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엄마는 여유롭고 편안해 보여요. 사랑이 대할 때도 잘 받아 주지만 딱 선이 있고, 주관이 뚜렷하신 것 같아요. 조급하고 걱정 많은 엄마들이 대부분인데… 부러워요.”
“제가요??”
저건 내가 지금껏 바라고 원하던 ‘자아상(自我像)’이자 ‘어미의 상_모상(母像)’이었다.
더군다나 나의 확언 중 하나가 ‘평아여’이다.
‘평온하고 아름답고 여유로운 어른’이 되자.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신이 자주 만나는 사람 5명의 평균이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보이는지 더욱 궁금해져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좁아진다고 한다. 해야 할 역할, 책임져야 할 일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반면, 쓸 수 있는 에너지와 체력,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만남을 유지함에 있어 더욱 신중해지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다정하고 외향적이라 친구도 모임도 많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귀는 게 재밌고 즐거웠다. 취향이 확고해지기 전이어서 그랬는지 대부분의 사람을 좋아했다. 그러던 중, 작년을 기점으로 몸과 마음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더 이상 예전만큼 즐거운 에너지를 주지 않았고, 다른 호불호는 몰라도 사람에 대한 호불호는 확실해졌다. 자유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사람들을 만나서 어울리곤 했는데, 지금은 기꺼이 함께하고 싶고 꾸밀 필요가 없는 편안한 사이가 아니라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보낸다.
흔쾌히 소중한 시간을 공유하고 싶는 사람들은, 내가 닮고 싶은 태도와 역량, 부러운 성품과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부러웠던 그녀들 옆에 있었더니, 어느새 나도 닮고 싶은 그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평온하고 여유로운 태도
P는 인생 선배이자 육아 선배로 함께 한 세월동안 배운 점이 많았다. 나의 육아의 4할은 그녀와 함께, 혹은 그녀의 모습에서 배우고 싶은 부분을 나와 우리 행복이, 사랑이에게 맞게 적용해 보는 데서 시작했다. 경력과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단단함,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베푸는 모습, 소탐대실 하지 않고 멀리 넓게 보는 안목, 가족에 대한 사랑(현대적 현모양처의 모습이랄까),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나오는 결단력은 특히 본받고 싶은 모습이다.
그녀가 보내 준 많은 것들 중 일부
K는 특유의 온화한 말투와 여유로운 분위기가 매력 포인트다. 겸손하고 센스까지 겸비한 그녀는 주변을 세심하게 잘 챙긴다.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인데 존재감은 뚜렷하다. 여기저기서 그녀를 찾는다. 조급하고 옹졸하고 일희일비하는 사람 옆에서는 그 기운이 주위로 전염되는 느낌인데, 그녀 옆에 있으면 그녀의 너그러운 태도와 우아한 말투를 자꾸 따라 하게 된다. 그러니 그녀처럼 여유롭고 평온하고 온화한 사람 옆에 모일 수밖에.
경청하는 자세
H는 회사 선배로 만나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일에 있어 정확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공감의 여왕이다. 일, 커리어적으로 고민이 생길 때마다 생각나는 일순위 멘토였고 이직할 때도 크나큰 도움을 받았다. 커리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이 있을 때도 진심을 다해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인생의 귀인 중 한 명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고마운 선배다. 그리고 항상 맛있고 비싼 밥을 사주는데, 이제는 내가 제발 잘 돼서 가격표 안 보고 마음대로 시키라고 하고 싶은 상대다.
C는 커다란 눈망울의 순심이 같은 얼굴로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눈으로도 보인다.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헤아려 듣고자 노력한다. 몇 년 전, 내 인생 그래프의 최저점을 찍었던 사건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는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가 절실했지만 아무나 불잡고 얘기할 수 없는...겨우 용기 내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나를 집으로 초대해 몇 시간이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나도 누군가가 말하기조차 힘든 시간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그럼에도 말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L은 진정 듣기에 달인이다. 따뜻한 공감과 위로, 거기에 적절한 리액션이 그녀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솔직하게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선을 넘지는 않는 말들을 듣다 보면 내공이 느껴진다. 특히, 경청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나 상대의 말도 진심을 다해 들어주는 모습에 감탄이 나올 정도다. 나는 언제쯤 저런 내공이..?
밝고 긍정적인 마음
K를 보면 즐겁다. 맑고 동그란 눈과 환한 미소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며, 같이 대화하면 웃음이 나온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도 여전히 소녀 같다. 사람들의 장점을 보고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도 툭툭 털어버리는 모습을 보면 성격이 참 밝고 긍정적인 것 같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 남편에게 "나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하니 "그때가 정말 그리워."라는 답을 들었다. K처럼 밝고 싱그러운 초긍정녀로 돌아갈 수...있고 싶다.
실행력
J는 실행력, 추진력, 행동파의 아이콘이다. 옆에 있으면 나도 무언가 당장 하고 싶어지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J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고민의 샛길로 빠지지 않는다. 일단 시작한다. 우리의 그 찬란했던 스터디모임도 그랬고 본인 사업도 그랬다. 코로나 시절, 1인 기업으로 운영하다 지금은 사무실에 수십 명의 직원들까지 일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느라 하루에 3시간 겨우 자며 고민하고 숙고하던 그 수많은 밤들을 거쳐 안정기에 접어든 그녀의 사업체를 보니 '역시 그녀다.'라는 생각이 든다. 멋지다. 부럽다. 부러운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