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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Feb 05. 2024

소모적인 관계를 끊은 지 8년이 되었습니다

떡볶이 먹으러 가자!!!


오늘도 우리는 쫄깃하고 탱글한 밀떡볶이 가게로 간다. 떡볶이집을 고르는 단계의 대화는 당연히 없다. N은 확신의 밀떡파니까. 고추장에 물엿을 넣고 푹 졸여, 저녁 즈음에는 팅팅 불기까지 했던, 학교 옆 시장의 두툼한 쌀떡볶이를 좋아했던 소녀는 유독 그 쌀떡볶이가 당기던 날에도 N을 따라갔다. 관계 의존적인, 타인 지향적인,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갈망하던 소녀는 갈등 회피에 탁월했고 호불호 없이 '호(好)'만 있었다. 그러니 같이 다니기 참 편하고 좋았겠지.


N과의 수많은 이벤트들은 차고 넘쳐 종국에는 인생 첫 절연이라는 무섭고 두려운 선택을 하게 되었고, 어느덧 8년이 지났다. 관계를 중요시하다 못해 철저히 의존형이었던 내가 20년 지기와 절교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나의 수많은 인연들과도 얽히고설켜 있기에 N을 끊어내는 건 단순히 한 명과의 이별이 아니었다. 오랜 인연을 잘라내고 겪게 될 시나리오는 점점 확대되어 결정적인 순간에도 발목을 붙잡는 고리가 되었다. 그래, 대화로 풀어보자, 며 혼자 다잡아도 보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던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또 다시 망설이고 주저하며 꽤 오랜 시간을 지체했던 이유이기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 했다. 1%의 미련, 아쉬움, 두려움 때문에, 남는 것 하나 없는 소모적인 관계를 질질 끌고 있는 건, 실체도 없는 눈앞의 그 무언가를 지연시키는 용도로만 쓰일 뿐 정작 삶에서 중요한 걸 놓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인생의 귀중한 진리를 몸소 겪으며 나는 울고 있었지만 결국 벗어날 수 있었다.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어.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거야.


숨도 안 쉬어질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는데 말이야... 세상에 진짜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왜 그런 애와 엮여서, 왜 나에게... 자책도 남 탓도 하며 내 인생 이십 년이 다 날아갔다고, 남는 게 없다고, 허무하고 슬프고 비참한 날들을 보냈었는데... 긴긴 터널을 어찌 됐던 기어와 악연을 싹둑 잘라내니, 귀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질릴 대로 질리게 만들어준 N 덕분에 나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한지, 누구와 잘 맞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지 명확해졌다. 사람 보는 눈이 생겼다.


진정한 우정은, 상대의 기쁨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언뜻 보면 친구의 행복과 번영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기도해 줄 수 있는 게 쉬워 보이지만 슬픔을 위로해 주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상대를 진정으로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제 나는 그녀(그)의 행복과 안녕, 평온을 기원하고 좋을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 이 소중한 이들과의 만남만으로도 귀한 시간이 꽉 찬다. 소모적이고 기쁘지 않은 관계에 신경을 쓸 여력도 에너지도 없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빠지면 찝찝하니 무리를 해서 나간 모임에서, 역시나 에너지가 쭉쭉 빨리고 돌아와 정작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죄책감까지 들던 날, 매일 같은 레퍼토리에 무슨 이야기를 해도 결국은 자기 합리화와 비하로 이어지는 그녀와의 찝찝한 대화들, 밑도 끝도 없는 자기 자랑으로 혈안이 되어 주위에는 참고 들어주는 겨우 몇 명만 남은 그녀와의 안타깝지만 아까운 시간들, 나는 되고 남은 안 되는,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듣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덧없고 헛헛한 말들...

나는, 서서히 그리고 과감히 끊어내었다.



내 곁에 누가 있는지는 내 삶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 그러니 내게 힘이 되고 내가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건 축복이다.




나의 바람,
사랑하고 아끼는 나의 사람들에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고 밝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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