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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하늘 May 28. 2016

좋은 사람

가식과 진실 사이, 갈등을 말하다.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것 같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내가 가진 장점들이 빛나길 바랐고, 내가 갖지 못한 것들 역시 갖춘 듯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사람들, 어쩌면 나 자신까지도 속여가며 나를 포장해왔다.


그러다 보니 꽤나 극단적인 모순이 드러날 때가 있다. 지나친 자신감 뒤에, 커다란 자괴감이라던지, 사람들 앞에 서기를 즐기면서도 어느 순간 무대에서 무기력하게 얼어붙는다던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솔직하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좀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두 마음이 계속해서 갈등함을 느낀다. 그렇게 그럴싸한 문장들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어릴 땐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꽤나 있어 보이는 포장으로 좋은 사람, 특이한 사람, 매력 있는 사람 코스프레가 말이다. 사람을 보이는 데로 받아들이는 순수함은 deceive 하기 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도 변해갔다. 관계를 맺고, 때로 상처받으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보이는 모습 안에 숨은 본질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은 두 가지 정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나, 솔직한 나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 모습을 가꾸거나, 둘, 더 두꺼운 가면을 쓰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아직 철없고 어렸던, 두려웠던 나는 - 아마도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하며 - 후자를 택하지 않았나 싶다. 점점 더 두꺼워지고 겹겹이 쌓이는 가면 위의 가면들 사이, 난 지쳐가고 있었다.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보다 먼저, 솔직하고 싶다. 이젠 나도 잘 모르겠는 나의 진짜 속마음을 꺼내 드러내 보고 싶다. 그 속에 가득한 악이 있음을 안다. 그것이 사람들을 밀어내 버릴까, 모두가 내 곁을 떠나가 버릴까 두려워 꺼내놓기가 힘이 든 것을 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그것을 꺼내 보이는 것임도 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좋은 사람인 척하려고 하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좋은 사람이니까."


나도 언젠가 그 말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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