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육로그

알트 스쿨에 대하여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교육이 변화해야 할 방향

by 비온뒤하늘


알트 스쿨은 꽤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학교입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 말하는 스마트 시대에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지, 또 어떤 교육이 가능해질지에 대한 논의에 꼭 등장하는 예시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좋은 예'에 속합니다.


최근 이런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http://ttimes.co.kr/view.html?no=2017112317407789245


카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교육 혁신의 방향과 새로운 교육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수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들을 다 풀어놓기는 너무 길 것이고, 그 생각에 대한 몇 배는 더 되는 토의가 필요한 일이겠으니, 일단은 가능한 짧게 포인트만 요약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1. 사업과 교육

먼저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사업을 할 것인가? 교육을 할 것인가?


수익과 투자자들을 중심에 두는 사업과, 온전히 학생의 성장과 배움에 초점을 두는 교육은 두 가지의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사업은 돈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의 구미와 투자자의 만족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본질보다는 포장에 더 신경을 쓰거나, 상품의 진정성을 타협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의 사교육 시장을 보면, 의미 있는 교육을 시도하는 교육기관들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반면, 교육적 이해나 배움과 상관없이 시험의 기술을 가르쳐 점수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은 고속 성장을 하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교육의 결과는 점수인 이유입니다 (이것은 문화의 문제입니다만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반면 교육은 교육을 받는 이, 학생을 중심으로 합니다. 학생들의 필요를 고민하고, 학생의 성장을 추구합니다. 때로는 이를 위해 재정적 비효율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교육에서 중요한 건 효율이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교육 사업이 어렵습니다. 그럴싸해 보이는 동시에 진짜 그래야 하는 밸런스를 맞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과정'과 '결과'를 다 소비자가 결정하려 하니 (스파르타 식으로 단어를 외우게 해서 한 달 안에 영어 점수 20점을 올려주세요, 같은..), 그 과정이 그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아는 입장에서는 참 마음이 어렵습니다.


알트 스쿨은 사업일까요, 교육일까요? 분명 교육적 가치를 추구하며, 요즘 교육계에서 핫하다고 하는 개념들(개별화 수업, 무학년제, 교과서 없애기, 프로젝트 기반 수업 (PBL) 등)을 다 모아놓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나 봅니다. 추구하는 가치와 광고되는 방향성이 실제 교육 현장과 다른 교육 기업들을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알트 스쿨을 직접 방문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아이를 전학시키는 부모님들은 그런 부분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알트 스쿨의 교육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실패한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되려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




2. 미래의 교육

다가오는, 아니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요? 얼마 전 이런 주제로 동료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저의 결론은 '전문성'과 '인문학', 두 가지였습니다.


모든 학생은 각자의 고유한, 전혀 다른 성향과 기질을 가질 뿐 아니라, 각자만의 독특하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개인의 독특성Uniqueness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나다움'을 찾는 노력에 많은 힘과 자원을 쏟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 나의 진로, 나의 강점 등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것은 직업으로 이어지거나, 나만의 경쟁력이 되어줍니다. 이것을 '전문성'이라 부릅니다.

알트 스쿨은 이 전문성을 길러주는데 최적화된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마다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고, 또 전혀 다른 배움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찾아갈 수 있는 플랫폼. 기술력이 동반되었기에 가능해진 교육의 customizing이며, 또한 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니까요. 스펠링 체크를 해주는 앱을 사용한다든지, 위키피디아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역량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전문성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면 또 다른 한 가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소가 바로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이 뭘까요? 이제는 Buzzword가 되어버린 인문학을 저는 '사람과 문화에 대한 앎' 정도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존재를 질문하고 철학하는 것, 문학을 통해 내면의 무언가를 풍성히 느끼는 것, 또 미술의 역사나 인류학적 변화를 통해 지금의 우리는 어디를 향해가는지를 탐구하는 것.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모여 만드는 공동체를 고민하는 일이니까요. 이러한 인문학은 '나다움'을 넘어선 '사람다움'에 대한 고민이 됩니다.


얼마 전, 구글에서 40개 언어를 실시간 통역해주는 '픽셀 버드'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이 기사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은 '영어공부를 해야 할까'에 대한 허무 섞인 의문이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만, 저의 대답은 언제나 당연히 '해야 한다'였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저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어떤 논리적 구조를 배우거나 깊게 사고하는 경험을 할 뿐 아니라, 그 언어에 담기 하나의 거대한 문화를 배우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또한, 여행 가서 가격이나 길을 물어보는 정도의 단순한 전달이라면 번역기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여행 가서 만난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눌 때에 단어마다 가지는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한 채 번역기로 대화를 한다면 단어나 문장은 소통할 수 있어도 그 속에 담고 싶은 '감정'이나 '느낌'을 나누기는 힘들 것입니다. 미드만 봐도 느끼는 거지만, 한국말로는 절대 통역될 수 없는 미국식의 농담이나 표현들이 있고, 마찬가지로 절대 한 단어로 번역될 수 없는 한국어 표현들도 있으니까요. (웨스트윙이라는 드라마에서 '한'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다움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 사람다움에는 언어로 소통하는 것, 스스로 사고하는 것, 무언가를 깊게 성찰하는 것,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통찰하는 것 등이 포함됩니다. 알트 스쿨은 테크의 화려함 속에서 이런 부분들을 놓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공교육에서 정한 학년별 성취 수준을 꼭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 살이 되었을 때 글씨를 쓸 줄 모르는 것이 꼭 큰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좀 더 집중하고 싶은 것은, 스펠링이 틀린 단어 하나를 사전에서 찾아보려는 의지나, 프로젝트를 위한 조사를 위해 위키피디아 너머의 자료를 찾고 수집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은 그럴싸한 과제물을 제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교육의 역할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을 활용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해나가지 못하고, 그저 기술에 의존하여 필요한 결과만을 내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이라면 오히려 창의력과 인간성을 죽이는 산업혁명시대 교육으로의 회귀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교육이란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 잊었을 때 남아있는 것이다." 알트 스쿨을 졸업한 친구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프로젝트 내용을 다 잊었을 때 남아있는 게 위키피디아를 긁어서 복붙 하거나 스펠링 조차도 기술력에 의존하는 등 모든 사고의 프로세스를 기계에게 넘겨주는 것이라면 얼마나 슬플까요?


컴퓨터가 이렇게 대중화가 되었지만 학교에서 여전히 펜으로 글씨 쓰는 법을 가르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계산기가 3차 함수의 계산 과정까지 다 출력해주는 시대에 굳이 덧셈 뺄셈에 오랜 시간을 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고3까지 복잡한 수학을 다 손으로 푸는 건 의문이...). 아이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영상으로 설명해주는 유튜브를 찾으며, 긴 글을 읽어 내려가는 힘을 잃습니다. 아이들은 분 단위를 넘기지 못하고 휘발되는 sns의 컨텐츠를 즐기며, 어떤 문제를 오랜 시간 붙잡고 씨름하는 끈기를 잃어갑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며 코딩 교육을 외치는 동시에, 우리는 아이들의 사람다움을 고민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3. 알트 스쿨의 의미

여전히 알트 스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은 교육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에 테크를 적용하는 매우 좋은 예시를 제공해주었고, 그런 기술력을 통해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학비와, 그 학비로도 감당이 안 되는 천문학적인 지출을 하는 말도 안 되는 구조를 통해, '앞으로 무엇이 가능해질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좋은 아이템이고, 괜찮은 '사업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교육에 관심있는 개인과 기관이라면 한번쯤 들여다 본 학교 모델이니까요.


이제는 그런 좋은 '사업 모델'에 교육을 더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Fancy 한 기기들을 가져다 놓고 그럴싸해 보이는 포장을 하기보다,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교육을 고민한다는 것은 많은 경우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더 제거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성장과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교육은 무엇일까요? 이것이 알트 스쿨과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교육을 더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교육적 악영향을 미치는 테크들이 제거되고, 지출은 더 줄어든, 사업적 측면에서도 훨씬 더 괜찮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뭐, 진짜 필요한 교육을 만든다면 비용에 대한 문제는 그다음이 돼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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