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내 동생
# 원래 나는 사람 빼고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겁이 많았다. 특히 조류와 강아지. 길에 지나가다가 2개의 종류가 보이면 난 길을 멈춰 섰다. 꼭 가야 하는 길이라고 해도 삥 돌아가거나, 남들 옆에 붙어서 지나갔다.
# 16년 전, 여름, 나는 캐나다에 있었다. 4달 정도 일이 좀 있어서 머물고 있는데 집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집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어.' 나는 절대 안 된다고. 집에 난 들어갈 수가 없다면 난리난리를 쳤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집에 처음 들어가 마주한 강아지를 보고 옆에 가지도 못했다. 나 때문에 울타리 안에 갇혀있던 강아지는 날 보며 으르렁 거렸다. 아마 녀석도 자기를 싫어하는 걸 안 모양이다.
# 식구들이 다 잠든 새벽, 시차 때문에 깨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강아지 옆으로 가 쓰다듬었다. 물컹물컹한 그 느낌이 얼마나 싫던지. 으~~ 너무 싫어.라고 내뱉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배를 뒤집는 거 아닌가? 조심스레 나는 그 아이를 안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우린 그렇게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 내가 강아지 사진을 SNS에 올리니 지인들이 말도 안 된다며 어찌나 웃던지. 하지만 조류는 여전히 무섭다.
# 우리 집 강아지는 자라오면서 건강했다. 그래서 병원 갈 일은 예방접종을 맞는 거 이외에는 딱히 약을 먹은 적도, 수술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러던 와중 4년 전, 그러니까 13살을 향해 가던 추운 겨울, 갑자기 기침을 시작하며 흰 거품을 토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더니 밤새 기침을 해댔다. 그냥 한두 번 하고 잠들고 수준이 아니라, 5분에 한 번씩 거위소리기침을 해대는 탓에 아무도 잠을 잘 수 없었다.
# 나는 내 강아지가 죽는 줄 알았다. 집 앞 병원을 갔는데 의사 왈 '심장약을 먹지 않으면 6개월 내에 죽습니다.'라고 했다. 그 말에 정신이 돌아, 차트를 들고 이곳저곳 병원을 다녔다. 대학병원도 갔다. 결론적으로 10군데가 넘게 돌아다니고 나서야 한 동물병원에 정착했다. 첫 병원에서 준 약을 다 먹었다면 아마 우리 집 강아지는 지금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다. (동물병원 이야기는 진짜 할 말이 너무 많다. 이 이야기도 나중에 써봐야겠다)
# 암튼 그때는 1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틈만 나면 울었다. 내 삶에서 나의 사랑하는 동생 강아지가 없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얼마나 이 아이에게 위로받고 있었고, 사랑받고 있었는지. 내가 반려견 주인으로서 많은 걸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난 많은 걸 받고 있었다. 이 감정은 아마 반려견을 키워보신 분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 그리고 그로부터 3년이 조금 지났다. 이제 16살이다. 눈은 잘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으며, 심장병은 조금 더 커졌고, (그러나 아직 폐수종이 온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기관지염으로 기침이 심해졌다. 그동안 심장약은 먹지 않고, 기관지염으로 스테로이드만 3년 복용했는데 심장약을 먹으며 관리를 해줘야 할 때가 왔다. 하지만 이제 약을 쓴다고 낫지는 않는다. 조금 늦춰만 줄 뿐.
# 세월이 야속하다. 왜 반려동물의 인생은 짧은 걸까? 지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음의 정리를 참 많이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또 아프기 시작하니 겁이 나고, 마음이 아프다. 남은 시간 잘해줘야지. 나의 20대, 30대, 40대를 함께 보내준 내 사랑하는 동생. 앞으로 잘 케어해 줄게.
# 나에겐 이 아이가 내 인생 마지막 반려견이다. 이별의 준비가 너무 힘들다. 내 인생에 이제 또 다른 반려견은 없다. 누군가 나한테 강아지 키울까?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 절대 키우지 마. 헤어질 때 너무 힘들어.'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다가 다들 다시 키우더라고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정을 주는 것도 무섭다. 흐잉.. 오래오래 살면 안 되는 것일까?
# 노견과 함께 한 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헌신이 필요하다. 잠을 쪼개고, 일정을 조정하고,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여기에 다 적을 순 없겠지만. 인간도 마찬가지겠지? 중요한 건,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해도 후회는 되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 옆에서 잘 숨 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