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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verly Story Nov 26. 2023

아무수다 -Turkey Day,명절 풍경

그리고 2023 목표

11월 말이면 미국에 큰 명절이 하나 있다.

Thanksgiving Day 추수감사절, a.k.a Turkey Day.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최대 명절 중 하나이다.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가을에 찾아오는 명절이다.

가족들이 구운 터키(칠면조) 요리를 먹으며 풍요로운 한 해를 감사드리는 날이다.


집집마다 칠면조를 굽는다.

요즘에는  홀푸드, 겔슨, 랄프와 같은 마켓, 유명 델리 Deli,  가끔은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아 반조리 식품으로 음식 세트를 판매한다.

추수감사절 얼마 전부터 일정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기 시작한다. 주로 무게에 따라 칠면조를 정하고 나머지 사이드를 고르면 된다. 추수감사절 당일날 아침부터 픽업이 가능하다. 큰 박스에 포장되어 있는 세트 속에는 각 음식마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어떻게, 몇 도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익혀야 하는지 세세히 적어둔 안내 종이가 들어있다.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칠면조는 1시간 반이상 오븐에 구워야 한다.

이런 편리한 서비스 때문에 추수감사절 요리 초보라도 손님이 모인 그날 식사를 감당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칠면조를 사서 직접 준비 과정을 거쳐 오븐에 구워 본 적은 없다. 속까지 촉촉이 익힐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생칠면조로 요리를 한다면 하루종일 오븐으로 구워야 한다.

추수감사절 전통 메인 음식이 칠면조 구이고, 사이드 음식으로는 빵, 매시 포테이토, 스피니치 딥(시금치와 치즈로 만든 음식), 콩줄기/아스파라거스 구이, 버터버섯구이, 그리고 중요한 스터핑 stuffing이 있다. 소스로는 크렌베리 소스와 그레이비 gravy소스 가 있다. 그레이비는 매시 포테이토나 스터핑등 거의 모든 음식에 뿌려 먹을 수 있다. 달달하고 살짝 새콤한 크렌베리 소스는 잘 익은 칠면조 구이와 좋은 궁합이다. 개인적으로 크렌베리 소스와 칠면조 고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소스가 약간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디저트로는 펌킨파이나 호두파이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는다.

퍽퍽한 칠면조 고기를 싫어하는 한국분들은 닭고기 요리와 갈비로 가족 만찬을 하는 경우도 많다.


추수감사절 모임 상차림. 반조리 칠면조로 주문하여 두시간여 오븐에서 구웠다. Photo by Beverly Tory


이 기간 동안 많은 가족이 여행을 떠난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타주 홈타운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고속도로나 공항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마치 우리나라 명절 귀성길을 떠오르게 한다.

미국 내 각 학군마다 다르지만, 대개 3일에서 일주일을 연휴로 쉰다. 봄방학처럼 거의 일주일을 쉬는 관계로 교외지역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쌀쌀한 기온과 함께 다가오는 이 명절 연휴 기간이 끝날 무렵, 12월이 채 되기도 전에 각 집집마다 크리스마스 전등이 하나둘씩 불이 켜진다.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아빠들은 전구를 지붕과 마당 나무에 설치를 하고, 아이들과 함께 한 달 동안 집안을 환하게 밝혀 줄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민다. 그래서 어두워진 저녁이 되면 집들마다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들이 거실 창문너머에서 반짝거린다. 집주인은 커튼을 살포시 오픈해 놓아 밖에서도 볼 수 있다.


(왼쪽) 사진 출처: pexels   /  (오른쪽 ) 마침 이웃이 나무를 싣고  지나가기에 얼른 찍어보았다.  Photo by Beverly Tory

이제부터는 자동차 지붕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꽁꽁 매고 집으로 옮겨가는 차량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환경과 편리를 위해 조립형 나무를 쓰는 집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생나무를 구입하는 집도 많다. 생나무로 트리를 만들면 한달 내내 집안에서 향긋한 초록냄새가 은은히 번져서 좋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전등이 곳곳에 켜지면, 추수감사절과 더불어 연말준비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올해는 특히 높은 인프라에 미국은 불경기라 기업들은 벌써부터 앞다투어 BlackFriday이자 할리데이 쇼핑 Holiday shopping을 부추긴다.

추수감사절은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이다. 보통 그 다음날 금요일부터 블랙프라이데이라 부르는 큰 세일기간이 시작된다. 아마도 크리스마스 세일 다음으로 빅세일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좋은 딜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시기인데, 특히 가구나 전자제품들, 그릇과 같은 홈굿즈들이 세일을 많이 한다.  

올해는 벌써 연말 느낌 Holiday season으로 디자인하여 마케팅을 하는 곳도 있다. ‘크리스마스 쇼핑 지금부터 하세요..!’  그 뜻은 ‘우리 기업들 적자입니다. 올 수입예산 좀 맞춰봅시다.’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메일에는 세일 마케팅 광고가 무수히 들어오고, 각 백화점이나 상점 앱 첫 페이지는 대문짝만 한 넘버들이 눈을 잡아맨다. 저 화면 너머 광고 마케터들은 대목 매출을 올리기 위해 잠 못 자고 혈안일 모습들이 상상되었다. 아는 지인은 의류 대기업 온라인 쇼핑 담당인데, 이런 명절 세일기간에는 여행을 못 가고, 서버 다운과 같은 비상사태를 대비하며 밤새 일한다.

번쩍이는 배너를 보며 뭔가 홀린 듯 들어가 사려고 했던 부츠를 찾아보았으나 역시,, 사이즈는 없다. 다른 신상은? 역시 세일품목이 아니다. 그럼 그렇지...


각 앱마다 큼지막한 광고 배너를 올린다  Captured by Beverly Tory



사실 제품에 따라 노려보던 상품이 있다면 아주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빌레로이 바크(Villeroy & boch)나 레녹스 (Lenox)와 같은 항상 인기 있는 고가의 그릇 제품들도 괜찮은 가격에 장만할  수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특히 전자제품 세일을 많이 한다. 새 모델이 나오기 전에 처분하려는 티브이 모니터들이 인기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새벽부터 혹은 전날밤부터 세일을 행할 전자제품 상가 앞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매년 그 긴 줄을 보며, 도대체 무슨 물건들을 세일하기에 저리도 긴 줄을 서게 만들까 궁금했다.

그래서 오래전에 딱 한번, 남편과 함께 새벽 4시부터 대형 전자상가에 줄을 서 본 적 있었다. 특별히 사고 싶은 제품은 없었고 그저 호기심이었다. 몇 시간 기다리고 기다려 들어갔던 매장에는 내가 살만한 게 별로 없었다. 당시 특가로 아주 큰 사이즈의 티브이를 판매했는데, 그 수량은 몇 개 밖에 없어서 이미 내가 들어갔을 때는 매진이었다. 아마도 밤새 줄을 섰던 이들 중 앞에  4-5명이 그 특가 티브이를 샀겠지. 줄을 섰던 게 아까워서 하나라도 건지고 싶었지만, 결국 하나도 사지 않고 나왔다.

낚인 느낌이었으나 미국 생활 중 호기심이 하나  풀렸던 아침이었다. 물론 집에 와서 반나절 쓰러져 잠을 자야만 했다.


모든 제품이 그리 크게 세일하는 건 아니다.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 세일 기간 비밀에 씁쓸할 때도 있다. 사실 세일 전에 일반 상품가가 살짝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그 가격에서 세일을 하다 보니 결국은 일반가에 구입할 때도 있고, 어떤 제품은 더 비쌀 때도 있다. 손해보지 않으려면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업체 몇 군데를 인터넷으로 각각 조사를 해봐야 한다.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다. 또한 내가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세일 품목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이럴거면, 막말로 굳이 세일기간을 기다려서 살 필요가 없더란 말이다.


인기 있는 장난감의 경우는 이런 세일 기간에 누군가가 왕창 사드려 12월부터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가격을 점차 올려 고가에 내놓는 리세일러(재판매자들)들도 있다.

리세일러들의 부지런한 활동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아이가 찾던 인형이 두세 배 오른 비싼 가격으로 아마존에 올라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어린아이가 산타에게 간절히 원했던 빛을 따라가던 올라프 장난감이라 몇 배 비싸도 거의 살 뻔했지만, 다행히 타겟 (target, 각종 생활용품을 파는 대형 마켓)에 입고된 제품이 생겨 덕분에 일반가로 살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장난감 리세일러들은 20불대 가격의 장난감을 최고로 100불대로 판매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아이가 산타에게 편지를 써서 간절히 원하는 장난감을 대부분 부모들은 고가라도 일단 사고 볼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노려보던 그릇세트나 주방 전자게품이 있다면 모를까, 나는 명절 세일 기간을 손꼽아 기다리지는 않는다.


세일의 진짜 재미를 보는 기간은 사실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 After Chiristmas sale이다. 뉴욕에서 쇼핑을 한다면 75-90퍼센트 세일가로 의류, 패션 제품들을 득템할 수 있다. 다른 곳들도 기본 50퍼센트 이상의 할인을 받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은 물건들은 반품이나 교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한국처럼 반품, 교환이 까다롭지 않기에 그런 일들이 빈번하다. 물론 새제품들이다. 그때 반품된 품목들을 재세일하는 기간이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이다. 더불어 남은 재고들을 처리하는 듯 유명 브랜드 옷들도 70-80퍼센트 할인가로 판매하기도 한다.

쇼핑 리스트에 없지만, 뭐든 득템하고 싶다면 그 시기에 뒤지면 재미있다. 한 지인은 200불짜리 인기 브랜드 팬을 15불에 샀던 경우도 있었다.

26일부터 대개 몇일만 했던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 기간도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가끔 1월까지 세일하는 곳도 있었다.


올해 미국 경기는 꽁꽁 얼어붙어 있어서 고객들 지갑 열기에 벌써부터 혈안인 듯하다.

추수감사절 당일인데, 친구들이  찜해 놓은 화장품과 신발 사이즈등은 동이 났단다.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솔드아웃이라니...

블랙프라이데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프리 블랙 프라이데이(Pre Black Friday)가 시작된 거였다. Thanksgiving Sale이 아닌 Pre Black Friday란 말로, ‘아직 금요일은 아니지만 이게 가장 저렴한 세일가야. 대신 한정된 수량의 세일 품목은 곧 완판 될 수 있으니 어서 지갑을 여시오…‘라며 사람들을 자극하는 거 같다. 덕분에 나 같은 사람은 새벽부터 쇼핑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항상 한발 늦다. 올해 기업들은 유독 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듯하다.


금요일,,

오프라인 쇼핑을 위해 근처 그로브몰 The grove로 향하려는데, 경찰 헬리콥터 두대가 상공을 돌고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땅이 넓어 경찰차와 헬기가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건이 있는 현장에 경찰 헬기는 큰 원을 그리며 뱅뱅돈다.

그날 오전도 한대는 저공으로 그로브몰 근처를 뱅뱅돌고, 나머지 한대도 근처에 맴돌았다. 몇 년전처럼 혹 강도떼가 들었나 염려스러웠다. 곧이어 4-5대의 방송국 헬기가 꿀벌들처럼 모여들고, 경찰 헬기를 방해하지 않는 거리 밖에서 상공에 한참을 머물고 있었다. 그 안에서 분명 카메라맨은 열심히 영상을 찍고 있을테고, 기자는 헤드폰을 낀 채 상황 설명을 하고 있을테다. 도대체 무슨 일이람,, 상공에 떠있는 벌떼들 같은 헬리콥터들은 한참이나 시끄럽게 프러펠러 소리를 울렸다. 나 포함 주변인들은 심상치 않은 상황인 듯 하여 몰 mall 근처를 가지 않았다.

몇시간 뒤에 뜬 뉴스를 보니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단체의 데모가 있었다고 한다.


아니 왜 하필, 대명절날에,  엘에이에서 내가 가장 좋아라 하는 몰에서 아침부터 저런담… ! 저러다가 도둑들이 같이 들어갈려고? (요즘 엘에이에는 도둑, 강도가 많다)  

고깝지 않은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불과 이년여전 많은 사람들이 정의인 척 하다가 폭군으로 변해 그로브몰 가게들을 깨고 부수며 물건들을 훔쳐갔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쇼핑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왔다.

역시 정신없는 명절 연휴…




추수감사절의 각종 세일과 연말 새 영화 광고들이 쏟아져 나와 내 브레인을 망각시킬 무렵.

올해 달력이 한 장 남아있는 지금이 되면 나는 한 가지 뒤적거리는 게 있다.

2023 올초에 목표를 적은 노트.


12월은 정신없다. 가족 친지들 생일, 연말 가족 및 친구들 모임과 선물 챙기기, 겨울방학 여행 준비등 한 달이 일주일처럼 흘러가 버린다. 정신을 차리면 1월 둘째 주 어딘가쯤 되어 있다.

한 해가 지나기 전에 주변 정리를 하고 싶지만, 지난 몇 년 그러지 못하고 훌쩍 새해를 맞이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2년 전부터 11월 추수감사절이 되면 슬슬 한해 정리와 반성을 했다. 그동안 얼마나 이루었고, 남은 한 달안에 얼마큼 노력하면 조금은 더 목표를 이룰까 생각을 한다. (왠지 몸무게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거 같기도 하다. )

더불어 내년 목표도 생각해본다.


2023년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 항상 그렇듯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지만 나는 더디게 가는 듯하다. 내년에는 어떤 결실이 나올까.

올해의 추수감사절 명절 풍경도 이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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