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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Dec 06. 2017

[밴쿠버] 멀리 가야만 하는 것은 아냐

여행을 떠난다는 건,


한 때는 '비행기를 타야'만 비로소 여행하는 것처럼 느꼈었다. 대학교 재학 중에는 방학 때마다 한 번씩 '비행기를 타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했다. 마치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본 사람처럼 애타게 목매었던 시절, 나의 목표는 '여행'이 아니라 비행기를 타는 데 있었던 것이다. 비행한 횟수를 셀 수 없이 지났을 때 즈음에야 나는 비행기를 타는 것만이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고 나니 근교를 여행할 때도 더 먼 곳으로 떠나지 않는다는 불평보단, 가까운 주변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존재했다는 것에 대한 감동을 얻어오는 날들이 덤으로 많아졌다. '여행'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이 성숙해진 덕분인지 오랜만에 밴쿠버 근교에 위치한 '선샤인 코스트 (Sunshine Coast)'로 가게 되었을 때 나의 심장은 기대로 잔뜩 부풀어 올랐다. 차로 한 시간쯤 달린 후 페리를 타고 45분 정도 가면 도달할 수 있는 곳.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지나 말발굽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 붙은 '홀슈 베이 (Horseshoe Bay)' 페리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 8시 즈음이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온 덕분에 여유롭게 커피를 한 잔 시켜먹고 배가 출발하기 20분 전쯤 차로 다시 돌아왔다. 수 십 대의 차를 싣고 출항하는 뱃고동을 힘차게 울린 후 떠난 배 안은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페리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아침 끼니를 해결한 후, 주변의 소음도 개의치 않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에 빠져들 듯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으레 캐나다 및 미국 서부 쪽에서 볼 수 있는 울창한 나무들이 잔잔한 바다를 품어 어우러진 풍경은 자욱한 안개 덕분에 한 폭의 수묵화처럼 더욱더 신비스럽게 아름다웠다. 쨍하게도 눈부신 파란 하늘의 연속이었던 지난날 한국에서의 가을을 지나, 비로소 다시 밴쿠버로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순간, 다시 나는 시끌벅적한 배 속의 현실로 돌아왔다. 새로이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서 앞으로 나아갈 또 다른 도약을 꿈꾸어 본, 멀리 떠나지 않았어도 깊은 여운을 남긴 '여행'이리라. 



Photography & Written by BEYUN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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