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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Feb 07. 2024

더 먹고 싶다... 그런데 살찌는 건 더 싫어

17년 차가 되어도

"고구마 그때 같이 시킨 거 벌써 다 먹었어?

"진즉에 다 먹었지요, 또 주문했어."

"진짜 잘 먹는구나."


"양배추 한 통을 사면 다 먹어? 우린 사도 결국 꼭 반 이상 남아 버리게 되더라고."

"금방 다 먹지. 고기에도 넣고 부침개도 하고."

"행복이, 사랑이도 잘 먹어?"

"응, 둘 다 잘 먹어. 그래도 거의 내가 먹지. ㅎㅎㅎ."

"OO는 참 잘 먹어."

동네 언니들은 보고 있어도 신기해한다, 어쩜 이리 뭐든 맛있게 먹냐며.


아주 실한 양배추 한 통이 우리 집에 오면 일주일 만에 뚝딱이다. 러드, 양배추쌈, 달걀말이, 오코노미야끼, 간장불고기, 제육볶음, 떡볶이, 짜장 등 양배추를 활용할 레시피는 무궁무진하고 그냥 생으로도 맛나게 먹는다. 양배추뿐 아니라 팽이버섯을 비롯한 각종 버섯, 알배추, 미역줄기, 당근 등 냉장고 속 어떤 재료든 초간단 레시피로 후다닥 만들어 잘 먹는다. 콩나물 청소기라 불리는 아빠를 꼭 빼닮은 양배추 청소기인 내가 있는 덕분이다.  


어디 야채뿐이겠는가, 달걀 프라이도 두 개는 기본. 소스는 마요네즈를 베이스로 스위트칠리소스나 케쳡을 믹스하여 한 입을 먹어도 내 스타일대로 맛있게 먹는 게 일상 속 기쁨이자 행복이다. 특히, 소스와 드레싱, 잼, 스프레드류를 정말 좋아.. 아니 사랑하는데, 치즈 소스를 나초보다 더 많이 찍어 한입 가득 먹는, 행복한 내 모습에 놀란 친구는 사진까지 찍어 두었다. 해외에 가서도 로컬마트 식재료 구경이 제일 재밌는, 타국의 새로운 야채와 과일, 요거트, 과자와 빵을 보면 가슴이 뛰는, 처음 보는 외국 식료품도 내가 고르면 99% 이상 맛있는, 명품관도 좋지만 식품관은 더 좋은, 한 번 열면 적정량을 지켜서 먹은 적이 없는, 음식을 좋아하고 먹는 걸 사랑하는 나는, 'Born to be 식도락가'에 '먹잘알'이다. 이렇게 잘 먹는데 자질을 살려 먹방을 찍어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집밥도, 외식도, 먹는 건 늘 짜릿하고 즐거워!



동시에 17년 차 유지어터이다. 17년 동안 유지어터의 생활을 이어나갔으면 수월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매일이 도전이다. 먹는 걸 이리 사랑하는 덕분이다. 마흔이 넘어도 식욕은 사그라들지 않아 그저 하루 먹고 는 만큼 빼며 오늘을 살아간다.



<더 먹고 싶지만, 살찌는 건 싫어>는 초밀착형 유지어터 생활수기이다. 처음 만나거나 잘 모르시는 분들은 내가 타고나기를 마른 몸에 도대체 무얼 먹고 사는지 매우 궁금해한다. 초밀접자인 남편과 동생과 베프들은 잘 알지, 이 몸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가는지... 조금 놓아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이 모습을 유지하는 게 좋고 내 성격상 필요하다.



먹는 걸 이토록 사랑하지만 살찌는 건 더 싫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없는, 100% 노력형인, 나의 하루하루를 적어 내려갈 예정이다.






이제 그만 젓가락을 내려놓자.
정신 줄 놓고 먹으면 내일은 분명히 좌절할 숫자와 대면할 거야.






 




먹잘알: '먹는 음식에 대해 잘 안다'는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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