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 어떤 걸 해야할까

by 베러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 어떤 걸 해야 할까?


이번 주 퇴근길에 책을 읽다 이런 문장을 만났다. 이 질문을 보는 순간, 10여 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10여 년 전, 나는 상하이에 3년째 거주 중이었다. 대학원을 끝내고, 잠시 인턴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인턴으로 머물 수는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력서를 넣으려니, 정작 어떤 분야에 지원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중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공연기획 일을 했다. 그 일을 좋아했지만 오래 지속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공부를 조금 더 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여러 이유로 그만두기로 했고 중국에 와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오게 되었다. 대학원 생활 중 다양한 활동과 인턴을 경험하면서 '기획'일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경영/경제 계열을 전공한 나는 지원할 수 있는 직무는 많았다. 모든 회사에 '기획, 전략'팀은 필요하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다. 이것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저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같은 '기획'이라고 해도 회사마다 업계마다 특성이 다르다 보니 신중해야만 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고민되었던 건, 올라오는 채용공고들 속에는 공연기획을 할 때처럼 마음이 두근거리거나,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이 잘 안보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좋아하는 일이 뭔지, 잘하는 건 뭔지, 또 그걸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그때의 나는 정말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던 어느 날, 해외 유학생을 위해 한국인 CEO들을 추천해서 특강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했고, 3일간 진행되는 행사에 참석했다. 마지막 날 선택 강의가 있었고, 그곳에서 우연히 한 여성 CEO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 강의 말미, 참가자들이 각자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마음에 품고 있던 질문을 꺼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그분은 잠시 웃으며 이렇게 답해주셨다.


처음부터 좋아하고, 처음부터 잘하는 일은 드물어요. 일단 해보세요.
해봐야 나랑 맞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어요.
해보다 보면 잘하게 되는 것도 있고,
하다 보면 좋아지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그 말이 좋은 조언 정도로만 들렸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나의 커리어의 방향을 바꾸는 시작점이었다. '무엇을 할까'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든 시작해 보는 용기' 였던 거다. 그리고 그분의 말처럼 어느 순간 직장생활 안에는 내가 좋아하게 되고, 잘하게 된 일들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다.


물론 처음엔 확신이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꾸준히 해온 일들 안에 나의 방향이 숨어 있었고, 결국 그것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직장인이 된 지금, 나는 다시 고민한다. 언젠가 이 직장을 벗어나 '직업인'으로 살아야 할 날이 올 테니까. 조직의 이름 뒤에 숨지 않고, 스스로 좋아하게 된 일, 꾸준히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나를 기획하는 연습'을 한다. 아주 사소하더라도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써보는 시도들, 글을 쓰고, 생각을 적고, 나를 들여다보는 일들을.


언젠가 이 날을 추억으로 회상하며 '나는 나의 길을 잘 가고 있구나'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좋아하게 되었고, 잘하게 되었던 일의 시작이 어쩌면 오늘의 이 한 걸음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오늘 하루, 다시 한 걸음을 내딛어 본다.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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