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잘 나가던 회사, 때려치다

나의 자유는 월급보다 아름다우므로

by BEYUNIQUE

때는 2015년 여름,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조금 느슨해졌을 때쯤 아는 지인에게서 요즘 뭐하느냐고 연락이 왔다. 그는 미주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패션 대기업에서 일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손을 내밀었고, 별로 잃을 게 없었던 나는 순순히 인터뷰에 응했다. 자신감 빼면 시체인데다가 타고난 두꺼운 낯짝 덕분에 인터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진행되었고, (7차 인터뷰를 거쳐) 내가 처음 제의 받았던 포지션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익사이팅'한 자리를 오퍼받게 되었다.



사내 번호를 부여받기도 전,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로 교육을 위한 출장을 떠나게 되었고 그 후로 내가 받은 임무를 잘 수행해왔다(고 생각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들을 소개하고, 머천다이징과 스타일링을 통해 제품들이 잘 팔릴 수 있게 전시하며, 팀원 및 소비자들을 교육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세일즈까지 도맡아하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머천다이징 및 스타일링, 그리고 사람들과의 소통에는 자신이 있었던 나는, 과연 이 포지션은 나를 위해 탄생(?)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아싸! 나는야 당차고 일 잘하는 커리어 우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너무나도 활발'하고 눈에 띄는 성격 탓인지, 본사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이런 나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나를 고용했던 상사는 이런 나를 별별 시덥잖은 이유를 대며 쫓아내려 안간 힘을 썼다. 불행 중 다행히도 사내의 인사 담당 매니저 및 최고 책임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 위기는 잘 모면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직해 온 상사를 통해서도 본사에서 내려오는 압박(?)은 여전했다.



새로온 상사는 이 회사에서 오래 몸담은 사람답게 나름 질서 정연한 이유를 대며 나에게 경고를 주었다. 몇 몇 항목은 좀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었어도 나름 견딜 만 했으나, 본사에서 내려온 지시 사항 및 경고는 내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그들이 전해온 것은 내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 및 블로그)가 회사의 이해 관계에 배치된다는 것과 내가 "개인적"으로 내 돈을 들여서 자유 여행으로 떠난 뉴욕에서 내 부서에 속하는 몇 몇 디자이너들을 방문한 것에 대한 마지막 경고 조치였다.



나는 이 두 경고 조치를 듣고 약간 어리둥절했다. 내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소속되어 있는 8시간 이외에 왜 개인적인 사생활을 문제삼는 것인가에 대해서. 이제와 돌이켜보니 이건 회사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과 개인의 성격적 마찰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 '지점'에 불과한 곳에 일하는 내가, 본사에서 '바이어' 및 잘 나가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들에게 엄청난 질투심을 유발한 것이다. (이제와 보니 내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Article-Conflict-of-Interest.jpg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상사보다 많다면 상사의 질투심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 후로 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회사와 이해 관계에 배치될 수 있는 포스팅을 자제하였으며, 문제가 된 사진 및 글들은 즉시 삭제했다. 그러한 일련의 노력을 통해 나를 음해(?)하려는 세력에게서 벗어나 별다른 마찰이 없이 몇 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며칠 전, 사내의 구조 조정에 의해 내 부서가 통합되면서, 학력 및 경력이 전무후무한 사람이 나의 상사가 될 것이라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전해듣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난 몇 달간 나의 억압되고 옭아매어진 자유에 한탄하며 안타까움을 호소하던 나는, 지난 토요일, 아주 상큼하면서도 자유롭게도 사표를 던졌다. 자유를 떠나 칠천 만리 떠나온 캐나다 땅에서 이렇게 통제된 삶을 살게 되다니. 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아이러니 한 일인가. 이로써 나는 사표를 통해 자유로움을 다시 얻게 되었다. 나의 자유는 그들이 주는 2주 주급보다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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