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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verly Story Apr 15. 2024

원 밴더빌트 One Vanderbilt

 (뉴욕) 전망과 사람사람사람

전망과 사람들

Air에 꽉 찬 사람들만큼 맨해튼 땅덩어리 위에 빌딩도 빽빽이 모여있다.

빼곡한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진 도시


1. The view


JFK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내 콧등과 뺨을 탁 후려치는 차가운 공기와 바람.

그 기운을 받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서 뉴욕, 특히 쌀쌀한 날씨일 때 공항에 내리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마치 내가 한국의 높고 맑은 가을하늘을 볼 때, 혹은 봄날에 눈처럼 어여쁘게 날리는 벚꽃을 볼 때 행복한 거처럼 말이다.  


뉴욕은 20대를 보낸 곳이기에 내 인생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서 배우고, 겪고, 익히고, 깨달으며 아이에서 성인이 되어왔고 여전히 그곳을 좋아한다.  


맨해튼에 내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이 생겼다면 다음 방문 때 둘러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한국 고향집 근처에 핫한 맛집이 생겼다면 당연히 맛을 봐야 하듯이, 맨해튼에 새로 생긴 핫플을 건너뛴다면 무언가 서운하다.


코로나 전 마지막 뉴욕 방문 때는 베슬 Vessel을 보고 갔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베슬 실내투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자꾸 사람들이 뛰어내려 이제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 두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에는 6살 딸과 대칭구도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조형물 사이로 보이는 강가 풍경을 보며 꼭대기까지 올라갔었다. 사실 강바람이 무척 거세어서 계단가에 서있기 무섭긴 했다. 그래서 날아갈 듯한 작은 딸의 팔을 붙잡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자의였든 사고였든 자살로 인해 명소에 어두운 소문이 돌아 그 대칭구조의 멋진 조형물 실내투어를 못하게 되었음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어느 곳이든 가볼 수 있을 때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언제 어떤 일들이 생겨 폐쇄되거나 사라질지 모르니 말이다.


이번 뉴욕행 가족 여행에서도 새로 생긴 뉴욕의 랜드마크에 방문하였다.

맨해튼 도시가 사방으로 내려다 보이는 그곳.

이 높은 곳은 지금 맨해튼에서 네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2020년 뉴욕 마천루 사이에 93층 높이의 새 빌딩이 완공되었다. 뉴욕 미드타운, 42가와 밴더빌트 애비뉴에 위치한 이곳은 **원 밴더빌트 빌딩으로 그랜드 센트럴 역 옆에 있는 빌딩이다.


이곳은 인스타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 한동안 인기 있는 핫플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그래서인지 사진을 찍기 위해 화려한 화장과 복장으로 나타난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이곳은 사진촬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재미있는 곳이었으나 그렇지 않은 관광객이라면 그런 사람 구경, 장면구경만 해도 흥미로울 듯하다.  혹 사진, 사람을 다 싫어한다면 멀리 전망만 바라보아도 멋진 곳이다.


91-93층, 총 세 층이 사방 모두 통유리로 되어있어 어느 곳에서나 맨해튼 전망을 바라볼 수 있다.

하다못해 여자 화장실에서조차 크라이슬러 빌딩을 내려다보는 밀리언 달러짜리 전망을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맨해튼을 발아래 두고 있다.


Infinity와 Reflection

무한대, 반영, 반사..

이 단어들이 내가 그곳에서 받은 영감이다.

(나중에 보니 작가들의 의도였다)


한 층은 거울로 반사되어 무한대로 이어지는 작품 같은 공간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기에 인기가 많다.

***아티스트 겐조 디지털 kenzo digital이 뉴욕에서 받은 영감으로 제작한 이곳은 에어 Air라 불린다.

바닥 보호를 위해 검은색 신발 커버를 신고, 햇빛반사광에 눈보호를 위해 제공해 준 하얀 테두리에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첫번째 공간에 들어섰다.

미리 봤었던 사진만큼 멋진 곳이었지만, 생각보다 사람도 많았고 직사광선이 뿜어내는 더운 열기로 추운 바깥공기와 달라 후끈하였다. 낮에 가면 직사광선 거울방이라 일컬어도 될 만큼 환하고 더웠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벽자리가 비면 얼른 가서 맨해튼 전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혼자 시크하거나 앙증맞은 표정을 지어가며 셀카를 찍는 20대 젊은 여성의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본다. 위를 보면 그 천정 속 거울 속에 우리 모습이 비치어지고, 그 곁에 주욱 누워있는 이들도 함께 보이며 이 모든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된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그다음은 거울처럼 나를 반사시키는 실버풍선이 날아다니며 파티분위기를 연출하는 공간이 있다. 이 방도 인기가 많아 입장 전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히 바닥에 전시되어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아트작품을 보며 무료함을 달랠 수 있다. 그녀의 작품 또한 사물이 반사되는 오브제.

실버풍선으로 가득찬 방은 사진 속에서 보던 장면보다 더 붐볐다. 풍선과 사람으로 가득 차 틈이 없었다. 어느 정도 기다리다 보면 공간이 생기고 그리로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풍선을 가지고 놀았다. 풍선이 가득한 방에 오니 아이들은 기뻐하며 풍선을 가지고 놀았지만, 그녀들은 멋진 사진따윈 상관없이 진심으로 노는데 집중하였다.


유리박스는 한팀당 머무를 수 있는 주어진 시간이 있다. 그동안 400미터 높이에서 바닥이 훤히 보이는 유리판 위에 서 있는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처음 입장 시 후덜덜 거린다. 분명 안전한 줄 알면서도 다리에 힘이 빠져 유리판 위에 함부로 일어서질 못하고, 앉은 채로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그 외 미리 촬영했던 사진으로 큰 구름에 본인 얼굴을 떠오르게 하는 거대 영상도 제작하고,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상공으로 올라가는 상품도 있다.


황홀했던 또 다른 풍경은 선셋이었다.

리뷰를 보고 우리는 선셋을 보기 위한 시간대에 맞춰 입장하는 티켓을 구매했었다.   


앞선 곳들을 둘러보고 선셋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을 즈음 Apres 카페로 갔다.

북유럽 스타일 Nordic-style의 깔끔한 실내와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게 키 큰 통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로, 간단한 음식류와 음료수등을 판매하고 맥주와 와인, 칵테일과 같은 알콜 음료도 판매한다. 아이들을 위한 시원한 주스와 약간의 허기를 달랠 핫도그와 쿠키, 어른들은 칵테일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선셋을 볼 수 있다.


얼마뒤 갑자기 사람들이 한쪽으로 모여들었다.

이런.. 명당을 놓쳤다! 실내에서 우걱우걱 핫도그를 먹다가 야외 테라스 유리벽 앞자리를 놓쳤다!

결국 발꿈치 들고 서서 키 큰 외국인들 사이에 기웃기웃 내려가는 빨개진 해를 볼 수 있었다.

 

해가 지평선 뒤로 모습을 감출 즈음, 테라스로 나오면 아름다운 해질녁 노을을 볼 수 있다.

넘실대는 강렬한 붉은기를 내뿜으며 동그랗던 해가 조금씩 아래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달콤한 칵테일을 마시며 전망할 수 있다.

꺼져가는 햇살의 마지막 인사인 듯 지평선위를 오렌지빛으로 강하게 물들이다 조금씩 꺼져갔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허드슨강 풍경 Photo by Beverly story

10여 년을 맨해튼에서 살았고 뉴욕 근교를 돌아다녔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선셋 광경을 높은곳에서 본 적이 없었다.

어린 두 아이들도 아름다움을 아는 듯 줄곧 바라보고,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그 모습을 프로크리에잇으로 남겨 엽서처럼 제작하기도 하며, 아이들은 해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어둑해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지나면 새까만 어둠 속에 도시의 불빛이 마치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별처럼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저녁 예약시간이 다가와 짙어진 야경을 포기한 채 전망대를 떠나야만 했다.


대신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기념품을 품에 안고 나왔다. 오래도록 맨하탄 델리가게에서 뉴요커들에게 커피를 담아주던 종이컵. 그것의 컬러, 문양, 모양은 똑같지만 도자기로 제작되어진 컵을 발견하였다. 추억이 담긴 그 컵을 소중이 데리고 왔다.   




후끈한 전망대를 내려오니 겨울철 추운 바깥공기는 시원하게 느껴졌다.


원 밴더빌트의 모든 공간은 Reflection, 여러 상들이 거울에 비친 듯 투영되고 반사되었다. 그 모습 또한 투영반사되어 이 모든 현상이 무한대로 지속되던 공간이었다.


나를 비추고, 타인을 비추고.

유리거울로 만들어진 방에서, 혹은 알루미늄 호일같이 반짝이던 풍선에도 나와 타인의 모습이 반사되었다.

바닥에 깔려있는 쿠사마야요이 Yayoi Kusama의 작품 또한 들여다보는 인물이 투영된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간 이동을 하면서 나와 그들이 한 유리에 반사되어 함께 상이 맺히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새 그들은 내 사진 속에, 나는 그들 사진 속 어딘가에 투영되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과 같은 도시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가진 곳이다. 

도시 속 어느 것 하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자연물은 없다. 센트럴팍 바위하나 조차도 말이다. 그렇게 인간이 만든 도시에 빽빽이 사는 나와 그들은 서로의 모습을 반사시키고, 혹은 반영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외적인 모습이든 내적인 모습이든 인간은 인간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을 좋아하던 어린 나는 커피숍에 앉아 다양한 캐릭터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을 하루종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했다. 뉴욕은 다양한 인종과 음식, 직업, 패션 스타일,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에너지가 돌았다.

나와 함께 그 도시에 머물던 사람들이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했던 듯하다. 


뉴욕에서 자라 뉴욕을 표현한 아티스트가 만든 공간 air에서 바라보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작은 조각처럼 엉키고 연결되어 있다. 마치 만화경 속 같다. 거울로 이루어진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만화경의 작은 조각들이 위치를 달리하며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내듯, 에어Air 속 사람들도 같은 공간을 매일 혹은 매시간 새로운 느낌으로 바꾸어 준다.

즉, 작가가 공간을 관람객에게 제공했지만, 그 관람객들에 의해 그 공간 디자인은 매시간 바뀐다.  

내가 살던 때의 맨해튼과 지금의 맨해튼의 모습이 다르지만, 이 도시는 무한대로 발전해나가고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Air를 나온뒤 길거리를 걸어도 끝이 없는 작품 속을 걷는 느낌도 들었다.  



2. 사람사람사람


그런데 내 아이들은 힘들어했다.

이 또한 가족 여행의 묘미다. 내가 느끼고 사고를 할려는 찰나 낑낑대는 누군가가 내 손을 필요로 한다는 점.

꿈에서 깬 듯한 기분으로 아이들을 챙겼다.


만화경 같은 거울속 공간에서 실컷 놀고, 맨해튼의 멋진 전망과 황홀한 선셋 광경을 보고 나왔지만 아이들은 조금 지쳐 있었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부대꼈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핫플인 만큼 사람이 많았고, 반면 한적하고 널찍한 곳에 살던 캘리의 딸들은 치이는 사람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였다.


싫단다.

걷는 중에 쓰레기 냄새도 나고, 바퀴벌레도 지나가서 소스라치게 놀라고, 지나가는 다양한 민족 사람들 특유의 냄새를 바로 곁에서 맡으며 지나가는 그 자체도 적응을 빨리 하지 못했다.

그래서 뉴욕이 싫단다.

사실 첫째 아이는 뉴욕을 싫어하는 이유가 더 있다.

 

(2편에서 계속)


One Vanderbilt 쿠사마 야요이의 아트작품 / 실버풍선과 Air.Photo by Beverly Story
One banderbilt Photo by Beverly Story
One Vanderbilt Photo by Beverly Story
맨해튼 노을 풍경 record by Beverly Story

Copyright 2024. Beverly Story (Agnes) All rights reserved


*'이번 여행'의 시기: 2023년 1월


** 원 밴더빌트 빌딩 사이트: https://summitov.com/

*** Kenzo digital 사이트

https://kenzodigital.com/project/air/


- 원 밴더빌트 입장시간 팁

선셋시간 전. 예를 들면 겨울은 3-4시경에 입장 및 관광을 한다면 낮시간, 노을, 야경까지 볼 수 있다.

( 관광 예정인 날의 선셋시간을 미리 체크하여 티케팅을 하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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