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한 시작, 따뜻한 공감 속으로
학교 행정실의 창밖은 항상 똑같은 풍경만이 펼쳐져 있다. 10년 동안 그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며, 일상의 반복과 루틴 속에서(진부한 표현이지만) 나는 자신의 존재와 그 의미를 종종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었다. 그러나 그런 루틴 속에서도 나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삐꺽 대는 소리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순환의 일부임을 인지하며 나름 안심하며 지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고개를 돌려 스마트폰을 게슴츠레 보고 있는 남편에게 말했다. 지금도 놀림거리가 되고 있는 그 말 한마디가 충동적으로 크게 튀어나왔다.
"오빠, 나 블로그를 시작해야겠어!"
무슨 까닭으로 그런 결심이 들었는지 나조차 알지 못했다. 그날 저녁, 처음 연필을 쥐고 공책에 글을 쓰는 어린아이처럼, 서투르지만 나만의 감정과 생각이 담긴 글로 화면에 채워나갔다. 그 작은 시작은 놀라울 만큼 반응이 냉담했다. 신생 블로그라 방문자가 전무했다. 솔직히 고마웠다. 누군가에게 내 속마음을 들켜버린 기분이 들 것 같아 조마조마했기 때문이다. 나만의 작은 세상에서 끄적이던 글들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방문자도 천천히 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따뜻한 댓글과 공감은 글을 채워나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사람들의 격려 속에서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용기를 얻었다. 단순히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무심코 시작한 블로그가 나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방문자 수가 늘어나면서 블로그 활동을 통해 수익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기회를 통해 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소정의 절차를 거쳐 배너 광고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계좌로 돈이 찍혔다. 글을 쓴 대가였다. 진지하게 말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하다 보니 돈을 받는 루트를 깨우쳤을 뿐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그 시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깊었다. 나는 서점에 가서 블로그 관련 책을 몇 권 골라왔다. 블로그 체험단을 알게 되었고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체험단 활동에 참여하며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많게는 세 탕, 네 탕씩 뛴 날도 적지 않다.
늘어나는 방문자 수를 지켜보면 나는 늘 감사와 기쁨을 느낀다. 블로그 활동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과 함께 삶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일상에서 느끼는 매 순간, 매 순간을 통해 느끼는 작은 감동이 나의 블로그를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의 삶에서 누리는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