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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verly Story Oct 02. 2022

Coffee Break_사일

우리들의 수다 @ Malibu 말리부 바닷가

친구를 만나러 커피숍에 갔습니다. 얼마 전 다녀온 여행은 어땠냐 물어봅니다.

그리고 신나게 여행 가서 느낀 점과 관광했던 것을 이야기하며 떠들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뜬금없는 아무 이야기로 넘어가는 우리들의 수다.. 코비드 팬더믹 동안, 전에 항상 떠나던 여행이 그리웠고, 커피 브레익이 부쩍 필요했던 그때... 친구와 침 튀기며 이야기하던 비말 토크가 그리웠어요..



굿모닝 말리부..

photo by Agnes

찰랑찰랑,,

눈앞에 바닷물이 내 발을 살짝 간질이고 다시 큰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과 나가는 시간은 내가 머무르는 호텔 앞 모래사장의 넓이를 다르게 만들어 냅니다.  바다가 깊이 들어와 모래사장이 거의 없어져서 저기 호텔 앞 바위 위에 옷과 신발을 걸쳐놓고 바닷가에서 놉니다. 물이 빠져 모래사장이 생겼을 때는 그 위에 수건을 깔고 드러누워 태닝을 하고, 아이들은 곁에서 모래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혹은 바위 사이에 작은 게를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잡으려고 기어올라가기도 합니다.


저 멀리 어떤 건장한 두 남자가 씩씩하게 바다수영으로 눈앞에 가로질러 갑니다.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하시나,, 저 깊고 푸른 물을 가로지르며 쑥쑥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고 힘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 뒤로는 하얀 보트들이 돛을 내리고 정착하고 있네요. 아마도 그곳에서 낚시를 하나 봅니다.


멀리 바다에서 살짝 떠서 날아가는 듯하게 보이는 전동 웨이크보드를 타는 사람도 보입니다. 홀로 보드를 타고 망망대해 바다 표면을 달리는 모습이 아주 시원해 보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미끄러운 바위에 올라서서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잡기도 합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빌리언에어즈 비치( Carbon Beach,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값비싼 저택들 때문에,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닉네임으로 Billionaire's Beach라 부른다) 라 불리는 곳으로, 말리부 바닷가 집들이 주욱 늘어져있는 끝에 위치한 호텔이라 조금 프라이빗한 공간이긴 한데, 그래도 관광지라 그런지 어디선가 멀리서 출발한 많은 사람들이 걸어 지나갑니다.  


코비드 중이라 우린 살짝 멀찌감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모래사장에 자리 잡았어요. 그래도 모래놀이하는 우리 아이들 곁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바다로 이어지는 계단은 밀물일 땐 계단이 바닷물로 이어지고,  썰물일 땐 모래사장으로 바뀝니다. 제가 재미있어하는 계단이지요. photo by Agnes

조용히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니, 코비드 전에 다녀왔었던 웨딩 중 가장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말리부 비치웨딩이 떠오릅니다.  


말리부는 부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그들만의 비치 클럽이 존재합니다. 멤버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지만, 멤버가 초대하거나 혹은 그곳에서 결혼식을 한다면 일반인도 출입을 할 수 있어요. 지인의 가족이 한 클럽의 멤버라 그곳에서 웨딩을 하였고, 덕분에 들어가 볼 수 있었어요.


그날 비치 하우스는 우아한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화잇 컬러를 메인으로 바다 그림, 파도 타는 서퍼들 사진과 바다 관련 장식으로 꾸며진 클래식한 말리부 바닷가 스타일의 인테리어엿고, 들어섰을 때 느낌은 어색하기보단 따뜻하게 사람을 반기는 그런 비치 하우스 같았어요. 각 클럽마다 모이는 직업군도 좀 다르고, 그 스타일도 다르나, 제가 아는 몇 지인의 말리부 클럽들은 비교적 조용히 릴렉스할 수 있고, 안정감을 주는 그런 쉼을 주는 곳 같아요.  대개 베니스 비치나 산타모니카와 같은 유명한 바닷가는 젊은 사람들이 많고 주변이 화려하거나, 유명 레스토랑도 많고, 시끌 거리며 파티를 하는 곳도 많지요. 말리부 쪽에도 베버리힐즈에서 유명한 노부(Nobu)나 매스트로(Mastro's steak house)같은 유명 레스토랑들이 들어와 있지만, 지역 분위기 자체도 조용하고, 모래사장들도 너무 넓어서인지 다른 비치와 달리 조용합니다. 더구나 결혼식을 하던 시기는 여름이 조금 지난 후였는데, 비치 클럽 근처 늦가을 바닷가는 더더욱 인적이 드문 편이었지요.


바로 앞이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결혼식은 넓은 백사장에서 식을 진행하였습니다. 반짝이는 모래와 푸른 바다, 드넓은 하늘과,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사진에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바람으로 구성되는 자연이 만든 웨딩샵이었습니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다고 표현한 이유는 사진 속 긴머리 여성들의 머리카락이 아주 미친듯이 휘날렸거든요. 그날 바다 바람이 조금 센 편이어서 식을 하는 곳에 비치웨딩 단골 장식인 꽃문을 설치하지 못했고, 대신 신부의 베일은 바람에 우아하게 날렸습니다. 그 넓은 하늘과 모래의 여백을 배경으로 식을 마무리하고, 심플한 프린세스 라인 드레스에 내추럴한 화장을 한 신부와 멀끔한 턱시도 입은 신랑은 행복하게 키스를 하며 식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말리부는 서해라 선셋이 유명합니다. 그래서 비치웨딩은 주로 늦은 오후에 식을 시작하여 해 떨어지기전에 식을 마치고, 석양을 보며 칵테일 타임을 가졌어요. 그리고 어두워지면 주위에 모닥불과 횃불 등을 밝히지만, 더 먼 주변은 아주 깜깜합니다. 두꺼운 코트를 어깨에 걸쳐 입어도 조금은 쌀쌀한 바다 날씨. 그렇게 사람들은 우주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자연공간 안에서, 반짝이는 별 같은 비치 하우스에 불을 밝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저녁을 먹고, 라이브 밴드와 함께 웨딩 리셉션 파티를 즐기며 늦은 밤까지 와인을 들이켰습니다.

  

photo by Agnes




가이드 편


드라이브 

CA 1 highway. 캘리포니아 1번 고속도로는 해안도로로 남북으로 이어져있다. 산타모니카에서 말리부까지는 1번 도로로 가야 하는데, 그 고속도로는 북가주 (north california)까지 연결되어있다. 1번 도로로 달리다 보면 캘리포니아의 해안가 절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도로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들려서 그 풍경을 감상하며 로드트립을 즐길 수 있다.


말리부 유명비치로는 카본 비치 ( Carbon Beach, 일명 Billionaire's Beach), 말리부 서퍼라이더 비치 (Malibu Surfrider Beach), 파라다이스 코브 비치 (Paradise Cove Beach), 포인트 둠 비치 (Point Dume State Beach), 주마비치 (Zuma Beach)등 유명한 해변들이 있다. 대체적으로 넓은 모래사장을 가지고 있고, 주차장이나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어떤 곳은 해변 근처에 캠핑장을 끼고 있기도 하다.


특히 파라다이스 코브 비치(Paradise Cove Beach)에는 카페가 있고, 카바나를 렌트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카바나에는 이미 비치의자가 셋업 되어 있고, 호텔처럼 음식을 오더 해서 먹을 수 있는 자리이다. 말리부는 해변마다 파도타기를 즐기는 서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주마 비치(zuma beach)와 파라다이스 코브 비치 카페의 카바나 photo by Agnes



말리부에는 많은 하이킹 코스와 캠핑장이 있다. Escondido Falls는 말리부에서 최고라는 하이킹 코스이고,  쉬운 코스부터 조금 어려운, 혹은 난이도 높은 코스별로 있다. 대부분 미국 하이킹 코스에는 그 난이도와 거리, 왕복시간들을 자세히 기입해놓고 있다. 그 외 Solstice Canyon trail, Point Dume Cove trail 등이 있다.

캠핑 관련 정보는 밑에 사이트에서 더 알아볼 수 있다. 그 외 서핑 배우기, 카이트 타기, 윈드 서핑 등의 바다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https://www.parks.ca.gov/?page_id=30388

https://www.parks.ca.gov/pages/614/files/MalibuCreekSP_CampMap2017.pdf

https://www.reservecalifornia.com/Web


가까운 박물관으로는 게티센터 (Getty Center), 게티 빌라 (Getty Villa)가 있다.



커피 브레익중 아무 수다편 -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느 미국 부자의 고마움


그런데 말이지,,

말리부라 하니 게티 빌라가 떠오르고,, 게티란 인물..  미국 석유 재벌이다. 집안에 비극이 있었고, 자린고비로도 소문난 사람이다. 납치된 손주를 바로 구하지 않고 와중에 그 손주의 귀는 잘리고, 납치범이랑 네고를 하여 납치범이 요구한 가격을 깎을 정도인 인물. 그런데 신기하게 그는 미술품에 관심이 많아서 작품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물론 미술품 조차도 가격을 딜해서 깎았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수집된 작품들을 게티 재단은 언덕 위에 모던한 게티센터 (Getty center)를 지어서 전시하게 되었다. 건물 자체도 작품 같은 그곳은 엘에이 시민들에게 휴식과 문화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그 후 게티빌라(Getty Villa)를 퍼시픽 팔리사이드란 곳, 말리부 근처에 지었다. 그곳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건축과 구조로 지어졌고, 그 시대의 조각, 벽화, 아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반면 게티 센터는 모던한 건축물로 모든 시대의 그림, 조각 등 게티가에서 소장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현시대 작가나 근대작가들의 특별전들도 열린다. 게티센터는 전망도 좋아 팬더믹 전에는 데이트하고 저녁을 먹을 분위기 좋은 고급 레스토랑도 박물관 내에 있었다.


이 두 곳 모두 공통된 점은 야외에 큰 공원이 있다는 점이다. 실내 전시관 사람들 속에서 작품을 돌아보다가도 잠시 야외로 나갈 수 있게 만들어둔 공간이 있다. 그렇게 나가 시원한 바람맞으며 멀리 드넓은 엘에이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 그리고 다시 아티스트들의 작품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야외에 마련된 공원 같은 특별한 큰 공간이, 사계절이 있는 뉴욕의 뮤지움들과 다른 점 같다. 게티센터나 게티 빌라뿐만이 아니라 엘에이 뮤지움인 LACMA도 야외 환경이 잘 꾸며져 있어 아트 작품도 보지만, 때로는 야외에서 와인 마시며 공연도 보고, 뮤지움 건물 밖에서 아이들은 뛰어논다.  주로 야외에는 설치 작품이 있는데, 아이들이 들어가서 놀 수 있도록 제작된 작품도 있다. 일년 중 따뜻한 날씨가 더 많은 사우스 캘리포니아라 가능한 문화 공간이 아닌가 싶다.  


게티란 인물 말고도 동부에는 락커펠러란 재벌가가 있다. 그는 뉴욕시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뉴욕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의 질을 높이고 그 비용을 오래도록 지불했다.  미국 재벌들은 사실 금액을 헤아리기 힘들 만큼 돈을 많이 벌었다. 세금 공제건 인본주의건 어떤 이유에서 시작했던, 결과적으로 그 재벌들이 시민들을 위해 고급진 문화 공간을 만들고, 혹은 기부를 하여 사람들이 생활 혜택을 받기도 하며 , 특히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는 이들도 있음이 확실하다.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맨해튼에서 공부하던 시절 911 테러가 일어났었다. 도시는 영문도 모른 채 폭격을 당했고, 길거리에 경찰차와 소방차 외에는 달리는 차가 없었으며, 맨해튼 밖으로 강을 건널 수 있는 모든 교통수단은 닫혔고, 어느 누구의 셀폰도 연결되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막혀버렸던 것이다. 하늘에는 전투기가 날아다녔고, 월스트릿에서부터 흰 와이셔츠에 피를 흘리며 걸어온 사람들. 문을 닫은 지하철역과 버스터미널을 지나고, 두려움에 떨며 인파를 따라 걷던 몇 시간 뒤, 강을 건널 수 있는 배가 준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배는 원래 허드슨강을 왕래하며 사람들이 출퇴근을 하던 배로, 두려움 속에 마냥 걷던 그 수많은 인파들을 무료로 강을 건너게 해 줬다. 그리고 도착한 배 정착장에 버스를 대기시켜 놓았고, 그 버스들은 여러 방면으로 가는 그 많은 사람들의 집 근처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와중에 배의 출입구에는 시원한 생수병들까지 준비되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실 정말 목이 말랐었었다.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이 절실했었다.


도시가 테러를 당한 후 몇 시간은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고, 어떤 뉴스를 들을 수도 없었기에, 영문을 모르고 우왕좌왕하던 당시 우리에겐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교통편을 마련하고, 배와 버스 운전사들과 도우미를 모으고, 각 노선을 짜기엔 그 몇 시간이 길진 않았다고 본다. 그 시간 동안 테러 사태를 파악하고, 시민들의 목마름까지 염려하여 생수병까지 준비해줬던 것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느 부자의 도움 덕분이었다. 당시 배의 선장이 배값을 지불하려던 우리에게 그럴 필요 없다며,  어느 부자가 앞서서 모든 비용을 기부하였다고 알려줬었다. 그 후에 정부, 기업들이나 일반인들이 기부를 하고 자원봉사를 함으로써 테러 피해에 도움을 주는 일이 뉴스에 많이 보도 되었었다. 그렇게 나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어느 미국 부자에게 인생의 위태한 시점에서 도움받았고, 아직도 그 부분은 감사한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가진 재벌들이 본인의 이득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떤이들은 근사한 문화 공간 제공이든, 국가 위급상황에 도움이든,, 시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아직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긴 하는구나..라는 새삼 고마움을 가져보며 아무수다를 마무리해본다.

게티센터 (Getty Center) 스케치 by Ag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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