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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 May 30. 2019

일상이 뻔하게 느껴진다면

하지만 소중한

   사진은 제가 매일 출근하는 길입니다. 사진은 가을 풍경을 가져왔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올해 유독 일찍 맞이하며 미리 가을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아침의 풍경과 다른 점이라면 사진 속 나무들이 뿜어내는 자연의 색이겠죠? 당연히 오늘 나무는 푸르름으로 가득했습니다.


매일 아침 당연하듯 저 길을 걸어 출근하며 '오늘도 그저 무미건조한 일상을 시작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가끔은 제가 쓰는 이런 이야기들을 ‘글’이라는 말로 불러도 되나 싶습니다. 글은 신성하고 정갈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하는 이야기들은 단지 생각 조각들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뭐든 타고난 사람이 있죠. 신체적인 능력을 제외하고 생각해본다면 악기를 빨리 배운다거나 외국어를 빨리 배운다거나 운동을 잘한다거나…등등 어떤 능력을 타고나면 좋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요새는 주식을 읽는 눈이나 사람을 알아보는 눈, 이런 것들이 타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전에는 하루 한번 글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사람이 뭐든 꾸준하기 쉽지 않습니다. 습관도 반복이 한, 두 번 끊어지면 금세 내던지게 됩니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인생을 열차에 빗대어 ‘힘들게 올라탄 열차라면 일단 타고 있는 것이 낫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다시 올라타는 수고보다 일단 타서 뭐라도 견디는 것이 덜 힘들다는 의미 겠지요.

  

그런 면에서 요즘 어떤 열차에 내가 타고 있나…생각 해봅니다. 나이는 어느덧 먹어가고 세상이 나한테 기대하는 것은 늘어가고 뭔가 부족해보이고…그런 시절입니다. 하긴, 이런 고민은 늘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보통 얻어지는 결론은 ‘떠나고 싶다 훌쩍’ ‘따분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일매일의 하루는 정신없이 전쟁처럼 지나가지만 그 하루들이 모이면 그저 큰 덩어리의 반복처럼 느껴집니다. 늦은 시간 퇴근하며 창밖을 보면 난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반성도 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구나!!!

 

하지만 과연 그것이 맞는 말일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삶은 무엇일까요? 항상 특별할 일이 있으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인데 우린 너무 기대하며 살지 않나요? 나의 하루는 뭔가 익사이팅!! 하고 달라야 한다는 기대, 어쩌면 우리는 이런 일상의 반복성과 타당성을 너무 쉽게 얻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느끼는 일상 중의 어느 것도 쉽게 얻은 것은 없습니다. 지금에 이르기 위해서 어느 순간에는 굉장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조각 하나도 어쨌든 경쟁과 도전 끝에 얻은 자리입니다. 하지만 우린 그것에 대해 금세 불평하고 지루하다고 말합니다. 우린 일상의 반복을 감당할, 지루함을 감당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며 내 일상도 그만큼 변화돼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은 아닐지 궁금합니다. 사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매우 부분적이고 주관적인데 말이죠.

   

그러다 보니 각종 힐링 도서가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요점 정리식 인문학이 판을 치게 됩니다. 언제부터 인문학이 하이픈과 요약 번호로 암기하는 분야가 되었을까요? 인생은 주관식, 서술형인데 우린 인생 조차 객관식 대응의 암기로 풀어나가려 합니다. 처음부터 맞지 않는 준비를 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도 한때는 하루하루에 의미를 매우 부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특별하고 신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런 일화 없이  쉬고 돌아오는 주말은 죄인처럼 느껴졌습니다. 뭐라도 하면서 보내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 가했죠. (왜 그 압박을 공부로 연결시키지 못했는지….) 그러니 별일 없이 잘 쉬다 온 주말에 감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후회했습니다. 더 놀았어야 하는데 더 신났어야 하는데!! 마치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그랬죠.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일상은 반복적이며 그것은 내 하루하루가 질서 있게 흘러간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내가 하루하루를 잘 수습하고 정돈해놓았다는 뜻과 다를 바가 없죠. 그러기 위해서 제가 배운 것은 ‘나를 긍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긍정해야 한다는 뜻이죠. 자존감은 달리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긍정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긍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나도 괜찮아.’라는 말 앞에 어떤 말이 붙어도 나를 아껴주고 긍정하는 것이 나라는 존재를 직시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곧잘 사람 인의 人자를 두 명이 기대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 다른 대상을 항상 찾습니다. 하지만 이 한자에서 기대고 있는 2명은 외적인 나, 내적인 나 아닐까요? 외적인 나와 내적인 내가 균형 있게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것이 잘 산다는 말 아닐까요? 사람이 강하다는 것은 단순히 인생 역정의 스케일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잘 받아들이고 추스르며 살아가는 것이 강하다는 의미겠죠.

 

하루하루를 잘 흘려보내고 그만큼의 감정도 잘 흘려보내며 살면 우리 일상도 행복한 것은 아닐까요? 생각의 차이입니다. 오늘 하루도 똑같았어!! 가 아니라 오늘 하루도 요동치지 않았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우리의 하루하루는 결과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과정입니다. 오늘 하루의 감정은 그냥 오늘의 감정일 뿐입니다. 적당히 흘려보내고 내일 하루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일단 저부터 그런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모두 모두 착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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