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번째 지난주
존경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혼란스러운 정국에 그 얼마나 고충이 많으십니까? 나라를 걱정하시는 의원님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보잘것없는 필부가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부디, 부족함을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의원님! 저는 한 마디로 “탄핵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탄핵이 아닌, 명예로운 퇴진 쪽으로 당론(黨論)을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보이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좋은 결정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론입니다. 당론으로서 좋다는 것입니다. 정당(政黨)이라는 조직이 내리는 결정으로서 합리적 선택입니다. 그런데 의원님! 의원님 개인의 정치인생에도 그것이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혹시 당론과 반대되는 행보가 도리어 의원님 개인 정치인생에 대박이 될 수 있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1. 일단, 반드시 표결에 참석하십시오!
이같이 혼란스러운 시절이면 별의별 말이 다 돕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께서 다음 주 중에 새누리당의 건의사항인 4월 퇴진을 받아들이는 발언을 할 것이라 전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 의원님들께서는 굳이 9일로 예정된 표결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횡횡한 소문도 들려옵니다. 그런데 의원님!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야말로 안갯속 그 자체입니다. 하루에도 이런저런 뉴스들로 판이 움직이는 시국에, 가까운 미래에 이 판세가 어떻게 되리라고는 결코 단언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아예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시지 않는다면, 혹시 훗날 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는 날이 올 때, ‘나는 당시 찬성에 표를 던졌소!’라는 뻥도 칠 수 없게 됩니다. 그렇죠? 그러니, 일단 반드시 표결에는 참석해야 합니다.
자 의원님! 이 정국이 현 정권에 유리하게 끝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는 더 이상 없습니다. 하지만 의원님의 정치 인생은 끝이 아닙니다. 이제 훨씬 더 큰 꽃을 피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디 막차 타지 마십시오. 냉정하게 따져 봅시다. 개헌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쯤은 의원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가능성이 좀 있어야 대박이지, 아예 안 될 일은 대박도 아닌 것입니다. 자신의 위기를 의원님의 정치 인생을 담보로 잡고 헤쳐 나가는 대통령의 의도에 휘말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렇다면 대박의 기회는 의원님으로부터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표결에는 반드시 참석하십시오!
2. 평생의 짜릿함을 간직하십시오!
새누리당 의원 여러분! 혹시 ‘마피아 게임’이라고 아십니까? 소수의 마피아와 다수의 일반 시민을 정해, 서로의 생존을 가리는 심리게임입니다. 게임의 방법은 거두절미하고, 이 게임의 가장 재미난 지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피아로 지목되었음에도 아닌 척을 하는 가운데, 다른 게임 참가자가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도리어 억울하다며 항변을 하는 가운데 의심은 누그러들고, 빼어난 연기로 마피아가 시민을 마피아라고 지적하는 가운데, 느껴지는 짜릿함이 단연 일품인 게임입니다.
탄핵 표결 예정일을 상정해 봅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일단 “찬성”에 표를 던지십시오! 그리고 표결 이후에는 같은 당에도 ‘배신의 정치’를 일삼는 자가 있다며, 도리어 역정을 내는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바로 마피아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짜릿함을 가지시는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번 표결은 무기명입니다. 찬성표를 던져놓고 마치 옆의 동료 의원을 의심하는 듯이 쳐다보면, 그 짜릿함은 굉장할 것입니다! 특히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동료 의원을 향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배신의 정치를 할 수 있느냐!”라고 울부짖으며 달려드십시오. 그리고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쓰러지시는 겁니다. 단, 이것은 반드시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해야만 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 제가 보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보수층 지지자분들께서 보고 싶어 하는 모습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보수 지지층의 동정적인 시선이라는 부가적 효과도 달성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신다면, 나만의 비밀과 그와 같은 행위 간의 간극은 더 커집니다. 곧 그 짜릿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마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올 수 있으니, 동료 의원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각별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이상의 짜릿함은 평소 ‘친박’으로 분류되던 의원님에게도 그 효과가 클 것입니다. 잘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 누구라도 ‘찬성’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의원님께서 ‘찬성’에 표를 던지고 나오신 뒤에, 이른바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겠다고 소리 높여 외친다면, 매일 밤 댁에서 잠자리에 드실 적마다 흐뭇한 웃음이 본인도 모르게 피어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가족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3. 만약 걸릴 것 같으면, 재빠르게 태세 전환을 하십시오!
대통령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음과 평생의 짜릿함을 위해 “찬성”에 표를 던졌는데, 만에 하나 많은 새누리당 의원님들께서 이 같은 생각을 하시어, “반대” 표가 너무 적게 나오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별것 아닌 질문에도 동공이 파리하게 떨리는 김무성 전 대표와 같은 새누리당 의원님의 순수함으로 말미암아, “찬성”을 한 사실이 의심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지체 없이 태세 전환을 하십시오!
“저는 사실 대통령의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일단 빠져나와야 합니다. - 이때 눈물을 흘리시면 좋습니다. - 단, 이는 판단이 섰을 때 매우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셔야 합니다. 머뭇거리다가는 카메라도 잘 안 갑니다. 이때부터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 진돗개의 정신으로 확실한 태세 전환을 하셔야 합니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비난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어차피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지 않습니까? 의원님께서 최순실의 존재를 아셨고, 또 청와대에 읍소했다고 해서 대통령께서 그 말을 듣기나 했겠습니까? 그러니까, 탄핵 찬성표가 많이 나온다든가 하는 상황은 도리어, 위기의 측면이 다분한 새누리당을 나올 수 있는 명분이 됩니다. 그 명분을 가장 먼저 취하시라는 겁니다. 그런데 어디 명분만으로 ‘대박’을 운운할 수 있겠습니까?
실리도 챙기셔야 합니다. 곧바로 책을 출판하십시오. 새누리당과 현 정권에의 모든 비화를 담은 책 말입니다. 본래 이야기는 반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저 그렇고 그런 내용이 담긴 자서전과는 다르게 쓰셔야 합니다. 소위 폭탄선언으로 불릴 만한 것을 섞는 것입니다. 알고 싶습니다. 아니, 제가 알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알고 싶어 하지 않겠습니까? 이는 의원님에 대한 호오(好惡)와는 무관하게 세간의 엄청난 반향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의원님. 잘 아시지 않습니까? 노후 대비에 있어, 인세(印稅)는 무시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친애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여러분. 역사는 이미 나 있는 길을 간 사람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셔야, 역사에 길이 남는 정치인이 되실 수 있는 것입니다. 의원님!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그리고 정치 인생에 있어, 기회라는 것이 그리 자주 찾아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목숨 부지를 위한 희생양이 되는 길을 가지 마시고, 대박의 길이 열린 탄핵으로 가는 겁니다.
저는 이미 이와 같은 생각을 지니신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많으신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탄핵 반대 의원 명단’을 공개한 민주당 표창원 의원에 대한 반응으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 “찬성”에 표를 던져, 이런저런 대박을 누리려 했는데, 미리부터 “반대”할 것처럼 명단이 나갔으니 이 얼마나 분통이 터지는 일입니까! - 표창원 의원 규탄한다! - 본래 공부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면 괜히 더 언짢은 것이지요. 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결코 대박의 기회가 날아간 것이 아닙니다. 9일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으신 새누리당 의원님들만이라도 정치 역사에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대박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충성! 충성! 충성!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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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민, 이상원 기자, 2016년 12월 3일 자, “대구시민 5만, 새누리당 간판 ‘정계은퇴당’, ‘내시환관당’으로 바꾸다”
- newsmin.co.kr/news/1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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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표창원 의원 페이스북
- facebook.com/cwpyo?fref=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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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팩트, 문병희 기자, 2016년 12월 3일 자, “[TF포토] 전화기 놓은 김무성, '연일 계속되는 항의 문자'”
- news.tf.co.kr/read/photomovie/1666774.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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