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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Mar 09. 2017

[밴쿠버] 다시 시작하는 요가

오늘부터 1일

집, 회사, 집, 회사를 반복했던 지난 일 년 반 동안 내 몸과 정신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있었다. 머릿 속은 늘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사람들을 만나거나 대화하는 것을 회피하며, 누구에게도 먼저 다가가지도 않으면서 세상을 탓하며 홀로 외로움과의 싸움에 몸부림치는 나날들이 부지기수였다. 정신 건강이 이렇게 피폐해져서 그런지, 몸이 무거워졌기 때문에 정신이 흐리멍텅해진 건지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마도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놓고 토론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불을 대로 불어난 몸은 간신히 연명하던 자신감과 자존감마저 추락시켜버렸고, 그 결과 평소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격을 가졌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사회생활 및 대인 관계를 꺼리는 은둔형 외톨이로 변해있었다. 한국에서의 노동 환경에 비하면 그리 나빠보 것 없는 직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직장에서 일함으로 해서 얻는 보상과 명성이 다른 이에게는 부러움을 일으킴에도, 나는 내 직업과 나 자신, 그리고 나아가 내가 지금껏 이룩해 온 삶까지 경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제와 돌이켜 보면 가장 큰 문제점은 초기 사내 교육받은 내용과 현실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고용되었을 때만 해도 이 회사는 자기 자신답게 행동하며 능동적 결정을 하는 개인을 존중한다며, "Be Yourself"라는 모토로 직원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사내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진했던 그때의 나는, 어리숙하게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그러한 행동 지침에 충실히 따라, 온전한 나 자신을 드러냈고, 그 결과 나는 어느새 직장에 융화되지 못하는 조직 부적응자가 되어있었다. 대기업이라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려고도 해 봤지만 조직의 언행불일치에서 오는 괴리는 끝끝내 해소되지 못했다. 이런 불만은 고조되어 갔고, 나는 생각하는 인간이 아닌 회사에 출근하는 기계가 되어 있었다. 이 괴리감과 회의감을 해소하지 못할 바에는 그냥 무시함으로 살아남고자 했던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직장에 맞춰 나 자신을 눌러야 한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결국에 남은 것은 나락으로 추락한, 피폐한 정신과 몸뿐이었다.



개인적인 삶과 직장 생활의 균형은 한낱 현실성이 부족한 낭만주의자의 꿈일 뿐일까.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나의 개인적인 웰빙을 추구할 수 있었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들쑥날쑥한 스케줄과 개인을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압박 속에서 균형을 이루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나는 퇴사를 결정했고, 어제는 솜사탕처럼 달달한 맥주를 마시며 마지막 날을 자축했으며, 오늘은 드디어, 미루고 미루어왔던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몸짱이 되고픈 거창한 꿈 따위가 아니라, 진정한 나 자신과의 화해를 통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오늘부터 1일이다.





밴쿠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그랜빌 아일랜드'에 위치한 Semperviva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Semperviva Yoga

위치: 2201 West 4th Ave, 1985 W. Broadway, 2608 W. Broadway & 1333 Johnston St

웹사이트: www. semperviv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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