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UK - 해리포터와 마법 빗자루 타기
* 연재글이 일반글로 되어 있었음을 이제 알았습니다. 제 아이패드가 이상하게 브런치에 가끔 오류가 생기는거 같아요. 발행글이 브런치북으로 옮기는게 안되어서 이전글을 삭제하고 새로 복사해 왔습니다.
이전글에 '좋아요' 꾸욱~ 눌러주신 작가/독자님들 무지무지 감사드립니다.
그 귀한 하트 여기로 가져오고 싶지만, 데려올 방법없네요. ^^;;
더불어 요즘 연재가 자꾸 늦어져 스스로 자책중입니다. 아이들이 방학이지만 와중에도 열심히 써야하거늘.
피곤하면 글이 안써지는데, 프로 작가님들 대단하신거 같아요. 작가가 되고싶은 마음을 앞세워, 훈련중이라 여기며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주도 행복하고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런던의 한 역에서 기차에 올랐다.
아이들은 어항 청소물고기처럼 기차 창문에 쫙 달라붙어 빠른 속도로 지나가버리는 런던근교 풍경을 쳐다보았다. 기차를 몇 번 타보지 않아 신기해하는 꼬맹이들이었기에 30여 분간 지루할 뻔했던 기차 여행은 금세 끝이 났다.
하지만 도착한 그곳에서 스튜디오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야 하기에 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그동안 해리포터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간단한 간식도 먹고, 가져간 카드게임을 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도착한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헐리웃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있는 해리포터 마을보다 몇배는 훨씬 컸다.
어려서부터 장편소설을 읽어왔지만, 섬세하게 참 잘 쓰였다고 여겼던 소설 중 하나가 해리포터 시리즈다.
작가 J.K. 롤링의 상상력에 혀를 두르고, 그 모든 것을 곁에서 지켜본 듯 또박또박 써 내려간 세밀하고 재미있는 문체,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크리처들, 그리고 장대하게 펼쳐지는 광경과 스케일은 나를 그 이야기 속으로 첨벙 빠져들게 하였다.
영화는 책만큼 세세한 내용까지 모두 담을 수 없었지만, 상상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줬던 스테이지, 의상과 문양, 소품 하나하나, 작가가 창조한 크리처까지 프로덕션 디자인팀의 결과물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책장 한 페이지와 볼펜 한 자루부터 그 어느 것 하나 대충 만든 것 없이 철저히 해리포터의 세상에 맞춤 제작된 그들 노고의 결과를 보면 '정말 이 일을 즐긴 분들이구나. 프로다.' 란 생각만 들뿐이다.
비록 해리포터나 헤르미온느가 입었던 호그와트 망토를 입고 마법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덕후는 아니지만, JK롤링의 이야기와 제작진의 노고에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해리포터 스튜디오 방문은 아이들을 위한 가족 여행이 아닌, 나와 남편에게 즐거운 시간을 안겨 준 여행이 되었다. (오히려 당시 어린아이들은 볼드모트가 무서워 영화 1편 조차 마치지 못했던지라 어쩌면 우리 부부가 스튜디오 방문을 더 즐겼는지 모르겠다. ^^;)
호그와트 대표 공간인 식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쪽에 전 세계 해리포터 영화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었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책과 영화가 출간 및 개봉하였고, 더불어 각 나라마다의 포스터는 그들 문화와 기호에 따라 살짝 달랐다. 물론 우리 한국을 찾아 사진 기록을 남기는 건 기본이다.
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부조 장식의 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교생이 반별로 모여 밥을 먹던 기다란 식탁이 눈에 들어오고 학생들의 교복과 저 앞에 덤블도어 교수님을 비롯 여러 교수들이 서 있다. 물론 마네킹이다.
그 넓직한 공간 속 식탁에는 각종 다양한 음식과 달콤한 과자 및 디저트들이 가득했고 아이들은 반별로 앉아 식사를 하였다. 가끔 유령들이 학생들 위로 지나다녔다. 또 신입 학생이 처음 호그와트에 입학하면 그 공간에 모여 각각 마법의 분류모자를 쓴 후 반지정을 받는다. 보바통, 덤스트랭과 호그와트, 세 마법학교의 트라이위저드 시합 때 학생들이 모여 파티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공간에 서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곳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은 해리포터 세상을 돌아다녔다. 덤블도어 교수실 앞에 피닉스 조각상 앞에서 날갯짓도 해보고, 론의 집에 들러 마법주문으로 스스로 뜨개질하는 옷가지를 구경했고, 헤르미온느가 트라이위저드 파티에서 입었던 핑크색 하늘하늘한 드레스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소품 하나하나가 대충 만들어 보이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어쩜 그리 섬세한지, 에칭 된 문양을 담은 물건이나 책들은 실제로 몇 백 년 전부터 마법의 세계에서 내려온 물건인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로 잘 제작된 소품들이었으니 실제 영화에서도 가치와 역사가 있어 보였고, 영화의 질을 올렸나 보다.
스튜디오 한 켠에서는 아이들이 호그와트 망토를 입고, 마법 빗자루에 올라 해리포터와 함께 도시와 강, 들판과 호수를 날아다니고 마지막에 호그와트 학교 주변을 날아다니는 경험도 할 수 있다. 호수 주변에 가까이 다가가 물에 손을 담그는 연기도 하며 아이들은 신나게 달렸다. 사실 뒷배경이 크로마키, 즉 그린스크린으로 아이들은 영화 속 배우가 되어 하늘을 나는 연기를 하고, 날아다니는 본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USB에 담아 올 수 있는 상품이었다.
(이 영상들은 본인들이 성장한 후에도 깔깔 낄낄 대며 즐겁게 시청한다. )
이번 여행에서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J.K. 롤링.
해리포터와 친구들을 만나러 간 듯 하지만, 사실 작가를 만나고 싶었다. 실제 만나기 어려운 인물이기에 그녀가 창조한 세계를 방문함이 곧 그녀의 작품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리포터는 1997년에서 2007년, 10년 동안 총 8편이 출간된 시리즈물이다.
책속의 해리포터는 갓난 아기로 등장해 볼드모트와 어둠에 대적하며 성장해 가는 캐릭터다. 더불어 영화 배우인 대니엘 레드클리프도 똘망하고 귀여운 초등학생의 모습부터 성인이 된 모습까지, 해리포터 캐릭터와 함께 성장해 나간 탓에, 배우들의 성장과정까지 관객으로서 지켜보았던거 같다.
인간에게 마법의 세계는 비밀스러운 세상이지만, 우리와 그다지 동떨어지지 않은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 전제하에 동화에 가까운 첫 번째 이야기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다.
이마에 상처가 난 아기를 헤그리드라는 거인이 한 머글(일반인)의 집 앞에 두고 간다. 왜? 무슨 일이지?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해리포터는 이모집 이층 계단 밑 작은 공간에 살며 가족들로부터 구박을 받지만, 커가면서 조금씩 마법의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문제 아닌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팔랑이며 스스로 날아오는 초대장이 집으로 오게 된다. 그 초대장은 호그와트 학교의 입학서로 해리포터의 보호자격인 이모는 그 편지를 무시하려 하지만 결국 그 초대장은 온방에 흐트러지며 방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녀는 허락한다. 1편의 전개 부분이다.
(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해리포터의 작은 다락방을 볼 수 있었고, 그 마법의 초대장이 흐트러져 온 방을 날아다니는 곳 앞에서 마치 영화 속 혹은 소설 속에 들어온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
이혼을 했던 JK 롤링은 싱글맘이 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아이가 학교를 간 사이에 한 카페에 앉아 생계를 위한 글을 썼다. 마법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이미 몇 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고, 그 이야기들을 적어 내려갔다.
완성된 작품을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12번 거절당했다. 결국 13번째 중소출판사에서 그녀의 원고를 출간하였다. 그녀는 이 작품이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겠지만, 출간만 된다면 잘 될 것 같다는 예감은 있었다고 한다. 그 중소출판사가 블룸즈버리 퍼블리싱이다. 5만 부만 팔아도 많이 팔린 거라 여겼던 책이 1억 부 넘는 판매량에 회사 직원들도 넋이 나갔다고 한다.
스스로 자수성가한 인생의 성공인으로서, 비밀과 상상의 세계를 우리 눈앞에 현실로 가져다 놓은 그녀의 창조력과 필력에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이 되었다.
한 편 한 편 단숨에 읽어치웠던 해리포터 시리즈. 아이들을 위해 보물상자처럼 생긴 박스에 담긴 전권 시리즈를 준비해 두었다.
영어판은 한국처럼 한편을 여러권으로 나누지 않아서 어떤편은 대사전처럼 아주 두껍다. 자잘한 글씨로 가득찬 두꺼운 책이 여러권이라 아이들이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벽돌같이 거대한 책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듯 했다.
그 자잘한 글씨들 속에 엄청난 세계가 펼쳐져 있는걸 아이들은 언제쯤 알 수 있을까…
스튜디오 방문후 그 새 아이들은 조금 컸고, 이제 9살 둘째와 함께 원서로 천천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튜디오에서 접했던 모든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하루종일 해리포터 나라에서 영화의 잔재를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우리가족은 런던아이 앞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향했다.
싱싱한 과일로 만든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는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PS: 엉뚱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 판타지 소설은 이영도 작가님이 계시다. 우리나라에서 판타지 장르는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자본의 영향으로 대작을 만들기도 힘들고(기술력은 있다고 안다.), 전세계에서 사랑 받을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아직 들어본 적 없었고, 또한 그런 픽션 장르를 잘 표현해 낼 감독도 양성되어야 하는걸로 안다. 그 중 많은 판타지 매니아들이 극찬하는 작가분이 이영도 작가님이다.
그 분의 작품을 아직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OTT 영상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에 어쩌면 K-판타지 장르가 곧 등장하고, 우리나라에도 드레곤이 날아다니는 저런 훌륭한 스튜디오가 생기지 않을까...란 상상을 해본다. 제발 헐리웃 포맷 따르지 않고, 창조적인 K-판타지 장르물이 나오길 기대한다.
Copyright 2024. Beverly Story (BS, Agnes) All rights reserved
https://www.wbstudiotour.co.uk/
https://www.bloomsbury.com/us/
https://www.wizarding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