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지인을 통해 대학로 뮤지컬에 사용될 소품 제작 외주를 받았다.(지인이 안 해서 넘겨준 ㅎ)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고, 6월에는 여유로운 기간이었어한다고 했다.
제작해야 할 소품은 망치 2개와 목공 장난감 고무줄 총이었다.
망치 2종
-소분류 : 철거용 함마(hammer) 망치와 작은 망치.
디자인 포인트 : 직접적으로 충격을 주지 않지만 액션 중 배우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맞아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강도. 사용감이 느껴지는 마감.
변동 사항 1
망치의 경우 가벼운 구조목을 겹쳐 처음 토르 망치처럼 제작했는데 이래도 여전히 무겁긴 했다. 좋은 기회에 친구에게 3d프린터를 빌려 망치 헤드를 모두 출력했다. 추후에 조립할 부분까지 생각해서 뽑으니 너무 편했다. 흔쾌히 내어준 친구에게 감사를 전한다. (합장 이모지)
변동 사항 2
어떤 뮤지컬인지 좀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대형 뮤지컬이었다. 나는 당연히 대학동아리 느낌의 2~7회 차 연극일 줄 알았는데. 200석 극장에 20회 차 공연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겁을 먹었다.
'내가 만든 망치가 극 중에 뿅 하고 부서진다면?'
'근데 수리도 못하고 바로 다음 회차 공연을 진행한다면?'
라는 상상 걱정 프로세스를 진행한 뒤
맘 편히 몸 불편히 전략을 골랐다. 망치 1개당 2개씩 총 4개를 제작하기로 하였다. 예비 용이 있으면 좋고~ 안 쓰면 관객 포토존 느낌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 맘 편히 몸 불편히 전략에서 합리화까지 추가했다.)
3d 프린팅에 프라이머, 메탈 스프레이, 유성 락카로 마감했다. 3d프린팅의 출력과정에서 지지대 역할을 하는 서포터가 마치 돈가스 망치와도 비슷해서 뜯다가 남겨두었었다. 색을 입히니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이번 작업에서 가장 맘에 드는 포인트 같다 ㅎ.
이렇게 2종류, 손잡이 컬러와 무늬를 조금씩 차이를 주었다.
고무줄 총
-소분류 : 나무로 만든 장난감 총 목검 같은 느낌.
디자인 포인트 : 목공을 모르는 어린이가 엉성하게 만든 느낌. 실제 발사까지 하지 않음.
이때 "목공을 모르는"과 "엉성하게"라는 포인트가 굉장히 어려운 말이었다. 물론 나는 취미 목공 수준이지만 모르는 상태는 아니고, 첫 외주다 보니까 멋찌게 만들어서 다음을 기약하는 실력을 어필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잘 만들고 싶었고, 못 만들기는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1차 수정 때 까지의 작업, 합판에 따라 그리고, 여러개를 겹쳐 입체감을 준다.
<잘 못 만들기> 위해 잘 못한 점~
1. 실제 m16총의 도면을 캐드로 받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스케일에 맞춰 조정했다. 그리고 그대로 외곽선을 따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감이 지저분해도 형태가 반~듯.
2. 총의 앞쪽에 디테일을 조각해 넣었다.
3. 방아쇠 쪽과 개머리판 쪽이 멀끔하다.
2차 수정. 잉크를 번지고, 더럽힌다. 소심하지만 쾌감을 느낀다. 이래도 더 엉성하길 원하셔서 완전히 내려놓고 못생기는 법을 더 고민해서 최종제작을 한 뒤 가져다 드렸다. 가구와 작품을 만들 때 이렇게 만들면 못 앉는 의자, 흔들의자 아닌데 흔들의자같은 퀄리티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주제에 기대어 맘대로 더럽히니 즐거웠다. >_o
더 덧대는 느낌을 주기 위해 합판들의 색을 달리하여 붙였다. 이렇게 해서 최종본을 마무리 지었다. 더 덕지덕지 붙이는 걸 원하실까 해서 나무 조각 몇 개도 순간접착제와 사포와 함께 동봉했다. 마음에 들어해주셔서 좋았고, 나도 좋은 경험이었다.
뮤지컬 첫 회차까지 4일 정도 남았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으신걸 보니 연습 때 박살나지는 않으신 것 같다. 중 후반 쯤 한 번 놀러가서 보기로 했는데, 그 전까지도 무소식이 희소식이길 바란다. 내가 보는 회차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백스테이지로 출동해야하나? 0.1%의 경우의 수 지만 생각만해도 아찔한 기분이다.
사형수는 울었다 (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