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들 연애와 사랑에는 많이도 참견하고, 훈수를 두고, 나름 사랑에 정통한 척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정작 내 사랑은 어려운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이렇다라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할 때마다,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하는 찔림으로 머릿 속이, 마음 속이 가득하다.
사랑의 중요한 본질 중 하나는 헌신이 아닐까 싶다. 상대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제로 헌신하는 행동은 사랑이 맺는 당연한 열매 중 하나이다. 우리는 모두가 사랑 받고 싶어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내가 그런만큼 상대도 그러하다는 것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애석하게도 내 기준에서 사랑은 줄 수 있을 뿐, 받을 수는 없다. 상대가 주는 사랑을 고맙게 여길 뿐, 사랑은 요구할 수도, 강제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사랑에 있어 헌신은 매우 중요하다. 기꺼이 상대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 나의 것을 희생하면서 상대를 위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혹 그런 마음이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치우친다면, 그 사랑은 깊어지기도, 지속되기도 참 쉽지 않다. 물론 누군가가 먼저 사랑해야하고, 한 사람의 헌신이 다른 사람의 사랑을 키워가기도 하지만, 그 헌신을 당연시하며 받아먹기만 한다면, 혹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헌신을 강조하고 강요하면서도 자신은 헌신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말라 죽을 것이다.
서로를 향한 헌신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지만, 나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상대를 보면 자연스레 신뢰가 피어난다. 이 신뢰는 사랑이 단단하게 자랄 수 있는 줄기의 역할을 해준다. 신뢰가 없는 모든 관계는 흔들리고 무너지게 되지만, 특히 사랑이라는 관계는 특별히 더 그렇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신뢰의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해야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흔히 사람은 사랑해야 할 존재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신의 인간을 향한 사랑이 그렇듯, 부모의 자식을 향한 사랑이 그렇듯, 어쩌면 가장 숭고한 사랑의 모양은 무조건적인 사랑일 것이다. 상대가 믿을만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헌신하지 못하더라도, 그저 내 마음을 다해 상대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가장 큰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연인 간의 사랑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의 본질은 같다. 표현되는 모양이나 기대하는 바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사랑의 마음을 포함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 사랑할지를 모르겠다면 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어떻게 사랑하셨는지를 관찰해봐도 좋을 것이다.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과 사랑받고 싶은 기대 속에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결국 사랑이란 나의 그대를 향한, 혹은 서로의 서로를 향한 헌신의 마음이 중요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