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부티 May 29. 2024

세 번째 마음의 조각

두려움과 지독함


# 사랑 한가운데에서 두려운 마음이 들다     

 

 나의 연애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형태의 사랑으로 빚어지고 어떤 모양의 사랑을 다시 빚어낼까. 사랑과 삶을 동시에 살아낼 수 있을까. 그러고 싶은데 내 안을 꽉 채운 사랑에 나 스스로 내 생에 가장 중요시했던 내 삶의 정체성, 내 심지를 뒤로 물러나게 할까 그게 가장 두렵다. 무엇보다 내가 중요하고 내가 일 순위인 연애를 해야 다치지 않고 존중받으며, 건강하게 사랑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내 마음의 따뜻함과 애정이 저지할 수 없을 만큼 흘러 내가 가장 중요시해 온 그 주체성과 실현의 가치를 저버릴까 두려운 밤이다. 시작도 전에 이러고 있는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웃기지만 나만 아는 나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들과 방향들이 무수한 밤 사이로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그 와중에 그의 시선에 담긴 내가 예뻐서, 그의 시선에 내가 담겼다는 사실이 기뻐서, 그가 나를 바라본 순간이 존재한다는 게 벅차고 설레서 온종일 

그 생각뿐인 나는 이제야 사랑이 전부인 젊음이 찾아오는 걸까.      


+

 꿈보다 사랑을 선택하는 사랑에 빠진 이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타국으로 떠나는 이의 선택을,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삶이 온전히 담겼을 오래도록 준비해온 무언가 앞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을 보며 언젠가 내가 그 선택들이 이해가 되더라도 그럼에도 나는 그 선택지 앞에서 사랑이 아닌 나를 선택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내가 허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 조건들이, 마지막 경계선이 그를 좋아하면서 다 무너졌다. 내 생각을 바꾸고 오랜 주관의 다른 갈래를 점쳐보고,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거라 생각하던 내가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그 또한 괜찮다고 나를 설득한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의 감정으로 미래의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을 해석하고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나는 사랑 앞에서 무력하고 용감해지는 사람이었다.          



#지독한 짝사랑의 물성을 실감 중     

 

 나는 그가 좋다. 진짜 좋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싶게 좋다. 왜 좋은지 생각해봤는데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진짜로 그를 좋아하고 있는 거다. 그에게 보낸 내 답장을 읽고 또 읽어본다. 머릿속으로 계속 곱씹는다. 이렇게 보내야 했을까 저렇게 보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 너무 내 마음이 드러난 것 같아 어떡해, 오만 생각을 하며 발을 동동거리고 엘레베이터에 타서는 벽에 머리를 박고, 집에 들어와서는 석쇠에서 지글거리는 오징어 마냥 온 몸을 비틀며 소리친다. 으악 어떡해!! 다 티 난 것 같아!! 너무 발랄했어!! 등등 내가 그에게 향하는 마음의 크기와 그를 생각하는 하루의 가짓수만큼이나 내 마음의 감정도 진폭이 크고 여기저기로, 시시때때로 튀어 나간다. 내 마음이 다 드러난 것 같아 어딘가로 숨고만 싶고 혼자 오두방정을 다 떨다 문득 이런 생각에 이른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마음과 시선이 모든 순간 온통 그에게로 향하는 건 너무 좋은 거잖아! 사람이 살면서 당연하게 느끼는 감정인데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거야! 누군가를 보고 마음이 간지럽고 두근대고 하루종일 그 생각만 나고 내 신경이 온통 그에게 가 있는 건 너무 당연한 경험이고 자연스럽고 솔직한, 아름다운 감정이잖아! 사랑 앞에 주저 말고 당당하자! 죽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데 용기를 못 내서 후회하고 미련 남는 것보다 조금 부끄럽고 용기 내는 삶을 살자! 이렇게 정신 승리를 하고 내 마음의 불에 달궈졌던 팔과 다리를 천천히 편다.

 나만 하고 있는 짝사랑이 나를 너무 충만하게 한다. 어쩌면 나 혼자에서 끝내지 않을 감정이라고 확신해서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나는 고백할거다. 어떻게 내 마음을 전할지 다 써놨다. 그에게 이 마음이 닿았으면 좋겠다. 고백하기 전에 나도 모르게 줄줄 새어가는 이 사랑들이 방울방울 흘러가 그 사람을 흔들어놨으면 좋겠다. 그가 나를 먼저 좋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확신의 날이 온다면 나는 아마 몇 날 며칠 잠은 다 잤을 테다!     


     


그를 향한 고백, 닿지 못한 목소리


「제가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과 눈을 마주칠 때면 기분이 좋아요.

당신이 제 이름을 부르면 마음이 일렁이다가 시간이 멈춘 것 같다가 

간지러워서 자꾸만 듣고 싶어요.

당신은 인기가 많고, 사람들이 당신을 다 멋있다고 하고

그래서 내 마음이 다른 사람처럼 가볍고 순간이라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나는 당신의 겉모습을 보고 좋아한 게 아니니까 

그래도 이런 나의 솔직한 마음을 고백할래요.     


제가 누군가를 보고 좋아하고 반하고 그 사람 생각하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게

이십대 접어들고 처음이에요.

그래서 저한테는 제 마음에 이런 감정이 느껴지고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감각 자체가 무지 소중하고 귀해서 

당신한테 뭘 어쩌자는 것보다 이런 내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건 제 안에 가장 깨끗하고 밝은 마음을 꺼내 보여주는 거에요.     

이 고백이 여기서 끝날지라도 

누군가 당신을 이만큼이나 좋아했다는 기억이 

당신의 삶에 남아 

언제고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전 02화 두 번째 마음의 조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