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다섯 살 조카에게 배운 인생의 지혜

모두의 일부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by 베러윤

지난 주말, 한여름의 무더위를 무릅쓰고 가족과 함께 파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더운 계절에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에 아빠가 몸이 안 좋기도 했고, 결혼한 동생네 가족 하고도 본지 오래되어 함께 간다고 했다.

파주의 유명한 장어집에서 장어로 몸보신도 하고, 문지리라는 카페에 들러서 커피와 빵을 먹으면서 시간을 즐겼다. 잠시의 휴식과 작은 웃음들 그걸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중간에 조카가 내 차를 타고 싶다고 해서, 함께 잠깐 이동을 했다. 운전을 하던 중, 엄마와 조카가 나눈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엄마 : 00 이는 누구 닮아서 그렇게 멋있어? 엄마, 아빠 닮아서 그런가
조카 : 아니에요! 저는 가족 모두의 유전자를 받아서 그래요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보통은 ‘엄마요’ 혹은 ‘아빠요’ 이렇게 대답을 예상하는데, ‘가족 모두’라니. 5살 아이의 대답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순간 ‘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뒤에 남은 건 따뜻한 여운이었다. 조카의 말속에는 우리가 자주 놓치고 있는 진실이 숨어 있었다. 나 또한 부모님의 자식이지만, 동시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손주이고, 삼촌과 이모의 조카이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의 후손이다. 나도, 그들의 삶이 겹겹이 이어져 지금의 내가 있었으리라.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작은 습관들, 힘들 때마다 찾게 되는 것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나의 표정과 말투까지 다, 그분들로부터 왔다. 나는 혼자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었다.


지난주 친한 동생들을 몇 년 만에 만났다. 그중 한 동생이 ‘누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요. 뭐 때문에?’라고 물었다. 아마도 내가 매일 무언가를 배우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모습들을 간간히 인스타로 올려서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명확한 이유는 없다. 그냥 내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왔던 것 때문이다.


외할아버지 집에 가면 외할아버지는 항상 공부를 하고 계셨다. 하다못해 신문 스크랩을 하면서 글을 쓰셨다. 우리 엄마는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자마자 기도를 한다. 그리고 6개월 만에 공인중개사를 땄고, 사업을 했고, 60에 대학원도 가고, 항상 책을 읽고 있다. 그런 모습들 하나하나가 나 내 삶에 조용히 쌓여,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하나의 출처, 한 사람의 영향, 한 가지 방법에 집중하려고 한다. 하지만 조카의 말처럼 ‘모두의 일부’가 모여 지금의 결과가 되는 법이다. 조카의 대답을 들으면서 가끔은 이렇게 어린아이의 한마디에서 어른들이 놓치고 사는 지혜를 배운다. ‘모두의 일부’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말 한마디가 기분 좋게, 또 따뜻하게 해 준 여행이었다.


조카야, 너 누구에게 레슨 받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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