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전통 가구에 대해서는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작방식에 있어서도 전통 가구들의 대부분이 짜임과 수작업의 비중이 높은데. 그 부분에 있어 나의 테크닉과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기술로 만들어낸 전통가 구의 경우 생산성이나 다양성 측면에서는 높지만. 결국 대량생산으로 갈수록 그 의미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전통 가구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때의 느낌을 계승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애매한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못해서 나 스스로는 제작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던 중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큐레이팅하고 판매하는 편집샵 사장님의 유튜브를 추천받았고, 문갑이라는 전통 가구를 알게 되었다. 전통 가구를 만들지 않는다고 관심을 소홀히 한 것에 매우 부끄러운 사실이다. 어디 지역, 어떤 시대에 제작된 지 딱! 보면 알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가구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 최소한의 전공자라면.
대전에서 편집샵 레반다빌라(levande.villa)를 운영 중이시며 채널 레디오 LEDEO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계시다.
좌식 생활을 하던 시대의 수납 서랍으로써. 바깥쪽의 문이 있고, 안쪽에 또 다른 서랍이 있다는 점이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 디자인 방식이었다. 특히나 숨겨진 구조로 문을 들어서 빼낼 수 있고, 안쪽 서랍의 경우 문갑마다 다르게 구성되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루 만에 인터넷에 있는 자료들을 다 찾아보고, 다음 날에 <한국전통목가구>라는 책을 주문해서 도면을 찾아봤다.
고가구의 이미지와 더불어 상세한 도면, 제작방식이 담겨 있다. 좋은 디자인 하드북이다.
역시 많은 부분이 짜맞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나는 고민했다. 이 기회에 짜맞춤을 연습할 것인가... 빠르게 제작하면서 다른 작업을 계획할 것인가. 역시 후자를 선택했다. 작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1개에 붙잡혀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마음이 떠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항상 이렇게 회피했던 기억이 있지만, 아쉽다. 언젠가는 끌을 다시 갈며 처음부터 갈고닦을 시간을 갖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