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여기까지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시간이 가면 내일이 올 것이고 온전한 새해 일상을 시작해야 한다.
잠을 자야 한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다.
자야 할 이유는 충분했고, 내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니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게 있었다.
시계 초침 소리였다.
평소에 들리지 않던 그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정확하게 들렸다.
한 칸, 두 칸, 멈추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저 정확한 간격으로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시간은 결코 다르게 흘러가지 않았다.
나의 지난날에도 시간은
정확한 간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던 날에도,
지루할 만큼 느리게 흘러가던 순간에도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가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다만 그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듣지 않았던 시간의 길이는 쌓이고 쌓여
오늘 어쩌다 마흔에 도착한 것이다.
시계 초침 소리는 왜 오늘에서야,
마흔에 도착한 지금에서야 이렇게 또렷이 들렸을까.
마치 시간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내가 여기 있었고, 너와 함께 했었다고.
너는 열심히 달려왔고, 내가 너와 함께였었다고.
그동안 나는 이 소리를 들을 틈이 없었다.
나의 삶에는 늘 날카로운 알람소리가 따라붙었다.
오늘의 일상을 살아내야 했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
움직여야 할 때,
회의에 참가해야 할 때.
시계 초침은 항상 나와 함께했지만,
나는 알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소한 일상에서 애써 눈을 돌렸고,
일상을 깨는 알람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잠에 들었어야 할 새벽의 깨어있음,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이 되어서야
나는 초침의 말에 응답할 수 있게 되었다.
알람 소리가 울리지 않는 밤에야
비로소 항상 함께해 주던 시계 초침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