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버터, 버터식빵, 크로플, 소금빵, 크림 도넛, 약과 쿠키, 맘모스빵, 피낭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듯 빵의 세계에도 속도감 있는 트렌드가 존재한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신상 디저트의 홍수 속에서 굳건히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사빵의 대표 주자 베이글이 또다시 핫하다.
전통적인 베이글의 레시피는 우유, 버터, 달걀 등의 유제품은 일절 첨가하지 않는다.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만 들어간다. 베이글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이 레시피의 기원을 알 수 있는데, 베이글은 유대인의 음식으로 코셔 푸드로 분류되었다. 코셔 율법에 따르면 동물의 고기와 유제품을 동시에 섭취할 수 없다. 이에, 빵 안에 버터, 우유가 들어가면 그 빵은 식사 때 고기와 곁들일 수 없기 때문에 주식으로 먹는 베이글에는 유제품을 넣지 않았다고 한다.
전통적인 베이글은 맛이 강하지 않고 담백하여 식사빵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냈다. 시간이 흘러 베이글은 미국으로 전파되며 여러 가지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밀가루 도우에서 호밀, 통호밀, 통밀 및 사우어도우로 다양화되었고, 반죽에 크랜베리, 블루베리, 건포도, 시나몬, 양파, 치즈 및 초콜릿칩을 섞기도 한다. 또한 샐러드, 햄, 각종 잼류, 다양한 치즈 및 크림과의 콜라보를 진행하며 도우부터 토핑까지 무궁무진하게 진화하고 있다.
* 한남동 베베베(BBB)
분위기부터 좋다. 인테리어, 베이글, 커피까지 완벽했고 종업원분들도 친절하셔서 기분 좋은 한 끼였다.
고심 끝에, 우유크림 베이글과 소시지 베이글 샌드위치로 골랐다. 일단, 압도적인 크림의 양부터 마음에 들었고, 다 먹을 때까지 눅눅하거나 질겨지지 않았던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도 좋았다.
* 런던베이글
뭐, 워낙 유명해서 오픈런을 해도 웨이팅이 있는 곳이다. 인테리어 곳곳에 사장님의 센스와 위트가 돋보여서 사진 찍을 맛도 나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나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친구와 내가 사는 곳 중간쯤이라 안국에서 약속을 잡았고, 도착하기 전까진 이렇게 핫한 곳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침 10시에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데 저 멀리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선 대기번호를 받고 보니 96번. 다행히 너무 지치기 전, 우리 차례가 왔고 럭키하게도 창가 자리에 배정되었다.
머시룸수프, 잠봉뵈르 베이글, 그리고 역시나 나는 크림치즈 베이글을 선택했다. 꿀에 푹 찍어 먹으니 당연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분위기도 맛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오랜 웨이팅까지 견디기에는 세상에 맛있는 베이글이 너무 많기에 한 번 경험한 걸로 만족한다. 왜냐면 우리 집 바로 앞에도 베이글 맛집이 있기 때문이다.
* 수신당
요즘 내가 가장 애정하는 대파크림치즈 베이글, 그다음 날 먹었는데도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은 그대로에 꾸덕한 크림치즈와 향긋한 대파까지, 절묘한 조합이 예술이다. 딱 반만 먹고 행복이를 주려고 했는데 예상대로 홀랑 다 먹었다.
* 라파리나
행복한 고민 후, 추천받은 소금베이글, 마시멜로우 브라우니와 얼그레이 스콘을 주문했다. 이 날의 베스트는 소금베이글. 버터의 풍미가 은은하게 배어 나와 향부터 이미 좋았고, 식감은 졸깃한 듯 부드러웠다. 갓 구운 베이글을 손으로 뜯어먹으니 순식간에 한 개가 사라졌다. 이런 빵이 위험하다며, 우리는 하나를 더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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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스티나
브런치 메뉴와 빵을 여러 개 시켰는데 대파크림치즈 베이글이 제일 맛있었다.
빵순이인 나와 달리, 엄마는 빵을 전혀 즐기시지 않는다. 한 때는 엄마에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자고 자주 권했었다. 내가 애정하는 것들을,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와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거기에, 핫플(핫플레이스)에 엄마를 모시고 가는 게, 엄마가 일상을 조금 더 즐기고 누리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곳에서 가장 젊고 어여쁜 오늘의 엄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게 딸로서 효도하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번 권한 끝에 엄마와 세 번 정도 카페 데이트를 했다. 물론 달콤한 디저트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드시지 않는 엄마지만, 베이글은 잘 드셨다. 그런 엄마를 위해 통밀과 오트밀로 베이글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엄마와 나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