕과 충분한 식사 후에도 '안 잔다'
내가 아기를 키우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1) 안 자면 안 재우면 되지.
- 응. 그래 안 재우면 되지. 나도 굳이 인간의 생리작용을 본인의 의지로 이겨내는 이 작은 생명체의 진귀한 능력에 그러려니 내버려뒀다.
너무 졸려 밥 먹다 조는 귀여운 요 녀석을 볼 수 있겠다 했는데, 나의 오산이었다.
조그만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눈을 비벼 상처를 내고, 머리를 벽에 박는다.
오만 짜증도 함께 온몸으로 잠의 괴로움을 표현한다. '나 좀 재워줘'
2) 옆에서 같이 자.
- 맞아. 내가 잠이 없어서 그런 건가? 얘를 재우고 내 할 일을 할 생각에 조급했었나 생각했다.
어쩌면 엄마 일하지 말고, 옆에서 같이 쉬라고 하는 천성 효자인가 했다.
그래서 옆에서 같이 자는 척을 했는데, 자는 척하는 그때만 통했다. 내가 깨면 그래서 본인 옆을 벗어나면 '엄마 어디가' 벌떡.
오늘은 좀 자주나 했는데, 또 엄마를 찾는다.
타자 소리가 들린 건가, 이 글은 여기까지 -
15개월. 예민한 잠에 관한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