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수영을 시작하다
잠깐만요! 이거 환불도 가능하죠?
그날도 어김없이 일어나자마자 체지방 체중계 위로 올라갔다.
아뿔싸! 역시 어제 밤늦게 먹은 양꼬치와 칭다오, 꿔바로우의 즐거운 시간은 몸무게 1킬로그램과 체지방 2%를 주었다. 나름 몸무게 관리를 하겠다고 점심을 쫄쫄 굶으며 기다리던 양꼬치 시간이었는데,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불어난 숫자를 다시 돌려놔야 했다. 분노의 러닝머신을 하러 센터로 갔다.
다니던 센터 입구 로비. 카드와 키를 교환하는 곳의 위치에서는 언제나 실내 수영장을 볼 수 있다.
그날따라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사람을 한참을 쳐다봤다.
수영장을 지나 매일 내가 운동하는 피트니스센터 지하로 내려갔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걷기 시작했다.
‘이 먼지 나는 실내에서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하루하루 체중계 숫자에 스트레스받으며 숫자가 늘어난 만큼 러닝머신에서 반성하며 분노의 파워워킹을 하고 숫자를 되돌리는 반복이 지겨워졌다. 물론 고도비만의 시절에서 나를 구제해 준 이 러닝머신은 참으로 감사한 기구이다. (나는 88kg에서 44kg으로 다이어트를 성공했다.)
이제는 조금 ‘다른’ 운동을 ‘배워’ 보고 싶었다.
운동량과 속도를 얼마큼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몸무게 조절이 가능했는지를 알았던 걷기 운동을 안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아마도 당시에 나는 ‘걷기’라는 한 가지 운동에 지겨움을 느낀 것도 있었겠지만 반복되는 체중계 숫자 조절 서바이벌 게임에 맞춘 걷기 운동이 족쇄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러닝머신 운동을 마치고 위로 올라가 회원 상담실로 들어갔다.
“새벽 수영에 초급반도 있나요?”
친절한 매니저의 상담. 새벽반은 꾸준히 나오시는 분들만 나와 붐비지 않다, 강사님이 알아서 잘 가르쳐주실 거다, 주 4회 강습이고 나머지는 언제든 자유수영을 하면서 연습할 수 있다 등등 많은 정보들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나 수영 계속 잘할 수 있을까? 등록하고 나서 안 가면 어떡하지?’
‘수영 정말 잘 못하는데, 내가 제일 못하면 어떡하지?’ 온갖 물음표와 앞선 걱정뿐이었다.
자, 수영의 좋은 점을 찾아보자. 러닝머신보다 좋은 점을 생각해보자.
1. 살찌기를 두려워하니 운동량을 생각해보면 운동시간 대비 걷기보다는 칼로리 소모가 크다.
(물론 나중에 알았지만 걷기 60분의 칼로리 소비와 운동량을 수영으로 맞추려면 쉬지 않고 20-30분은
돌아야 맞는 계산법이다. 운동량 맞추기가 문제가 아니다. ‘쉬지 않고’ 수영을 20-30분 계속 돌 수
있을 만큼 내 체력과 실력이 그 위치에 가는 것이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2. 다리 알이 덜 배긴다. 여자들이 운동할 때 늘 묻는 말
"이거 하면 근육 생기나요? 다리 알 생기지 않나요?"
매일 러닝머신 후 스트레칭과 벨트 마사지를 하는 시간이 꽤 귀찮을 때가 많다.
수영은 종아리 근육을 심하게 쓸 일이 없으니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3.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당시 빠르게 걷기를 하면서 종종 무릎 관절이 아팠고 한때는 조금 심했어서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기도 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는데 너무 무리한 운동이나 등산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처방(?). 옆 트레이드밀에서 이야기 나누시는 할머니들의 대화
"30년 이상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요즘 연골이 나가서 걸을 때마다 아파. 그런데 그만둘 수가 없어”
선배님들의 말씀을 새겨듣자.
좋은 점이 이렇게 많다니. 아마 하다 보면 더 많을 거야.
한참을 고민하고 카드를 꺼낸다.
“새벽반 초급반으로 등록할게요. 그런데 제가 하다가 헬스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3개월만 헬스랑 같이 등록해도 되나요?”
우선은 러닝머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일단은 킵 해두고(?) 수영을 해보자.
카드가 긁히는 순간
“잠깐만요.. 이거 환불도 되나요?”
“네, 회원님. 2주 안에 오시면 사용하신 기간 차감되어 환불이 가능합니다. 단 전체 금액 환불은 어려우세요”
환불도 된다 하니 딱 2주만 해보자. 대신 러닝머신처럼 매일매일 수영장 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이제 새벽반을 등록했으니 새벽 운동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