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 인생에 유방암이 들어왔다 1
내 지난 브런치 글에 얼마나 어렵게 아이를 만났는지가 적혀있다. 아이를 굳이 원하지는 않았던 나는 아이를 너무나도 만나고 싶은 기혼 여성이 되어 있었고, 2년의 난임병원 생활 끝에 소중한 딸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출산한지 107일째
매번 정기검진을 가던 유방외과에서 청천병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난임병원을 다니는동안 엑스레이를 찍지 못(안)했는데 그 탓이었을까? 아니, 그 전에도 나에게 유방 엑스레이를 찍자고 말했던 의사는 한 명도 없었고 초음파 상으로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만 했었는데...아니면 회사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나? 하긴 내가 작은 외부 자극에도 좀 예민하긴 하지..
이번 정기검진때 엑스레이는 아프니 찍고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나에게 의사선생님의 엑스레이를 찍으라는 권고로 이제야 시작된 나의 암투병 여정
엑스레이를 찍고 조직검사를 하고 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기까지는 보름이 걸렸고,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은지는 나흘이 되었다. 다행이도 조직검사 결과 0기라고 한다. 0기. 남편이 유튜브를 찾아보니 진짜 암은 아닌 것이라고 한다. 그래 맞아. 그런데 왜 암이라고 하는걸까?
병원에서 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오는 10분동안 멍해서 현실감각이 없었다. 그리고 과일과게에 들러 남편이 좋아하는 딸기와 내가 먹을 토마토를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암이래"
남편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응 그렇구나."
"그 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다는데? 수술만 하면 된대. 항암치료도 필요 없대 근데 큰 병원 가는게 낫겠지?"
"그럼 큰 병원 가야지"
하고 서둘러 예약을 마쳤다.
가장 빠른 예약이 3주 후...
지금 나는 그 시간을 잘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려 하고, 운동도 잊지 않고 하고, 밥도 잘 챙겨 먹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문득문득 무서운 감정이 올라온다.
특히나 어린 아이 앞에서 절대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부던히 노력하는데 아이가 엄마의 불안함을 느끼게 될까봐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를 못하겠다.
졸지에 어린 아이 육아와 아픈 와이프까지 케어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남편에게도 미안하다.
연애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내 옆에서 단단하게 서있기만 하는 남편, 그는 그의 속마음을 한번도 표현하지 않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물었다. 힘들지 않냐고, 그는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 지금 네가 힘들어하고 속상한 감정에 빠져있으면 너를 계속 힘들게할 뿐이라고, 힘든 감정과 이성적인 생각을 분리해보라고, 0기라고 하는데 왜 이미 죽은 사람처럼 생각하냐고 -
남편 말이 다 맞다. 그리고 부던히도 노력중이다. 남편은 이걸 노력해야 한다는걸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상황이 아주 좋다.
초기에 발견되었고,
병원 예약도 생각보다 빨리 되었고,
시간 여유가 있는 남편이 아이를 잘 케어해줄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와주실 친정 부모님도 계시다. 마치 애순과 관식처럼.
그럼에도
암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시작된 통증은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하면 더 무서운 이야기를 들을 것만 같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불면의 밤이 시작되었다.
넷플릭스 폭삭 속았수다에 아이유가 이런 내래이션을 했다.
-한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문이 소리를 낸다-
나의 다른 문이 내는 소리를 잘 듣고 따라가야지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