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직장인들의 조찬모임

3040 직장인들의 이야기

by 베러윤


너네 회사는 지금 어때?


토요일 아침, 조용한 새벽 공기를 뚫고 직장인 5명이 만났다. 직장인이라 주말 새벽에 누군가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중 몇 명이 함께 토요일 아침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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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다른 회사, 다른 업무지만, 비슷한 나이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 직장 생활을 10년 넘게 해 온 사람들이다. 한창 커리어의 중간지점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만날 때마다 큰 화두는 바로 '미래'다.


내 친구네 이번에 희망퇴직 하던데

연금 준비 어떻게 하고 있어?

집은 매매해도 되는 걸까?

부모님 간병은 어떻게 하고 있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들이 이어졌다. 연금 이야기, 부모님 간병 이야기, 부동산 대출, 투자, 부업, 그리고 퇴사,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들. 웃으며 말해도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꽤 무거웠다.


한 친구는 퇴사 후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또 다른 친구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씩 실험 중이었다. 누구는 연금 구조를 연구하듯 파고들고 있었고, 또 누구는 몸이 안 좋다며 병원을 다니고 있었고, 회사가 너무 바빠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이라고 털어놓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는 같은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산업군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같은 불안의 터널들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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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화에서 우리 모두가 공감한 한 가지는 이제 회사 안에서의 생존 전략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을 열심히 안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은 회사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20대, 30대 초반까지는 직장을 그만두어도 '다른 데로 가면 되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덜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퇴사'라는 말속에 담긴 무게가 전혀 다르다.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구조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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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의 사례들을 함께 나눠보니 두 분류가 있었다.


한 분류는 이미 월급 외의 소득 수단을 조금씩 만들어가며 부업이든, 투자든, 자기만의 루트를 준비해 두는 분들. 이분들은 월급이 들어오면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기고 남은 자원을 미래를 위한 연습에 투자하고 있었다.

또 다른 부류는 아무런 준비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다, 갑작스러운 희망퇴직에 통보를 받고는 '혹시 괜찮은 자리 았냐'는 연락을 돌리며 일자리를 찾는 분들.


두 분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퇴사 후 '불안'이 아닌 '기회'를 말할 수 있는 사람과 퇴사 후 '막막함'만 남는 사람. 같은 회사를 다녔고, 비슷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 이후를 준비하는가의 차이는 정말 무섭도록 현실적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운전하며 돌아오는 길, 이런저런 생각들에 휩싸였다. 단순히 '언젠가는 준비해야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 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라는 걸 다시 느꼈다.


우리는 이제, 퇴사를 준비해야만 했다.

회사를 떠나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회사를 떠난 뒤의 삶을 설계하기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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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조용히 다이어리를 꺼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망설이지 말고, 작게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일들. 그걸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아침의 대화를 떠올리며 이제 막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 나만의 방향들, 생각보다 많았고, 생각보다 실현 가능한 것들이었다.


아마, 대화만 끝내고 왔으면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냥 '맞아, 나도 준비해야지'하고 또 하루를 흘려보냈겠지. 그런데 어제 아침의 대화는 이상하리만치 오래 남았다. 우리들의 말, 표정, 말끝의 무게 같은 것들이 자꾸 마음에 맴돌았다.


그 덕분에,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하루였다.


지금의 나는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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