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 인생에 유방암이 들어왔다 7
불면의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엄마의 사육이 시작되었다. 아침, 오전간식, 점심, 점심간식, 저녁, 저녁간식이 풀코스로 제공되었다. 조리원보다 더 푸짐한 친정요양병원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수술 결과를 듣는 외래날이 되었다. 사실 조직검사 결과는 외래 전에 나오고, 조직검사 결과지를 해석해 주는 어플리케이션도 나와있어서 알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더 빨리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으로 겁이 났다.
좋은 결과라면 불면의 밤을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좋을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금 내가 관통하는 불면의 밤보다 더 힘든 날들이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있는 순간까지는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냥 담당 교수님의 말만 듣기로,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되니까 그게 무엇이든지, 그렇게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외래날 아침 엄마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는 울보인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슨 얘기를 들어도 울지 말자.
응 엄마 나 이제 안 울어.
엄마와 병원으로 가는 택시는 침묵으로 가득했다. 외래 접수를 하고 삼십여분을 기다렸을까. 내 차례가 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엄마 손을 잡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담당 교수님이 수술 부위를 보시고는 괜찮다고 하셨다. 수술 잘 됐다고,
그리고는 수술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전체 조직을 검사했는데 병변은 총 6센티입니다. 그중에 상피내암이 거의 다이고 1미리가 침윤암이 나왔어요. 그래서 최종 병기는 1기입니다. 0기에 가까운 1기라고 보시면 돼요. 추가적인 치료는 없고 6개월 간격으로 정기검진 오시면 됩니다.”
추가적인 치료가 없다니… 항암치료 잘 받아야지 굳게 마음먹고 갔는데 항암, 방사선 안 해도 된다니… 처음 조직검사상 0기였다가 1기가 되었는데도 슬프거나 속상하지 않았다.
무슨 얘기를 들어도 울지 말자고 나에게 이야기한 엄마는 진료실에서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을 참았던 것일까.
진료를 마치고 나와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무덤덤히 그럴 줄 알았다 했고, 함께 계시던 시어머니는 옆에서 박수를 치면서 만세를 부르셨다.
일을 마치고 병원 로비에서 기다리던 아빠를 만나 소식을 전했다. 아빠도 울었다. 내가 본 아빠의 두 번째 눈물이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본 아빠의 두 번의 눈물은 모두 나의 가슴 때문이었는데, 10년 전 수술을 받고 암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그리고 항암치료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