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지역개발에 Resilience lens 적용하기
지난 글에 이어서 Resilience 라는 개념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A comparative overview of resilience measurement frameworks’라는 2015년 ODI 페이퍼의 Introduction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Over the last few years, resilience has emerged as a new preferred paradigm among development organisations, including both non-governmental organisations and donors, to meet a future world of uncertainty and change.
서구권에서의 개발학 연구가 훨씬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국제개발의 트랜드를 이끌고 있다고 해서, 이들이 생산하고 있는 주류 담론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배우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국제 사회 레벨에서는 국내보다 훨씬 발빠르게 기후변화나 환경 이슈에 대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르게는 이미 90년대부터 resilience라는 개념의 정의에 대해서 논의가 있어왔고, devex.com에 의해 2012년에는 ‘development buzzword (개발 분야의 유행어?)’ 로 뽑히기도 했다.
Resilinece란 무엇인가
Resilience는 기후변화와 연계되어 논의되기 전에, 재난 위기 감소 (Disaster Risk Reduction)의 맥락에서 주로 논의되었었다. 그후로 기후변화와 연계되어 vulnerability와 adaptive capacity같은 개념들과 함께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했다.
- Resilince vs. Adaptation & Vulnerability
Resilience는 생태학 (ecology)와 지속가능한 생계 (sustainable livelihoods), 2가지 뿌리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생태학을 기반으로는, 이전의 상태도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 (ability to bounce back)을 의미한다. 재난위기감소에 이 개념을 적용하면, 재난을 겪은 후 다시 원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적용된다.
이러한 개념을 사회과학의 맥락에 적용하면서, resilience는 취약성 감소 (vulnerability reduction)와 대응능력 (adaptive capacity)의 유사어 혹은 동의어로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3가지 개념들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사실 여러 학자들마다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 같으나, resilience / adaptive capacity와 vulnerability reduction의 분명한 차이는 resilience와 adaptive capacity가 vulnerability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개념이라는 점이다. 이 두 개념은 ‘취약함’을 의미하는 vulnerability보다는 ‘지역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들의 능력 (capacity)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resilience의 개념에서는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이전의 상태’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빈곤한 커뮤니티가 기후변화 등의 위기를 겪은 후 이전의 상태로 회복한다면, 그들의 삶은 여전히 가난할 뿐이다. 때문에, resilience는 단순히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전보다 나은 상태로의 전환, 발전을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resilience는 sustainable livelihoods와 함께 이해될 수 있다. Sustainable Livelihood Framework을 보면, 커뮤니티 주민들은 기후변화, 재난 등의 외부 위기 속에서 다섯가지 자산들과 이를 둘러싼 제도, 조직, 정책 등을 중심으로 diversification, extensification, intensification의 전략들을 세울 수 있고, 이는 빈곤 감소, 복지 향상, 그리고 resilience 향상 (지속가능한 생계 향상) 등의 결과로 이어진다. 즉, resilience를 향상시키는 것은 livelihoods를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는 resilience라는 개념을 보다 development의 맥락에서 다룰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었다.
Resilience; 평가의 중요성 대두, 그리고 측정 방법
한편 프로젝트 영향 평가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대하는 상황에서, resilience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논쟁은 많은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정의가 불분명하다면 이를 측정할 수도 없으니,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이를 측정하기 위한 frameworks와 indicators를 연구해 왔다. 이 페이퍼는 이 framework들이 어떤 지표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한계점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16가지의 framework들을 선정했다. 16개의 framework들은 resilience를 측정하기 위한 각자의 indicator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 페이퍼는 이 indicator들을 3가지 기준 (Learning, Options, Flexibility)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16개의 framework들이 각 기준 별로 어떤 지표들을 제시하고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 각 framework별로 제시된 매우 다양한 지표들 중에, 아래와 같은 대표적인 지표들이 이 페이퍼에서 예시로 언급된다.
1. Learning
Learning은 트레이닝 참여, 교육받은 사람들의 수, 정보 접근성 등등을 의미하는 기준이다.
- 의사결정자들의 지식, 교육 수준
- (일정 수준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시장 및 그룹 멤버십에의 접근성
- 의사 결정 시 기후 정보의 사용여부
- 공공의 의식, 지식, 기술 수준
- 정보 관리 및 공유의 수준
2. Options
Options는 커뮤니티 주민들의 선택권의 다양함을 의미한다. Learning보다는 16개의 논문에서 전반적으로 덜 강조되었던 부분이다.
- 종자 혹은 가축 품목의 다양성
- 재난 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대응 서비스들의 여부
- 일자리의 다양성
- 금융 및 기술 훈련, 사회복지 등의 다양한 옵션 여부
3. Flexibility
Flexibility는 options와 비슷한 의미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Options는 기후변화 등의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다양한 선택옵션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의미한다면, flexibility는 이 옵션들을 통해 얼마나 유연하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본 페이퍼에서는, 이 부분에서 sustainable livelihoods framework을 사용한 framework들을 소개한다.
이 외에도 16개의 framework들은 규제, 정책, 제도, 거버넌스 등 다양한 영역들을 다루는 지표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복지 (well-being) / 식량안보 / 건강 등의 이슈들도 resilience를 측정하는 지표들에 포함되어 있다.
Integrated community development를 목표한다면
많은 개발 단체들은 통합적인 지역개발을 강조한다. 이는 쉽게 말해, 지역사회 개발을 위해서 농업/보건/식수위생/교육/옹호 등 여러 영역들을 함께 통합적으로 다루는 접근법이다. 지역사회에 속한 개인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개인과 지역사회 전체의 livelihoods를 지속가능하게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접근법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합적인 지역개발을 위해 여러 프로젝트들을 통해 지역사회에 개입하고, 이를 통한 지역사회의 변화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성과지표 역시 다양한 영역들을 다루고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프로젝트 단위에서도, 단순히 생산량 증대, 소득 증대 등의 단편적인 지표들을 넘어서서 livelihoods차원에서의 다양하고 포괄적인 지표들을 다루며 대상자들의 삶 (혹은 livelihoods)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개선된 삶의 질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것인지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 라는 피할 수 없으면서 농촌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지구적인 위기 앞에서는, resilience라는 개념을 이해하며 농촌 주민들의 sustainable livelihoods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이미 많은 소득 증대사업들은 단순히 소득 증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의 변화들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국내 단체들이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소득증대 사업을 펼치는데,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것은 주민들의 사회적 자본(특히 네트워크)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본 페이퍼의 3가지 기준 중에서는 learning을 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소득증대 사업이라 명명된 많은 사업들이 소득증대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이미 디자인 되어왔다. 다만 ‘소득’보다 ‘resilience’라는 개념에 보다 집중하면, ‘소득 증대 사업’ 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소득증대와 생산성 증대 여부만을 측정하는 것보다, ‘회복탄력성 증대 사업’ 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보다 다양한 영역 (본 페이퍼에서 말하는 learning, options, flexibility 3가지 기준에 해당하는)을 다루는 지표들을 가지고 사업의 성과를 관리하고 평가한다면, 사업 직후의 변화 뿐만 아니라 이 변화가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도, 보다 포괄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사업의 컴포넌트들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Resilience라는 개념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또 진행되고 있는 소득증대 사업들은 효과없다, 방향이 잘못 되었다’ 라고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보다 다양한 영역(지표들)에서의 변화들을 고려하면서 sustainable livelihoods에 대해 더욱 깊은 고민과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특히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 라는 이슈 앞에서, resilience라는 개념이 국내 개발분야에서 좀 더 활발히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성과측정의 많은 한계점들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개념이 어서 토론의 장으로 올라와야 하는 것이지 않을까.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꽤나 오래 전부터 수많은 토론이 있어왔으니, 우리도 어서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