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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부티 May 27. 2024

두 번째 마음의 조각

풍요와 기쁨


# 그와 나 사이의 무엇

 

 그와 나 사이에는 하나의 징검다리가 있다. 그와 나 사이에는 공유하는 것이 하나 있다. 존재함과 동시에 명명되는 그 수많은 것들 중 한 글자가 같다는 것이 이렇게나 우연이고 필연이 되며 설레는 일이었던가. 아주 오랫동안 투박하여 미워했던 내 이름을 그 석 자 중 하나가 그와 같다는 이유로 단숨에 어여삐 바라보게 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인가. 내 이름 세 글자 중 마지막 글자로 시작하는 그의 이름을 자꾸만 곱씹는다. 나와 그의 연결성을 자꾸만 찾는다. 그가 내 이름을 부를 때 자꾸만 마음이 울리는 건 내 이름 뒤에 따라올 그의 이름이 생각나서일 테고 그와 나의 접점이 계속 상기되어서, 그래서 무지막지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와락 안고 싶어서겠지. 그와 나 사이에는 이름이라는, 태어난 이후로 평생 불렸을 그 음과 형태와 소리들이 함유하는 생이 있다. 같은 글자로 불렸을 그와 나. 서로를 모른 채 오랜 시간 살아온 우리가 마주하는 행복. 동일성, 공통점, 공유하는 정서, 공유되는 경험,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될 아름다움. 나는 그게 어쩐지 아프고 어쩐지 슬프고 어쩐지 더없이 찬란하고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내 이름을 부르면 그 끝에 그가 서 있다. 내 이름을 부르면 그가 온다. 나는 이제 큰일 났다. 평생 내 이름을 쓰고 부르고 불리우고 기억할 때마다, 내가 내 존재를 인지할 때마다 나는 그가 동시에 떠오를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큰 문제이다. 그가 나를 계속 이렇게 따라다니면 난 정말이지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빠져들 테고 그의 세 글자에 휩쓸리게 되며 그의 세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걸 바라면서도 어쩐지 무섭고 불안하고 흔들린다. 내 마음이 더 커질까 봐 일까, 이런 내 마음이 영영 닿지 못할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용기 내어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응답받지 못할 수 있어서일까.     

 내 이름을 마음껏 부르고 싶다. 그의 이름을 바로 부르는 건 어쩐지 쑥스러우니까 내 이름을 계속 몇 번이고 불러 그 틈을 타 그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고 싶다. 마음으로는 수천 번도 더 불렀을 그의 이름을, 나와 공유하고 있는 그 한 글자를 내 목소리로 내어 부르고 싶다. 내가 여기 있으니 당신이 이리로 와서 나의 마지막을 함께 하자고, 그래서 같이 손잡고 다시 시작으로 가자고, 그렇게 그런 마음을 담아 그의 이름을 온전히 그리고 와락 불러보고 싶다. 이제 나의 마지막 자는 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자가 되었다. 이제 어쩜 좋을까 정말.     


+

사랑을 접어가고 있는 지금 여전히 그의 이름은 내게 멋지고 그와 내가 공유하고 있는 한 글자는 아름답다.

다만 이제는 그 글자가 동시에 내게 아픔이란 것이 달라진 점이겠지. 

내 이름 뒤에 자연히 따라오는 그가 있어 행복하고 설레었던 순간들을 지나 

이제는 그가 어쩔 수 없이 떠올라 계속 아프고 다치고 밀어내고 잊어도 다시금 생각날 수밖에 없는 사실이 힘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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