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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욘드스페이스 Mar 17. 2020

공간은 함께 사용하지만 혼자 있고 싶다.

사이클리스트의 공유오피스 창업 도전기 #4


동호인 사이클팀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 중에 한 가지는, 모든 팀원이 같은 복장으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같은 용품을 프로팀처럼 착용하고 도로를 누비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리더십이 부족했던 탓인지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팀복을 맞춰 입은 적은 없었다.


나름대로 팀 키트(Team Kit)을 똑같이 맞춰보고자 자전거 프레임, 휠 이외에 헬멧, 고글, 저지, 양말 같은 용품까지도 업체로부터 스폰을 받아왔지만 지원을 받았음에도 모든 팀원이 착용하진 않았고 내가 원하던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팀원 개인은 한 팀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을거다.


보통의 사이클 동호인이 레이스팀의 멤버가 되기 위해 팀에 노크를 할 때는, 모두 같은 팀복을 입고 멋지게 달리는 시각적인 강렬함에 이끌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팀원이 되고 그 팀복을 함께 입기 위해 열심히 라이딩에 참여한다. 그러나 팀복을 얻고 팀 활동을 몇 개월 하다 보면 (복장에 있어서) 개인의 취향도 존중받고 싶어 한다. 멋진 팀의 팀원이고 싶지만 개인의 취향도 존중받고 싶은 것이다.


비욘드스페이스 1호점 오픈 후,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개방된 데스크. 지금은 배치를 바꾸고  파티션을 추가했다. 출처 : 비욘드스페이스


공유오피스의 멤버들도 동호인 팀과 비슷한 면이 있다. 공유오피스의 시각적인 세련됨에 이끌려 가게 되지만, 결국 혼자 집중하여 일 할 파티션 공간을 찾게 된다. 오픈된 공간에서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밀폐된 공간을 말하는 건 아니다.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당히 가려져있으되 동시에 쾌적한 공간을 원하는 것이다. 함께 있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은 공간, 모순적이지만 현재 공유오피스를 찾는 1인 사업가들이 가장 원하는 공간 구조일 것이다.


'함께 있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다'의 심리를 해결하기 위한 비욘드스페이스 양평점의 개인데스크와 파티션. 출처 : 비욘드스페이스

이러한 공간의 해답은 아직 찾지는 못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첫 번째 공유오피스에서 서너 번의 책상 배치와 파티션을 바꿔가며 실험을 했고 최근 오픈한 세번째 지점인 경기도 양평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해보고자 애는 썼지만 '함께 있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다'를 해소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다. 그러나 적어도 첫번째, 두번째 공간 보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도가 많이 반영되었다.



사람 마음은 아이러니하다. 겨울엔 여름이 그립고, 좁은 집에 살 땐 넓은 집에 살고 싶고, 넓은 아파트에 이사했더니 좁은 아파트의 행복했던 옛날이 그립다. 소통하며 함께 일하고자 공유오피스에 갔지만 또 혼자 일하는 게 세상 편하기도 하다. 멋진 팀복을 입고 함께 달려 보고자 사이클팀에 들어갔지만 유유자적 혼자 사이클링을 즐기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는 것처럼.



'최초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사이클링팀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때, 왜 사이클링 팀원이 되고 싶었는지? 내가 왜 공유오피스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그리고 열려있는 공유오피스의 공간 구조에 왜 끌렸는지? 최초의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면 나 자신을 후회 없는 방향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걸 갖지 못하는 것도 나쁘지만, 그 보다 더 나쁜건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안다고 생각했다가 그 여정의 끝에서 자기가 원한게 그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알렌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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