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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verly Story Jun 08. 2024

상상과 호기심이 가득한 곳

(LA) 자연사 박물관, 과학 박물관

아이들의  학기말.. 미국의 학기말은 엄마가 할 일이 많다.

미국은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여 보통 6월 초에 한 학년이 마친다. 그리고 2-3개월의 여름 방학을 가진 후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되고 가을 학기가 크리스마스 전에 끝나고 2주의 겨울방학을 가진 후 다시 봄학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부모들은 12월과 5월이 가끔 벅차다.  


물론 학군마다 다른 분위기겠지만, 두세 명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들의 스케줄로 인해 혼이 나갈 만큼 분주하다. 아이들의 각종 발표회와 콘서트, 대회 및 시상식, 운동경기에 참여하고, 소풍 (견학, 필드트립, Field trip)을 가거나 학년말 파티 (End of year party)를 한다.


또 학교들은 오픈하우스(Open house)를 한다.  오픈하우스는 지난 일 년 동안 아이들이 해 온 공부와 프로젝트들을 교실에 전시해 두고 부모를 초대해 아이들이 설명을 하고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는 학교 행사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자유롭다. 다음 학년 교실을 들러 구경하기도 하고 이전 담임 선생님들과 포옹도 하며 인사를 한다. 주로 저녁에 진행되는데, 이 날은 선생님들이 작업하시라고 학교는 오전 11시 35분에 아이들을 하교시킨다.


5월, 학년말 시기에는 '미니멈데이'나 '컬래버레이션 데이'라고 칭하는 이른바 '오전수업'을 하는 날이 많다. 아이들을 일찍 하교시켜 집에 오더라도 몇 시간 뒤 방과 후 활동은 계속된다. 졸업하는 아이가 있는 엄마는 더 분주하다. 여러 번의 모임과 발표회, 시상식, 졸업생 파티 준비등 학교행사가 즐비하다.  

5월부터 이미 학교는 노는 분위기로 붕 떠 있고, 그런 아이들을 끌고 경기며 대회를 다녀야 하는 엄마의 에너지는 더 소진되어 간다.  


소풍, 견학여행

첫째만 학교를 다니던 시기에는 이 모든 게 즐거웠다. 그런데 둘째 아이의 활동도 다양해지는 3학년이 된 올해부터는 모든 일정이 버거워 엄마 머리는 점점 포화상태가 되었다.


올해는 학군 시스템이 바뀐 관계로 이메일도 빨리 읽지 못해 학교 행사나 봉사를 많이 참여할 수 없었다. 둘째딸 아이는 견학 여행 ( 필드트립, Field Trip)에 엄마가 따라가 주길 바랐지만,  잠 못 자며 작가로서 준비하는 엄마에게 조를 수가 없었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다행히 올해 마지막 견학을 함께 갔고, 장소는 화석 박물관인 Tar Pit이었다. LACMA라는 대형 미술관과 함께 엘에이 도심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한국말로 타르갱이라 부르는 이곳은 주변 곳곳에 시커먼 천연 아스팔트가 모여 있는 구덩이가 있고, 그 구덩이에서 지금  현재도 동물 화석을 캐고 있다. 근처에 가면 보기만 해도 끈적해 보이는 시커먼 타르, 천연 아스팔트가 보이고 그 냄새는 고약하다.


아이들을 그룹별로 나누어 봉사하는 엄마나 아빠와 조를 짜서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주어진 과제를 작성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시커먼 천연 타르 구덩이 속에 동물들이 왜 빠졌냐며 질문을 하고, 나와 함께 우와 우와~거리며 로봇으로 부활한 고생물 검치 호랑이 (saber-tooth tiger)를 구경하기도 하였다.


관련 설명해 줄 전문 가이드가 없어 아쉬웠지만, 아이들과 함께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화석과 함께 놀아 본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렇듯 엘에이 지역 학교들은 주로 농장, 과학관, 수족관, 역사 관련 장소, 지역 시청 등 학년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와 관련되는 곳으로 견학을 떠난다.  

 

어릴 때 나도 한국에서 매년 소풍을 갔다. 그 소풍은 견학 (필드트립) 보다 피크닉 개념이 더 컸던 거 같다. 주로 산으로 많이 갔었고, 기념관으로도 갔었다. 초등시절에는 학교에서부터 줄지어 목적지까지 걸어갔던 거 같다. 소풍 전날 기쁨에 두근두근 거렸고, 다음날 날씨를 걱정하며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새소리가 나는 날은 신이 났었지만, 소풍이 취소될 만큼 빗소리가 컸던 날은 무척 슬펐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아이들은 다음 날 비가 올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하기에 가슴 콩닥이며 날씨에 대한 기대나 불안도 없다.


초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소풍 장소는 어린이대공원에 있던 과학관이다. 그곳이 놀이터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그런데 당시 내 부모님들과 따로 과학관을 같이 간 기억은 없다. 지금 생각하면 위로 중고등 학년의 언니오빠가 있었기에 주로 그들의 일정이나 취향 위주로 부모님들은 바빴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여러 곳을 데리고 다녔지만, 특히 자연사 박물관이나 과학 박물관을 자주 갔었다.  어쩌면 아이들 핑계로 내가 좋아하는 곳을 가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사 박물관과 과학 박물관


그곳에 가면 선사시대를 여행할 수 있고, 우주를 다녀올 수도 있다.

80년대 한국 지방의 어린이 대공원 한편에 마련된 조촐한 과학관에 비하면 엘에이 박물관들은 마치 시공간을 넘어서는 거대한 세상 같다. 벤 스틸러 주연의 < 박물관이 살아있다,  Night at the Museum>처럼 왠지 밤이면 그들이 살아 움직일 것만 같고, 이 세상의 이야기가 그 건물 속에 고스란히 응집되어 있는 거 같아 재미있다. 

마치 타임머신 속 같다. 눈앞에 거대한 매머드나 공룡은 그 살이 올라 실제 형상처럼 보이고, 관련 설명과 자세한 특징들도 스위치를 누르거나 화면을 터치하면 그 정보를 알 수 있다.


상상을 자극하면서 실제 정보도 가르친다. 직접 강한 바람을 맞으며 로켓 스피드를 느끼거나, 흙을 파서 화석을 찾아내어 조립할 수 있다. 우주 궤도를 돌고 몇 년전 지구로 돌아온 우주 비행선 인데버호가 과학 박물관에전시되어 있는데, 그 주변에 역사순으로 우주 비행사와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사진들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어 만약 관심이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큰 교육 효과도 볼 수 있다. 

그 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므로 아이들에게 디즈니랜드만큼 흥미롭고 재미있을 장소다.


자연사 박물관과 과학 박물관은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두 곳을 하루 만에 돌아보기에는 무리다.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은 때가 되면 나비생태계부터 시작해 지역사회 관련 정보와 동식물, 공룡, 원석들 까지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많다.


과학박물관 (Science Center) 또한 해양, 우주, 생태계등 다양한 분야를 어린이들이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게 잘 구성해 놓았다. 야외 공원에는 때가 되면 장미가 가득 피어 아름답다.


복작복작하고 넓은 박물관들을 몇 시간 뛰어다니며 놀다 보면 아이도 엄마도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장미가 보이는 공원 쪽 야외 의자에 앉아 먹는 아이스크림은 꿀맛이다. 

하얀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에 무지개 빛깔 스프링클을 솔솔 뿌려 한입 두입 먹어대는 아이를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 물론 나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햝아 먹었다. 당충전을 위해서 말이지.  

아이들 호기심을 끄는 자연사 박물관 Photo by Beverly Story

모래 속 화석 찾아내는 경험 (자연사 박물관) / 우주선을 탄 듯한 경험 photo by Beverly Story

자연사 박물관은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photo by Bevelry Story  
고대 검치 호랑이 (Saber-tooth tiger) 을 로봇으로 부활시킨 과학자님들 Recorded by Beverly Story


Copyright 2024. Beverly Story (Agnes) All rights reserved


* 윗글에서 언급했던 장소들


https://nhm.org/


https://californiasciencecenter.org/


https://tarpits.org/

https://www.lac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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