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취미다.
내가 얻는 것 : 경험, 작업 동기, 수고비, 나중에 도와주기 쿠폰
내가 주는 것 : 마감에 맞춰 납품, 시키는 것 해주기
디자이너와 작가를 구분 짓는 여러 기준 중에 (사실 이걸 나누는 것도 요즘은 희미해진 기분이다. 예술과 디자인, 작품과 제품 등으로 치환해서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3가지 구도 중에 저게 제일 이해가 빠를 것 같아 이렇게 적었다.)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일이고,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법으로 뱉어낸다고 생각한다.
-(202407.07에 내가 떠올린 생각이다. 이런 주제들에 대한 생각은 매일, 매주, 매년 바뀐다. 친구들 만날 때 딱히 던질 주제가 없다면 한 번 던져보는 것 추천한다. 술자리라면 그 효과는 2배 예상한다.)
나는 사실 모든 작업을 상대방의 반응을 생각하고 기대하며 진행한다. 이렇게 만들고 보여주면 어떤 반응일까? 이렇게 만들고 가져다주면 어떻게 말을 할까? 등등. 나의 작업물을 보여줬을 때 놀라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최고 원동력인 것 같다. 나의 이야기를 하기 보다도 내가 던진 것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디자이너적 면모를 가져가고자 하는구나 싶다.
어쨌든 2024년 전반기에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2022년 학교 다닐 때 3학년 수업 전공 과제의 연장선이다. 붙이는 것이 아닌 두꺼운 목재에서 조각하듯이 덜어내며 목재의 옷을 입은 체인들을 만들고 있다. 2022년부터 각 잡고 시리즈 처럼 해보고 싶었고,
이 작업을 만들고 나서가 좀 힘들었다.
이게 이쁜가?
이렇게 만드는 게 최선인가?
내가 기계가 하는 것보다 나은 점이 있는가?
이 돈 주고 이걸 살건가?( 나 자신조차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놓고, 고작 만든 것이 이거?
이 작업을 위해 들어간 작업비, 공방비, 시간 등등.
비단 예술 작업뿐 아니라 자영업자 분들이나,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다 고민할 법한 문제들 같다.
내가 가장 길게 고민했던 점은
"내가 기계가 하는 것보다 나은 점이 있는가?"
마감도, 시간도, 기계가 나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나를 이해시키고 방법을 찾는 시간이 꽤 길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고민 중이지만, 두 달 전에 나는 모든 체인에 텍스쳐를 새겨 넣는 방식을 선택했다.(글을 표지처럼) 신박한 방법도, 새로운 방법도 아니지만, 질문을 생각하며 나무에 새겨 넣기는 좋았다. 디자인의 우수성을 생각하기보다 나를 위한 방법이었다. 작업을 멈출 수는 없고, 생각도 계속해야겠고, 그런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손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머리로는 생각하는 기간이었다.
이렇게 혼자서 신나서 만들어야지~하고 혼자서 힘들어하고, 고통받는 기이한(ㅎ) 현상이다. 그래도 이렇게 한 번 쭉 만들어 봤기에 나중에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상반기 작업을 마쳤다. 지금은 쉬면서 하반기에 뭘 만들지 다시 상상하고 있기에 몸은 편하다. 세상 모든 개인 작업, 1인 기업, 자영업자, 시험 준비생 분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