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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ㅡthanow Nov 10. 2024

서랍(上) 전통가구 고해성사

_문갑을 닮은 서랍을 만들며

 이건~슬픈~자.기.소.개.서~


 항상 전통 가구에 대해서는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작방식에 있어서도 전통 가구들의 대부분이 짜임과 수작업의 비중이 높은데. 그 부분에 있어 나의 테크닉과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기술로 만들어낸 전통가 구의 경우 생산성이나 다양성 측면에서는 높지만. 결국 대량생산으로 갈수록 그 의미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전통 가구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때의 느낌을 계승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애매한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못해서 나 스스로는 제작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던 중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큐레이팅하고 판매하는 편집샵 사장님의 유튜브를 추천받았고, 문갑이라는 전통 가구를 알게 되었다. 전통 가구를 만들지 않는다고 관심을 소홀히 한 것에 매우 부끄러운 사실이다. 어디 지역, 어떤 시대에 제작된 지 딱! 보면 알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가구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 최소한의 전공자라면.


대전에서 편집샵 레반다빌라(levande.villa)를 운영 중이시며 채널 레디오 LEDEO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계시다.


https://youtu.be/_bJl9avykTo?t=362&feature=shared

자신의 애용품을 설명하시는 영상. 애장품을 넘어 애용한다는 점이 존경스러운 부분.

 좌식 생활을 하던 시대의 수납 서랍으로써. 바깥쪽의 문이 있고, 안쪽에 또 다른 서랍이 있다는 점이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 디자인 방식이었다. 특히나 숨겨진 구조로 문을 들어서 빼낼 수 있고, 안쪽 서랍의 경우 문갑마다 다르게 구성되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루 만에 인터넷에 있는 자료들을 다 찾아보고, 다음 날에 <한국전통목가구>라는 책을 주문해서 도면을 찾아봤다.


고가구의 이미지와 더불어 상세한 도면, 제작방식이 담겨 있다. 좋은 디자인 하드북이다.

  역시 많은 부분이 짜맞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나는 고민했다. 이 기회에 짜맞춤을 연습할 것인가... 빠르게 제작하면서 다른 작업을 계획할 것인가. 역시 후자를 선택했다. 작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1개에 붙잡혀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마음이 떠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항상 이렇게 회피했던 기억이 있지만, 아쉽다. 젠가는 끌을 다시 갈며 처음부터 갈고닦을 시간을 갖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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