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케이크와 쿠키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작은' 디저트가 구움 과자에 해당된다는 분류로 정의한다면, 나는 '큰' 디저트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맘모스빵, 튀김 소보로, 생크림 단팥빵, 밤 식빵 등 클래식한 스타일의 빵을 더 좋아한다. 구움 과자의 대표 주자인 까늘레, 마들렌, 피낭시에(휘낭시에)를 빵순이가 내 돈 주고 사 먹진 않았단 뜻이다.
크림치즈 가득한 휘낭시에 식히는 중
최근에 피낭시에의 참맛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있었다. 에그타르트 장인인 동생은 피낭시에를 만들고 있었고 내게 크림치즈 피낭시에 하나를 건넸다. 점심을 아주 푸짐하게 먹고 방금 구운 에그타르트까지 야무지게 하나를 클리어 한 직후였으므로 양심상 살짝 맛만 봐야지 했다. 예상대로 첫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동안 왜 피낭시에를 몰라봤을까? 몇 번 먹어보긴 했으나 아마 이 정도의 감명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으리.
플레인, 크림치즈, 아몬드, 잣, 해바라기씨 피낭시에를 맛별로 포장해 왔고, 하루에 하나씩만 먹으려고 했던 나의 결의는 이틀 만에 열 개를 다 먹어버리는 반성의 결말로 끝이 났다.
피낭시에의 매력은 특히 얼려 먹을 때 진가를 드러낸다. 실온에서 보다 한층 더 맛이 붙는다. 이 얼먹(얼려 먹기)으로 하나만 먹으려던 의지는 힘없이 꺾였고, 앉은 자리에서 4개를 먹는 기염을 토했다. 얼먹 피낭시에가 더 매력적인 것은, 개인적으로 식감에 있다. 한입 깨무는 동시에 쫀득하고 바작한 조각이 입 속으로 들어오고 버터의 풍미와 달콤함, 크림치즈의 고소함과 꾸덕함이 이어온다. 쫜득과 쫀득함 사이를 오가며 한입씩 먹다 보면 어느새 한 개가 사라져 있다. 피낭시에는 '작은' 디저트가 맞다.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두 번째 피낭시에의 포장을 뜯는다.
피낭시에(휘낭시에)의 유래
"피낭시에(Financier)" 이름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대, 이는 Financier는 재정, 금융등을 뜻하는 경제용어로 휘낭시에는 경제, 금융권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증권거래소 딜러들은 새해가 되면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 풍습이 있었는데, 1980년대 후반 프랑스 제빵사 라슨이 근무하던 베이커리는 증권거래소와 인접해 있었다. 라슨은 경제에서 귀하고 영원한 존재로 평가 받는 "금괴"에 영감을 얻어 금괴모양의 작은 빵을 만들어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