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를 심어 놓은 단어: 풍선
생일이나 졸업 등 특별한 날이 되면 풍선을 선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헬륨가스가 꽉 차 있는 풍선은 팽팽합니다. 줄을 높으면 하늘 높이 날아갈 것입니다. 집에 그 풍선을 한참 두면 서서히 바람이 빠지며 쭈글쭈글해집니다. 그리곤 서서히 바닥에 내려앉습니다. 그렇듯 마음 안에도 풍선이 들어 있습니다. 회복하는 힘, 곧 회복 탄력성이라는 풍선입니다. 힘이 빠지면 스트레스들이 다 얹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마음의 풍선에 공기를 꽉 채우면 멋있고 자유롭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COVID-19의 영향
고난이 겹치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특별히 2020년은 COVID-19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고통에 고통을 얹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전염이 되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너무 컸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런 전염 질병이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CDC, 2020).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에 대한 극심한 걱정
재정적 상황과 직장에 대한 걱정
사회 복지 서비스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
잠자는 것과 먹는 것 등의 변화
만성 질환의 악화
정신 건강의 악화
술 담배 및 중독성 물질의 사용 증가
이런 것들 외에도 COVID-19으로 인한 어려움들은 많습니다. 가족들이 집 안에만 머무르다 보니 관계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가족끼리 말다툼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묵혀놓았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지냈던 것들이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가정 폭력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이런 영향들에 장기간 노출이 되면 견디기가 참 어럽습니다. 이겨내는 힘이 점점 빠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계속 당겨서 늘어나 버린 고무줄 같습니다. 계속된 긴장 속에 마음이 나 늘어진 듯 쳐집니다.
저는 왜 이 모든 스트레스를 다 담고 살까요?
회복 탄력성
이것과 관련된 용어가 있습니다. 회복 탄력성_resillience입니다. 회복 탄력성은 고통과 고난을 견디며, 다시 삶을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심리 정신적인 힘 또는 그 과정을 말합니다. 스프링이나 고무줄을 당겼다가 놓으면 원래 길이로 돌아오는 것. 바람이 가득 찬 공을 눌렀을 때 튕겨내는 힘. 오뚝이를 넘어 뜨리면 다시 올라서는 것. 배 아래에 평형수로 인해 다시 중심을 잡게 되는 것. 이런 것들이 회복 탄력성을 설명하기에 좋은 비유들입니다. 회복 탄력성이 약해진 사람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었을 때, 그 영향을 고스란히 가슴에 떠 안게 됩니다. 밀쳐낼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회복 탄력성이 강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크기 자체가 작은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견디는 힘을 사용해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다시 정상의 심리 상태로 회복합니다. 그리고 그 고난을 성장과 성숙의 기회로 삼습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
COVID-19과 회복 탄력성에 대한 논문들이 2020년 후반부터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어려움이 사람들의 이겨내는 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한 연구물들입니다. 그중에서 몇몇 흥미로운 논문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논문은 2020년 11월에 나온 Fuller와 Huseth-Zosel의 노인들의 COVID-19 대응에 대한 연구입니다. 연구자들은 70세-97세의 노인 76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시행하며 어떻게 매일 삶에서 이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노인들은 이런 어려움에 취약한 계층으로 알려져 있기에 부정적인 결과물들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87%의 노인들이 자신들이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대처 점수로 10점 만점에 7.9점을 주었습니다. 대처방법으로는 바쁘게 지내는 것, 사회적 지지를 찾는 것, 그리고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의외의 결과는 노인들이 삶 속에서 이미 겪었던 많은 문제들과 대응했던 경험들이 기반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연구에서 Minahan과 동료들(2020)은 아마도 노인들이 고난과 위기에 대한 '독특한 수용적 기제_unique adaptive mechanism'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이것을 경험을 통해 쌓인 지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것이 노년층이 갖는 회복 탄력성의 근원입니다.
또 다른 논문은 Scrivner와 동료들(2021)이 COVID-19의 회복 탄력성과 개인의 좋아하는 영화 장르의 관계를 연구한 것입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310명을 설문 조사하며 이들은 호러 영화광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COVID-19이 주는 어려움에 대항하는 회복 탄력성이 좋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외계인 침공, 지구 멸망,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회복 탄력성도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위기 대처에 더 잘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이런 공포나 위협들을 영화를 통해 미리 대처 방법을 간접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실제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준비한 것과 같은 효과를 주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요. 이것이 호러 영화광들이 의도하지 않게 갖게 된 회복 탄력성입니다.
내 안에 있는 의외의 힘
이 두 연구 논문을 통해 긴 시간의 고난 속에서 힘이 다 빠져버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위로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이미 의지가 약한 사람, 마음이 연약한 사람, 스트레스를 못 견디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가 자신을 그런 사람이라고 취급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께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한 해 한 해 살았지만, 그것이 쌓여 지혜가 되고, 그 지혜가 고난을 견디는 힘으로 쓰였던 노인들. 그냥 공포 영화, 재난 영화를 즐겨 보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의도치 않게 대응 훈련을 했던 호러 영화광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회복 탄력성. 이것을 생각하며 나를 넣어보는 것입니다. 한 번도 원한적 없었던 삶의 어려움을 직접 맨살로 겪으며 지금까지 버텨낸 나.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받은 마음 훈련. 그것을 통해 얻게 된 다가올 위기와 갈등을 견딜 힘. 즉 나에게도 회복 탄력성이 길러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경험한 저의 내담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어요. 그런데 내가 겪는 이 고난에도 의미가 있네요. 그게 참 위로가 돼요. 그냥 아프기만 한건 너무 억울하고 슬프잖아요."
나는 내 또래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힘든 일들을 경험했어. 그리고 나는 영화가 아닌 삶으로 직접 겪었어. 그 경험으로 알지 못했던 것을 배웠고, 내 마음의 근육은 더 단단해졌어. 나에겐 이겨낼 힘이 있어.
나의 힘들었던 시절은 나를 가르쳤고, 그것은 의미 있게 사용될 수 있다. 너무 단순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일이기도 하죠. 그러나 남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고난에도 다 뜻이 있어", "그 힘든 일이 지나가면 알게 될 거야", "그 속에서 좋은 의미를 찾아봐", "어두운 부분만 보지 말고 밝은 부분을 좀 보려고 애써봐." 오히려 화가 날 수도 있는 말들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들려주며 자신을 돌봐야 합니다. "나는 내 또래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힘든 일들을 경험했어. 그리고 나는 영화가 아닌 삶으로 직접 겪었어. 그 경험으로 알지 못했던 것을 배웠고, 내 마음의 근육은 더 단단해졌어. 나에겐 이겨낼 힘이 있어." 이렇게 들려주며 주저앉은 자신을 일으켜보길 바랍니다. 당신은 지금도 강해지는 중입니다.
회복 탄력성 훈련
회복 탄력성은 강했다가 약해지기도 하고 또 약했다가 강해지기도 합니다. 지금 그 힘이 많이 약해져 있다면, 마음의 공에 바람을 넣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에겐 경험을 통해 길러진 힘이 있다는 믿음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 삶의 역경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신세한탄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죠. 그걸 위해선 인정과 칭찬(그때 포기하지 않은 것은 내가 봐도 대견해)이나 성취(그래서 내가 공감을 잘하는 것 같아)등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하면 도움이 됩니다. 또 내 마음에 존재하는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을 자판기에 들어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어떤 버튼을 눌러야 따뜻함이 나오는지, 어떤 버튼을 눌러야 행복감이 나오는지, 어떤 버튼을 눌러야 안전감이 나오는지 먼저 연구를 좀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 자판기에서 긍정 감정들을 많이 뽑는 것이 필요합니다. 회복 탄력성은 또 관계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지지해 주는 내편 그리고 내가 도움을 주며 나를 고맙게 기억해 줄 사람. 이렇게 두 사람을 찾아보기로 합시다. 그리곤 당분간은 편한 사람만 가까이하기로 하고요. 그리곤, 생각에도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일 좋은 건 부정적인 생각으로 흐르는 생각의 구조를 바꾸는 훈련입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말 뒤에 '그런데'를 붙이고 긍정적인 말을 붙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나를 끄는 힘입니다. 저는 이것을 '의미'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람은 자존심을 먹고살고, 어떤 사람은 인정을 먹고 삽니다. 저는 의미를 먹고 산다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에 맞춰 살려고 애를 쓰는 것은 상황을 이기는 탄력성을 길러줍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더하여 실제로 맞서 싸울 문제 해결 능력들을 배워가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그럼 좀 더 안심도 되고, 자신감도 생길 테니까요. 물론, 이런 것들이 혼자 하기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 것도 필요합니다.
마음 풍선에 공기 넣기
지금까지 바람 빠진 풍선을 볼 때, 목이 늘어난 스웨터를 볼 때, 늘어진 면티나 무릎 나온 운동복을 볼 때 왠지 처량한 내 신세가 떠올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젠 내 삶의 경험이 나의 회복 탄력성을 길러준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그것이 갈등과 불안과 외로움과 우울의 경험이라고 할 지라도, 나를 준비시키고 회복시키는 힘을 준다는 사실. 이것이 오늘을 버티는 당신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니 인생에서는 버티는 것도 성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곤 한 가지를 더 기억해야 합니다. 언제라도 나는 마음 풍선에 공기를 넣어 탄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 COVID-19의 스트레스를 버티며, 창고에 있던 자전거를 꺼내 바람 빠진 타이어에 공기를 넣었습니다. 그리곤 아이와 공원을 돌고 또 돌았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창고에 갇혀있던 내 마음의 풍선에 공기를 채워 넣을 때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 상쾌한 곳으로 자유롭게 데려갈 수 있길 바랍니다.
[위에 나온 연구 논문을 자세히 알고 싶을 때]
Fuller, H. R., & Huseth-Zosel, A. (2020). Lessons in Resilience: Initial Coping among Older Adult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The Gerontologist, gnaa170. Advance online publication.
Minahan, J., Falzarano, F., Yazdani, N., & Siedlecki, K. L. (2020). The COVID-19 Pandemic and Psychosocial Outcomes across Age through the Stress and Coping Framework. The Gerontologist, gnaa205. Advance online publication.
Scrivner, C., Johnson, J. A., Kjeldgaard-Christiansen, J., & Clasen, M. (2021). Pandemic practice: Horror fans and morbidly curious individuals are more psychologically resilient during the COVID-19 pandemic.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168, 110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