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립도서관 방문 후기
나는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나는 그 나라의 도서관을 꼭 가보는 편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둘째, 잠시나마 현지인에 머물 수 있다.
내 대학원 때 논문 주제는 '지역별 문화발전에 따른 지역 경제의 차이'였다. 내가 중국에서 대학원을 나왔기 때문에 중국지역이라는 한정이 있긴 했지만, 문화 발전 범주에는 지역별 도서관도 대상이었다. 논문을 작성하며 지역별 도서관을 살펴보면서 집중했던 건, 단순히 책의 양이나 시설 주준을 넘어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태도와 분위기였다.
어떤 지역은 도서관이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머무는 열린 공간이었고, 어떤 곳은 시험공부를 매진하는 학생들 위주였으며, 어떤 곳은 문화행사와 강연이 활발하게 열리는 마을의 작은 '지식광장'같은 역할을 했다. 물론, 중국에는 도서관조차 없는 곳이 많긴 해서 평가 자체가 어려운 지역이 많았다. 수많은 지역의 도서관을 살펴보며 지역의 도서관은 분명 그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비추는 거울이자, 경제발전과의 상관관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런가, 해외여행지에서의 도서관은 좀 남다르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갈 때면 꼭 공공 도서관에 들르는 게 내게는 일종의 '현지 문화 읽기'의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싱가포르 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침 숙소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서, 체크 아웃 후 시간이 남아서 노트북을 들고 방문했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은 내가 가본 곳 중에 큰 편에 속했다. 그중 지하 1층은 책을 자유롭게 열람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고 3층에는 카페, 그리고 각 층별로 책을 보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다.
나도 노트북을 들고 와 한켠에 자리를 잡고 출장 사진도 정리하고,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쓰면 3시간을 보냈다. 잠깐이지만 이 공간에 앉아있으니 이곳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해외외노자 생활을 해보고 싶을 만큼.
어쩌면 내가 여행할 때마다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그 도시를 바라보는 눈을 빌리는 동시에, 나를 잠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게 해주는 작은 체험일지도.
이렇게 싱가포르에 대한 기억이 훨씬 깊어지는 순간을 만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