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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관계*성격

정말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는 거야? 거두절미하고 얘기할게.
지금 성격 때문에 회사까지 그만둘까 생각하고 있어. 그냥 보통의 직장이라면 내성적인 나의 성격이 뭐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을 것 같아. 내 생각에는 말이지. 
난 근데 사진을 찍고 있어. 그것도 인물 사진을. 인터뷰 사진 찍는데 막상 사진을 찍는 건 재미있고 좋아. 근데 내가 사람들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안 되고 힘들어.
오늘만 해도 내일 취재 갈 기자하고 우리 실장님이 통화하는 걸 듣고 있자니 내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라 같이 취재 가기가 좀 그렇다는 거야. 다른 사람 보내주면 안 되냐는 그런 식이지. 물론 나 아직 사진 찍은 지 얼마 안 되어 사진도 잘 못 찍지만 말이야.
실장님이 통화 끝나고 나한테 그러시더라. 내가 너무 내성적이라서 취재원들을 리드하면서 사진을 못 찍는다고 그 잡지사 기자들이 다 그 얘기한다고 어떻게 할 거냐는데 나 진짜 어떻게 해야 하지? 인물 사진이 나랑은 안 맞는 걸까? 난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성격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사진을 그만둬야 할까?

그것도 그렇고 성격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또 있지. 우리 실장님 B형 남자, 난 A형 여자. 혈액형 믿진 않지만 성격상으로도 실장님은 속에 담아두지 않고 말하는 스타일이고 난 말이 별로 없고 속으로 생각하는 스타일이야. 같이 일한 지 7개월 됐는데 실장님과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아.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까 말까 생각 중이야.

너무 힘들다. 이전에 건축하고 싶은데 성격이 소극적이다라는 사람의 상담 들었어. 조용조용 얘기하면서도 다 할 수 있다지만 사진도 그럴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인물 사진 계속 찍을 수 있을까? 아무리 내성적이고 그래도 사진만 잘 찍으면 되는 건가?
마왕이 상담 좀 해줘.




성격 때문에 일의 진행이 힘들어져서 문제가 생긴 것이지 성격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리더십에도 여러 가지 리더십의 타입이 있고, 일을 진행하는 성격도 자신의 특성에 맞는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격이 활달하지만 같이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 이 고민과는 반대로 '쟤 진짜 시끄럽고 실장님 그리고 걔 같이 보내면은요. 사진이나 열심히 찍으면 되지. 취재원분들한테 별의별 얘기 다 물어보고 무슨 한마디 나올 때마다 철렁철렁해 죽겠어요.' 이런 성격도 역시 같이 일하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뭡니까? 그 취재원들을 리드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내성적이고 소극적이고 조용하지만 그렇지만 취재원들 리드 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인터뷰를 하면서 사진 찍는 분들 기자분들 참 많이 만나보지만,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짜증이 나고 인터뷰를 하면서 저분하고 '인터뷰했던 글 안 나갔으면 좋겠다, 없던 스케줄로 거절하겠다, 잡지 싣지 마라' 이런 경우가 평생 딱 한 번 있습니다. 근데 그게 내성적인 분이 아니라 오바인 분이었습니다.

본인은 악의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인터뷰어가 무엇이고 인터뷰이가 무엇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초짜 기자분이시죠. 와가지고 할 말 못 할 말 아티스트한테 해야 될 말 안 해야 될 말 사람이 할 말 가려서 해야 되잖아요. 그러면서 그걸 이제 친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활달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은 이제 싫은 거죠. 


오히려 내성적인 사람들은 정중하고 조용조용한 태도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런 무기를 살려서 자기의 스타일을 만들면 되는 것이고요. 지금은 그 성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성격으로 일할 수 있는 스타일을 못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사회생활 초년병이시고 오래 일을 하신 것 같지는 않은데 포기하기는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공개 방송에서 제 후배 가수가 출연을 했는데 그게 머리카락 나고 방송 출연하는 첫 무대였습니다 그 친구한테. 그전에는 우연히 발탁이 돼서 스튜디오에서 노래라는 걸 처음 불러봤고요. 다른 사람들을 앞에 놓고 노래 부른 게 처음이었답니다. 그래가지고 명색이 그래도 데뷔했으니까 가수인데 말이죠. 노래 전주가 딱 시작하고 나서 노래를 딱 부를 때 확 뒤로 돌아서버리더라고요. 저는 벙하죠. 뒤쪽에서 제가 MC인데 DJ인데 이렇게 보고 있는데 저쪽을 보고 노래 불러야 될 애가 뒤로 확 돌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어찌어찌해서 이제 프로듀서가 다시 이제 노래 전주를 틀었습니다. 노래를 딱 할 때가 됐는데 또 뒤로 돌리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제가 뒤편으로 조용히 그 친구를 데리고 나가서 '야 군인이 전쟁터에 나와 가지고 총 맞아 죽고 수류탄 맞아 죽고 맞아 죽고 그러는 거는 그건 창피한 일이 아닌데, 뒤로 돌아서 가지고 총부리를 돌린다는 거는 네가 지금 마이크를 들고서 뒤로 돌아선다는 건 문제가 있다. 삑사리가 나도 좋고 가사를 잊어 먹어도 좋으니까 엉망진창인데도 불러. 그러면 너 오늘 방송에 내가 빼줄게. 너 오늘 방송에서 안 나온 걸로 내가 프로듀서한테 얘기해서 나머지 시간은 내가 농담으로 때우든지 어쩌든지 하고 너 노래 안 나가게 내가 너 빼줄게 뒤로 돌아서지만 마.' 이래 가지고 노래를 했거든요. 부들부들 떨면서 음정 박자 엄청 나서 노래를 했는데 어째 방송 나왔어요.

오늘날 그 친구가 뭐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유명 DJ에다가 유명 가수의 배우도 하고 그 친구의 이 썰 한 번 멘트 터지기 시작하면 보통 2시간인데 사람들 혼을 뺀다니까요.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그 친구 그러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리고 또 그런 성격의 사람이 또 있는데 접니다. 지금 깔깔깔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로 낯선 사람 모르는 사람을 향해서 말을 할 때는 마음속으로 할 말을 정해놓고 저 있지 않습니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얘기를 해야겠다 싶으면 '(하나, 둘, 셋..) 저기요.' '예?' '아니요.' 이랬던 사람이에요. 제가ㅎㅎㅎ

근데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멘트가 날아다니는데 낯선 사람한테 얘기를 못하겠는 거야. 특히 여자. 여자한테 죽어도 얘기 못하겠고. 성격은 조금씩 조금씩 바뀝니다.


그리고 그래서 사회생활이라고 하죠. 너무 일찍 포기하지 마시고요. 특히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굳이 활달해질 필요는 없다. 내성적이라면 그 특성을 살려서 조용조용하고 조심스럽고 정중하고 그러나 할 말은 하는 그러한 본인의 스타일을 만들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 200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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