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문갑을 닮은 서랍을 만들며
기술의 발전의 이득을 받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간결하게 만들어 낼 수 있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더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나는 가구를 "재해석"할 때 "재제작"에서 그치고 싶지는 않았다. 전통가구의 치수와 조형을 보고 비슷하게 만드는 것은 계승, 전수와 같은 활동이지 재해석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는. 그때의 제작자들의 의도가 가구에 담겼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거의 제작자들을 만날 수 없기에, 그들이 남긴 작업물인 가구에서 그들의 의도를 읽는다. 그들에게도 소위 말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었을 것이다. 그 클라이언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목적에서 이 가구를 원하고 사용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정말 운좋게도 나는 2024년 디지털 아카이브가 매우 매우 잘 된 세상에서 태어났다. 좋은 글, 좋은 이미지, 심지어 무료 유튜브 제작과정까지. 자료를 모으고 분석까지 다 된 자료들이 너무 많고, 나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하는 과정만 거쳤다.
가구를 사용하는 생활양식에 대해 이해하고 상상하며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의도로 제작했을지 톺아본다.
<그때의 생활양식과 사용방식>
과거의 생활양식 : 좌식 문화
과거의 문갑의 사용 방식: 사랑방, 안방에 위치하며 중요한 물품과 서류, 문방사우 등을 보관하는 수납가구.
<제작의도>
천장이 낮은 한옥에서 벽면에 시원한 여백을 주고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높이를 낮추고 폭을 좁게 만들었지요. 일반적으로 아랫목 옆 벽이나 뒷마당으로 난 문, 들창 아래에 두었습니다. 1)
중요품이 있기에 한 번에 열기 어려운 두껍닫이문이 특징이며, 경우에 따라 안쪽에는 자물쇠를 달기도 했다.
남성의 경우 간결하게, 여성의 경우 안쪽에 화려한 패턴이 담겨있다.
그들의 생활과 제작의도를 생각해 봤을 때, 그럼 2024년 가을의 대한민국에서 내가 사용할 문갑은 어떤 형태를 갖고 있어야 할까. 현재는 좌식보다 입식 문화가 많으니, 문갑의 다리를 길게 늘여야 할까?. 공교롭게도 세상은 발전했지만 집값, 인구 밀집, 아파트 등등의 이유로 우리가 살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좁아졌고, 그렇기 때문에 수납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서류와 문방사우를 보관하기 위해 책상 위에 모듈처럼 수납공간으로써 문갑을 위치해야 할까.
<현재 나의 생활양식과 사용방식>
다행히 나는 드물게 좌식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기숙사, 호텔 같이 침대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면 본가와 자취방 모두 바닥에 요를 깔고 자고, 상을 펴서 밥을 먹을 때도 많다. 평균 생활 높이(내가 생각한 말이다. 없음 말고)를 따져보면 동년배에 비하면 내가 낮은 편이 아닐까 싶다.
현재 내가 수납하고 싶은 물품:가벼운 반팔, 속옷, 양말과 같은 의류,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
가구를 배치하고 싶은 공간: 왕자 행거 1단 아래.
글 초반의 기사에서 문갑에 대해 말하길 "벽면에 시원한 여백을 주고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높이를 낮추고 폭을 좁게 만들었다"를 나는 좁은 공간을 개선하고, 가구가 위치한 배경과 어우러지는 역할을 갖는다고 해석하였다.
문갑의 역할을 4평 원룸에 적용했을 때, 좁은 공간 속에 위치하고. 배경과도 같은 행거에 걸린 옷들에 녹아들도록 만들고자 했다.
내가 가져가고 싶은 문갑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문이 3개지만 가장 오른쪽으로 빼야 열리는, 사선으로 넣는 두껍닫이문
- 바깥쪽과 안쪽의 다른 이미지 구성
- 행거와 어우러지도록 하기.
출처
1) 출처 우리문화신문 2122. 우리 옛집 안방에 단아한 모습으로 있던 문갑
https://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2994
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 신수 9468
3) https://radiokorea.com/bulletin/bbs/board.php?bo_table=c_job_talk&wr_id=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