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이유들이 나를 가로막을 때
핑계는 참 그럴듯하다.
"나는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애초에 조건이 나한텐 불리했지."
"사실 나도 제대로 하면 잘할 수 있는데, 그냥 안 한 거야."
이런 말들은 우리를 위로하고, 보호하고, 때론 스스로를 납득하게 만든다.
핑계는 일종의 면죄부다.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고, 실패해도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합리화(self-justification)는
우리가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전략이다.
우리는 실패했을 때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보다,
‘환경이 안 좋아서’, ‘내가 원래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서’라는 식으로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경향을 가진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익하다.
자존감을 보호하고, 좌절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다.
하지만 문제는 그 명분이 반복될 때이다.
핑계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그 핑계 뒤로 우리는 점점 더 숨어버린다.
핑계가 계속되면 우리는 결국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 상태는 편안하지만, 동시에 성장도 멈춘다.
핑계는 "시도하지 않아도 괜찮은 세계"를 만들어주지만,
그 안에서는 어떤 변화도 가능하지 않다.
핑계는 따뜻한 담요처럼 우리를 감싸지만,
결국에는 움직일 수 없는 감옥이 된다.
핑계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건
자기 비난이 아니라, 정직한 자기 인식이다.
나는 지금 어떤 이유로 내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가?
이 명분은 진짜 현실적인 제약인가, 아니면 내 마음의 안전장치인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인가, 아니면 상처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작은 도전이다.
핑계 없이 해볼 수 있는 작은 시도,
그 시도에서 오는 ‘할 수 있음’의 경험이
우리를 조금씩 다시 끌어낸다.
핑계는 나를 보호해주기도 하고, 나를 가두기도 한다.
그 명분은 이해받을 수도 있고, 정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명분에 중독되는 순간,
우리는 자기 가능성의 문을 스스로 닫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핑계에서 벗어나는 건 완벽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나은 내가 기다리는 그 자리에 나아가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