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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Jan 07. 2018

[밴쿠버] 뿌연 안개의 도시

지금, 여기, 밴쿠버의 겨울


이번 해 밴쿠버의 겨울은 참 다행스럽게도 견딜만하다. 작년의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것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겨울 치고는 온화한 날씨들의 연속이자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비가 현저히 적게 오고 있는 덕분이다. 캐나다 및 미국 동부 쪽에는 '사이클론 폭탄'이 엄청난 양의 눈보라와 영하 15도, 체감 온도 27도의 무서운 맹공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니, 더욱더 두터운 외투 한 벌에 스웨터, 청바지 혹은 레깅스 만으로도 견딜만한 밴쿠버의 따뜻한 겨울 날씨가 고맙게 느껴진다.





오늘은 '브런치' 앱에서 인스타그램을 타고 와 연락해주신, 밴쿠버에서 지내고 계시는 한국 독자님과 커피숍에서 짧은 '브런치' 만남을 가졌다. 밴쿠버의 한인 사회와 동떨어져 생활해 온 나에게 먼저 선뜻 다가와 주신, 밴쿠버에서 사진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그분의 열의가 참으로 멋져 보였다. 사실 한국 사람들이 워킹홀리데이나 이민을 오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전혀 상관없는 딴 일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타인에게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스스로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강구하는 모습은 나에게도 큰 울림이자 영감으로 다가왔다.





처음 만나는 그 분과 대화를 나누며 나 역시 치열하게 고민하던,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 처음 왔던 그 순간들, 그리고 내 마음처럼 혹은 모국어인 한국어처럼 영어로 표현을 하지 못해서 스트레스 받아하던 날들이 절로 떠올려졌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힘이 들 때마다 마음을 탄탄하게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기' 덕분인 듯하다. 내가 개척하고 있는 길에서 '남'을 의식했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지쳐 나가떨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속도가 아니라, 내가 갈 수 있는 만큼 보폭을 움직이고, 잘 해오고 있다고,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위로와 위안을 해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비록 지금은 자욱한 안개가 가득해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언젠가는 지독한 안갯속을 뚫고 헤쳐나갈 길이 보일 것이라고, 지금은 견딜 수 없이 힘든 추운 겨울도 결국 지나가고 따뜻한 바람이 살랑이는 봄이 오게 되기 마련이라고. 이 힘든 시기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를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젊은 이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주고 싶은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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