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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Oct 13. 2018

09 무의식이 당신을 조종한다. 첫 번째 이야기

왜 이렇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까?

친구 중에 거절을 못하는 친구가 있다.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노’를 외치지만, 비슷한 상황에 오면 매번 입에서는 ‘예스’가 나온다. 덕분에 곤란한 상황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누구나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치고 싶은 성격이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왜 이렇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까?


그것은 바로 의식적 자아와 ‘생각’이 다른 무언가가 저 뒤편에서 우리를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하루를 보내면서 중요하거나 하찮은 또는 그 중간쯤에 있는 무수히 많은 생각과 판단과 행동을 한다. 이 많은 생각이나 행동들이 내 의식적 요구에 따라 결정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의 많은 연구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은 스포츠, 근육, 활력과 같은 젊음과 관련된 단어를 이용해 짧은 글을 짓도록 했고, 다른 집단은 질환, 통증, 느림과 같은 늙음과 관련된 단어를 이용해 글을 짓도록 했다. 진짜 실험은 이제부터다. 작문을 마치고 건물을 나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이때 계단을 올라가는 속도를 측정했다. 놀랍게도 젊음과 관련된 단어를 이용해 작문한 집단은 계단을 빠르게 걸어 올라갔고, 늙음과 관련된 단어를 이용한 집단은 계단을 느릿하게 올라갔다.


이 연구 결과에 충격을 받아, 더 큰 실험이 행해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에 젊은이 사진의 광고판을 부착하고 여행객들의 보행 속도를 측정했고, 노인 사진의 광고판을 부착하고 보행 속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앞의 실험과 마찬가지였다. 젊은이의 사진이 있는 광고판을 부착했을 때 여행객들의 걸음걸이가 빨랐다. 그러나 여행객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의식과 자유 의지에 대한 선구적 연구자인 벤자민 리벳의 실험은 더 충격적이다. 그는 대상자들에게 원하는 아무 때나 버튼을 누르되, 정확히 언제 누르고 싶었는지를 보고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뇌영상기기로 촬영했다. 결과는 누르고 싶다는 의식적 생각이 있기 거의 1초 전부터 손가락 운동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반응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식적 결정에 앞서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그는 의식과 자유의지는 의식적 행동의 초기 과정에서 역할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존딜런 헤인스와 연구팀은 fMRI에 누운 대상자들에게 아무 손으로 버튼을 누르되, 오른손 혹은 왼손 중에서 어느 손으로 버튼을 누를지를 결정하라고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대상자들이 결정을 내리기 거의 10 초 전에 뇌가 먼저 반응했다. 신체 오른쪽의 움직임은 왼쪽 뇌에서 담당하고 신체 왼쪽의 움직임은 오른쪽 뇌에서 담당한다. 즉 좌뇌와 우뇌는 서로 신체의 반대 부위를 담당한다. 대상자가 왼손으로 누를 것을 결정했다면 이미 수 초 전에 오른쪽 뇌에서 손가락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생각한 이후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담당하는 뇌신경이 먼저 활성화되고 이후에 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껏 행동을 할 때 의식적 사고 과정이 선행하고, 이후에 거기에 맞춰 신체가 움직인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많은 실험과 연구들은 신체가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에 의식적 판단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카페에 갔다고 상상하자. 눈 앞에 오렌지 주스와 커피가 있다.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다가 커피를 주문했다. 당신은 순전히 '내 의지'에 의해 커피를 선택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뇌는 당신이 의식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이미 커피를 결정했고, 당신은 단지 뇌가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다. 


살아오면서 해왔던 많은 결정들이 사실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정해진 바를 실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놀랍다는 것을 넘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내가 의식적으로 결정하기도 전에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누가 이런 무례한 일을 벌이는가?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이것의 해답은 바로 무의식에 있다. 무의식이 저 뒤편에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게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무의식의 행위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면서 내 자유의지에 의해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것은 당연해 보이기에, 어느 누구도 저 뒤편에 숨은 막강한 무의식의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또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러면 왜 무의식이 내 의지를 조종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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