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부터 시작되는 우리
시작은 어디에서나 중요하다.
약속 장소, 시간...
우리는 그 모든 물리적 좌표를 미리 정할 수 있다.
몇 시, 어디서...
숫자와 지명으로 눈에 보이는 시작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관계에서의 시작은
그렇게 단순하게 찍히지 않는다.
그 사람과 눈이 처음 마주친 순간일까?
처음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날일까?
아니면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싹튼 때일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는 관계의 시작을 어디에 두는가?
- 나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 그 사람에게 느낀 호감의 정도에 따라
- 혹은 내가 가진 기준에 따라
이처럼 나 중심의 기준으로 관계를 정의하면,
그 관계는 늘 내가 중심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전제를
어딘가에 품고 시작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관계의 시작을 상대에게서부터 두고 싶다.
그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다가왔을까.
무엇을 기대했고,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그 사람의 말, 표정, 태도 속에서
‘시작의 기점’을 발견하고 싶다.
그렇게 상대를 시작점으로 관계를 바라보면
조금씩 그 거리를 좁혀 나갈 수 있다.
혹은,
그 관계를 시작할지 말지
보다 더 진지하게 결정할 수 있다.
관계의 본질은 '연결'이다.
연결은 혼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관계의 시작점은
‘내가 준비됐는가’가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다가오는가’에서부터
정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관계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