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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verly지아 Jun 22. 2024

런던과 아이스크림

London, UK - 런던에서의 이런저런 생각

이 브런치북 제목을 지을 무렵 생각의 출발점이 된 런던아이 근처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 트럭. Photo by BS

아이스크림 트럭

여행을 다니면서 맛집을 돌아다닐지언정 아이스크림 맛집을 찾아본 적은 없다.

어지간하면 달달한 아이스크림은 특별한 맛집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나와 아이들은 트레이더죠* 의 미니콘부터 솔트 앤 스트로**의 짭조름한 수제 아이스크림까지도 즐겨 먹는다.  

아이스크림 맛에 대해 까다롭지 않고, 우리는 그저 아이스크림의 상징적인 의미만으로도 아이스크림을 행복하게 먹는다.  


물론 인간에게 맛을 평가하는 혀가 있기에, 그중 맛난 집은 기억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점 세 군데가 떠오른다.

사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고귀한 맛으로 내 혀끝에 다가왔던 아이스크림 곁들인 디저트들은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길거리 지나가다가 우연히 만났던 맛. 전혀 기대치 못한 곳에서 친한 친구를 만난 듯했던 곳들이 여태껏 내 기억에 남아있는 거다.   


지나가던 초콜릿가게에서 만났던 뭉게구름 한 입 머금은 듯한 아이스크림.

신선한 재료와 독특한 그들만의 짭짤한 맛과 딸기 씹히던 식감을 가진 수제 아이스크림.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졸라대서 구입했더니 의외로 고급지고 맛나서 다음날 또 찾아갔던 아이스크림 가게.


그중 마지막에 언급한 길거리에서 만났던 아이스크림이 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트럭 아이스크림이다.

우리는 그 트럭의 배경은 전혀 모른다.

런던에서 원래 유명한 아이스크림점의 분점과 같은 트럭일 수도 있고 혹은 이미 유명한 트럭일 수도 있다. 긍금했지만 그 가게에 대해 딱히 검색해 볼 생각도 없었다.


그곳! 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내 기억 속 아이스크림이니 말이다.

그곳 날씨, 눈앞에 펼쳐진 템스강과 런던아이 모습이 함께 그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내 기억 속에 떠오른다. 사실 지금 그 아이스크림을 맛분석가처럼 세세하게 표현하라면 제대로 할 수 없다. 내가 절대미각을 가진이도 아니고.


미국에서 딸랑이며 아이들을 유혹하는 아이스크림 트럭처럼 싸구려 단맛과 식용염료로 물들인 아이스크림 수준으로 여기며 그 파란 트럭에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와 반대되는 덜 달고 정직한 진짜 아이스크림을 만나 더 맛있게 여겨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런던에 가면 이 트럭을 꼭! 들르세요.라고 권할 수는 없다.

다만 내 기억 속에 또 가서 먹고픈 아이스크림 가게이긴 하다. 그리고 이 브런치북 제목을 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책방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 서점은 아이들의 컨디션과 다른 일정으로 방문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일반 서점들만 둘러보아도 영국에서 왜 유명 작가들이 탄생되고, 많은 이야기들이 창조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린이책 섹션과 패션과 사진, 아트북 섹션 photo by BS

오래된 고전책방은 마치 해리포터 마을의 책방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서점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고, 그 안에 숨겨진 마법 고서를 찾아낼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모던한 인테리어를 갖춘 서점을 방문한 적도 있는데, 어린이책 섹션을 찾아갔을 때 나는 조금 감동받았다.

이런 감각으로 자랐으니 독특한 일러스트레이터나 작가들이 배출될 수 있겠구나.

우선 책 디스플레이를 그 서점의 전체 느낌에 따라 잘해 놓았다. 단정하고 알맞은 간격으로 너무 빼곡하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다. 그리고 그 표지 컬러와 폰트들, 디자인의 다양함에 시선이 바빠졌는데 왠지 모르게 한 권 한 권 눈에 쏙쏙 들어왔다.

신기한 점은 그 각 다른 책들의 전체 컬러톤은 비슷했다. 그런 책들을 골라 진열을 잘한 건지, 영국의 인쇄소 잉크가 고급진 건지 파악할 시간은 없었다. ( 가족여행의 단점 중 하나다. 혼자서 책을 뒤져보며 사고하고 느낄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점.)

다양하고 세심한 디자인이 들어간 작품을 표지에 담은 책들인데 깔끔하게 정리되어 보는이의 눈에 잘 들어왔고, 그 책들을 들추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였다.

미국과 똑같은 디즈니 이야기도 런던에서는 다른 모습이었다. 커버디자인, 삽화그림 분위기가 달랐다.


패션과 아트북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처럼 책을 테이블 공간에 맞추어 쌓아 놓아 정신없기보다, 컬러별로 맞추고 각 책의 표지디자인을 고려하여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맞추어 진열하였다. 이는 독자의 시선방향을 꿰뚫고 있었고, 각 다른 책들이지만 서로 간 컬러 밸런스와 그 여백을 활용하여 전시한 노고가 보였다. 책진열이 일반 서점 직원이 아닌 디스플레이 전문 지식을 갖춘 감각적인  이가 했을듯 하다. (패션북은 미국 대형 서점에도 갖추고 있는 같은 책들이라 디스플레이의  차이점이 한눈에 들어왔다)

런던에서 서점 몇 군데를 들른 후, 시애틀에서 커피맛집 투어를 하듯 런던에서는 서점 투어를 하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대영박물관과 역사

긴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 살 때는 당연한 듯 여겼던 역사와 전통이다. 그런데 그게 없는 미국 생활을 하다가 유럽을 가니 견고히 지어진 건축물부터 교통편이나 여러 공간에서 그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한국은 유행이 빠르고 건축양식도 높은 아파트가 많아지고, 전통 가옥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한국을 가면 그 역사의 기운을 느끼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상가건물 외벽은 구경하기 힘들다. 일괄적이지 않은 폰트들로 뒤범벅된 간판들이 온통 다닥다닥 붙어있기에 가끔 상가건물은 옷을 한겹 덧입은거 처럼 보인다. ( 디자이너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시공무원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도시미관과 그래픽등 디자인에 대해 무관심해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결국 그런 모습도 한국 도시와 주거 문화의 일부다.) 고층 빌딩들과 밤에 별이 쏟아진 듯 반짝이는 불빛에 세련된 도시로 변하고, 점점 더 높이 오르는 아파트가 한국 역사의 한 모습이 될 것 같다.


반면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역사의 깊이가 느껴질 만큼 도시가 그 모습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런던도 신축 건물이 분명 많을거다. 하지만 적어도 어디선가 혼자 불쑥 튀어나온 새디자인의 빌딩보다는 이전 전통 모습 그대로 혹은 그 느낌을 유지하며 도시 미관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아 그 역사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런던아이와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런던아이 London eye는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템스강 주변에 있는 대관람차다. 높이 135미터의 높이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대관람차다.  

큰 캡슐처럼 생긴 투명한 관람차에 오르면 템스강 주변부터 빅벤, 그 뒤로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가면 지난 많은 유명한 왕들과 저명인사의 무덤이 있고, 바위돌같이 두꺼운 관뚜껑 위에 또렷이 새겨진 글이나 조각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다. 수많은 왕과 왕비들이 건물 곳곳에 잠들어 있는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묘가 기억에 남는다.  그런 왕들의 혼이 깃든 곳에서 왕가의 결혼식을 올리는 전통도 흥미롭다.

타워 오브 런던에는 여왕의 보석과 왕관, 그리고 지난 왕들의 검까지 긴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대영박물관 The British Museum

여러 개의 기둥으로 마치 그리스의 신전을 연상시키는 정문으로 들어가면 겉과 다르게 모던한 분위기의 실내를 볼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유물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박물관을 돌면서 이집트 람세스 상을 만나게 되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란 노랫말처럼 미술책이나 역사책에서 자주 등장하던 그의 흉상이 왜 영국에 있는 걸까. 이집트의 국보급 유물이 말이다. 그 잘생긴 조각 오른쪽 가슴에는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소문에는 나폴레옹 시절 프랑스가 그 흉상을 가져가려고 하다 생긴 흠이라고 한다. 몇 톤이 되는 그 무거운 조각을 떼어 가져가려고 발버둥 친 모양이다. 고대 문명 중 잘 나가던 이집트 파라오의 흔적들은 인류 역사에도 중요한 유물들이다. 그런 유물중에도 으뜸 중 하나인 람세스상이 구멍이 뚫리고 한쪽 팔이 부러진 채 금이 간 모습으로 타국에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이집트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외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뜯어온 조각상과 부조조각인 엘긴마블이나 아르테미스 신전 조각, 춤추는 시바 신상, 이스터섬에서 통째로 가져온 모아이 조각상등, 남의 나라에 전시되어 있는 그 귀중한 국보급, 세계적인 역사 유물들을 보며 씁쓸했다. 만약 우리나라 석가모니상이 동굴에서 뜯겨져 일본 도쿄 박물관에 손상된 채 전시되어 있다면 마음이 상당히 아플거 같다. (이마에 있던 보석은 약탈당했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그리스나 이스터섬등 본국에서 반환 신청한 유물들도 있지만, 영국은 묵묵 부답이란다.


영국의 권력이 막강하던 시절, 다른 나라 고대 신전 꼭대기 조각들이나 기둥들을 떼어오고, 모아이처럼 탐험대가 힘없는 남의 나라 귀중한 조각을 파서 자국 여왕에게 선물로 바치는 등 약탈물들로 이루어진, 더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품들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물론 정식으로 사들여오거나 대여받은 물건들도 많다. 우리나라 신라시대 귀걸이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유물이 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한다. 나머지 태극기와 청자등 한국 유물들은 우리나라에서 대여한 것이라고 하니 한국 홍보를 위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덕분에 내 아이들도 먼 영국 유명 박물관 한편에서 한국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반환은 하지 않지만 대신 그 유물들로 돈벌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일단 박물관 입장료는 무료다. 기부금은 받는다. 타국에서 강탈한 세계 유산이자 그 나라 국보급 유물에 대한 씁쓸한 마음을 제외하고는,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유물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그 모든 유물들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평도 있다. 




비가 자주 내리던 영국의 날씨.

아이들은 아랑곳 않고 우비를 입고 온 거리를 뛰어다녔다. 맛집도 다녀오고, 빨간 이층 버스를 타고 런던거리를 달렸다. 근위병 아저씨 앞에서 까불어 보기도 하고,  타워 오브 런던 광장에서 비 맞으며 비둘기를 쫓아다녔다.


날씨 맑은 날 이쁜 드레스를 차려입고 영국 전통인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아직 카페인이 있는 차를 마실 수 없으니 달달한 핫쵸코와 주스로 찻잔을 채우고, 예의차려 잔을 가지런히 들고 음료를 마셨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러가지 샌드위치나 쿠키를 집어 먹으며 이리저리 맛을 보던 중 피아노 소리가 나자 달려가 피아니스트 할아버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곡을 들었다.

 

헨리스 장난감 가게에 들러 각 층을 돌며 엄청나게 많은 장난감을 구경하였다.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기쁜 장소였다. 한 빌딩이 장난감으로 꽉꽉 차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대영박물관에서 유물이라 하지만 아직 뭔지도 모르는 돌덩이 앞에서 엄마가 웃으라 해서 미소를 지었다. 찰칵.

몇년뒤 역사책에서 배울 영국 국왕들과 왕비의 무덤곁을 힐끗거리며 지나치고, 그저 오래된 교회로 생각하며 기프트샵에서 이쁜 기념품을 고르기 바빴다.  


그렇게 바쁜 일과를 보낸 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트럭을 찾았다. 음미하듯 눈감고 먹는 모습이 우스웠다.

그 후 호텔로 돌아오면, 아이들은 대자로 엎드린 채 실신하여 깊은 잠을 잤다.

고슴도치 엄마눈에는 그런 대자로 자는 모습조차 귀여워 한컷의 사진으로 남길 만큼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 되어준 가족여행이었다.

반환을 요구하는 모아이 조각상 / 람세스상 / 한국전시물 Photo by BS
이곳 간판급 유물인 로제타석 / 웨스트민스터 사원 Photo by BS
타워오브런던의 근위병 /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 Photo by BS
대영박물관 실내 / 영국택시 / 1760년부터 내려온 핸리스 장난감점 Photo by BS
런던 아이 / 런던아에서 내려다본 풍경 / 트럭 아이스크림 photo by BS
먹고 언니 아이스크림 한 입 더  / 티타임 tea time photo by 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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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더죠 Trader joe's : 미서부에 있는 슈퍼마켓 이름

**솔트 앤 스트로 Salt and Straw : 수제 아이스크림점 이름. 소금 아이스크림과 딸기 아이스크림이 유명하고, 라벤더 아이스크림등 독특한 맛의 아이스크림들을 구비하고 있다. 샘플 맛을 보고 주문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장소들 -

https://www.britishmuseum.org/


https://www.londoneye.com/


https://www.hrp.org.uk/tower-of-london/#gs.ammijv


https://www.westminster-abbe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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