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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하늘 Jun 05. 2016

시작: 아무도 모르게

나도 몰랐는데, 어느새 좋아하고 있었더라.

친구와 대화를 하다 최근 시작한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런저런 이야기들 속에 툭 던진 친구의 말이 왠지 마음에 와닿는다.



'전부터 알고는 지냈는데, 좋아하고 있었더라. 몰랐어.'



그렇게 때로 사랑이 나도 모르게 찾아올 때가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바람처럼 스며드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있다. 내가 둔해서, 혹은 애써 외면하며 아니라 믿었던 복합적인 마음이 결국 좋아함임을 깨닫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그 순간이 꽤나 낭만적이다. 들키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 똑같은 그대의 말투와 손짓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낯설음, 그리고 무엇보다 괜히 더 상상하게 되는 그대와 나라는 우리. 자연스럽게, 그토록 자연스럽게 우리는 가까워져야만 했던걸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마음대로 될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어느새 그렇게 가득 담긴 그대 향한 마음이 자연스레 나의 말과 행동에서 표현되어지고, 그렇게 들킨 나의 마음이 부끄러워 숨으려 할 때마다, 그대 역시 나를 향한 닮은 마음 가득 품고 있음을 보여줄 때,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갈 때 느끼는 설렘과 따스함.



어쩌면 나조차도 모르는 나의 마음 먼저 알아차려주고 다가와 준 그대가 참 고맙고 고마울테지. 나조차도 모르는 나의 마음 내게 알게 해준 그대가 그저 고마울테지. 사랑에 필요한 건 케미와 타이밍이라던데, 좋은 타이밍에 다가와 준 그대가 고마울테지.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한다.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괜히 내가 더 설렜다. 어느새 피어난 그 좋아함이 점점 더 커지고, 성장하고, 성숙하여 지겠지. 그렇게 사랑은 무르익어 더욱 단단해질테지. 그 행복한 사랑 이야기의 시작은 아무도 모르게 마음에 심겨직 작은 좋아함 한조각이었겠지.




'좋아하고 있었더라.'


아무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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