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갈아 넣지 않겠습니다.

아침의 절규

by 밤결


"저희 애 좀 살려주세요! 애들 죽으면 어떡해요!!!"

너무도 심각해 보이는 절규.

벌써 15분째 내 귀를 괴롭히고 있다.




08:40. 나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 출근한다.

근무 시작까지 남은 20분.


질 좋은 원두를 수동 그라인더에 넣고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갈아낸다.

가루가 된 커피가루를 여과지에 넣고,

끓기 직전의 뜨거운 물을 살짝씩 부어 내린다.


원두를 가는 손맛과 고소한 향,

커피를 내릴 때의 향긋하고 따뜻한 느낌.

바로 이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깨워야

내 하루는 시작된다.




오늘도 역시 정확한 시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끊어졌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탕비실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 순간

다시 한번 전화벨이 울렸다.

긴급한 사정이 있나 싶어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애 좀 살려주세요."

수화기 너머로 절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살려달라는 말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나 들리는 말인데,

사무실에서 듣게 되다니.


"저희 애가 힘이 없어 걷지를 못해요.

밥을 못 먹어서 그런가 봐요.

제 발소리만 들어도 산책 가자고 난리였는데,

꼬리 흔들 힘도 없나 봐요."

계속 듣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 그랬다. 우리 애는 강아지였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절규를 듣고 있다.


시계를 보니 08:57. 근무 시작까지 3분 남았다.

커피는 원두를 손으로 천천히 갈아야 제맛인데...

수화기 너머 절규가 아직도 급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근무시간 3분 전, 내 출근 루틴이 어긋나고 있었다.

이대로면 나는 내 아침을 열지 못한 채,

비몽사몽 하루를 보내게 된다.


겨우 3칸밖에 남지 않은 분침을,

초침이 열심히 밀어내고 있었다.

그사이 내 눈에

벌써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는 손님이 보였다.


....


그날 아침

나는 원두 대신

내 마음을 갈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