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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Jan 29. 2018

[밴쿠버] 햇살 좋은 날 맥주 한 잔

밴쿠버의 소규모 맥주 양조장 나들이


햇살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햇빛을 받으면 뇌에서 행복함을 관장하는 '세로토닌'이 자극되고 '비타민 D'를 섭취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과학적인 부연 설명을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해가 쨍하고 비치는 날이면, 집 안에 있기보다는 어디론가 밖으로 나가길 원하고 갈망하게 된다는 것을.



밴쿠버의 여름은 세계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이 감도는 아름다운 날들의 연속이지만, 겨울엔 하루가 멀다 하고 우중충한 비가 내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LED 램프를 산다던지 억지로 비타민 D를 섭취한다던지 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울함을 느끼는 등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 계절성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에 잠깐씩 낯을 비추는 햇볕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마이너스를 밑도는 기온인데도 웃통을 까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 연유도 그에 기반한 것일 게다.



반가운 햇살이 환한 얼굴을 비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액티비티는 밴쿠버에 있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 친구들과 가서 함께 맥주를 음미하며 수다를 떨거나, 혹은 홀로 바 좌석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이다. 가끔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하며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양조장 주인장과 함께 말이 잘 통해 인맥이 쌓이기도 한다. 낯선 사람들과 말을 섞는 것이 어색한 한국과 달리, 밴쿠버에서는 모르는 사이라도 칭찬을 주고받거나 대화를 주고받는 행위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물론 맥주에 포함된 5% 정도의 알코올 도수가 사람 간의 벽을 허무는데 일조하는 공신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아직도 수돗물을 정수기나 필터, 별도의 끓임 없이 마시는 물이 깨끗한 밴쿠버라 그런지, 펍에 가서 술을 마시는 게 비싸 집에서 혼술을 하거나 친구들과 모여 하우스 파티를 하며 술을 마시는 문화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 간 밴쿠버에는 괄목할 만한 숫자의 많은 맥주 양조장이 생겼고 그 수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자릿세가 비싼 다운타운에서 벗어난 이스트 밴쿠버 (East Vancouver) 쪽에 하나둘씩 삼삼오오 생겨나더니 급기야 밴쿠버 시(City of Vancouver)를 벗어난 메트로 밴쿠버 지역의 버나비(Burnaby), 랭리(Langley), 포트 무디(Port Moody) 및 미국 국경에 가까운 아보츠포드(Abbortsford) 시에도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에서 딴 장롱 면허를 사용하지 않은지 오랜 내게, 1시간 동안 운전을 해서 밴쿠버 시 외곽의 양조장을 둘러보는 것은 한계가 있으나, 날씨가 좋은 날이면 주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까운 맥주 양조장을 찾아 맥주 한두 잔을 하고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처럼 날씨가 화창했던 어느 날, 밴쿠버 차이나타운 옆에 위치한 동네의 이름을 딴 Strathcona Beer Company에 가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채우며 사람 구경을 했다.   





알고 보니, 밴쿠버의 많은 패션 브랜드들을 홍보해 주는 밴쿠버의 유명 PR 전문가의 남편 분과 그 동업자가 창업을 했다는 이 'Strathcona Beer Company' 맥주 양조장은 80평 정도의 규모에 다양한 생 및 병맥주, 그리고 리필이 가능한 Growler, 맥주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피자와 샐러드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브랜드들로 의류 및 잡화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을 도모하고 있었다. 비록 배가 부른 상태로 맥주만 한두 잔 걸치러 간 것이기 때문에 맛있기로 소문난 이 곳의 피자를 맛보지는 못했지만, 군데군데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맛있는 맥주는 한 동안 이 곳을 떠나지 못하게 발목을 잡았고, 몇 시간 동안 날 머무르게 했다.






도수가 6.6도나 되는 Strathcona Gold를 두 잔이나 마셔서 인지 취기가 살짝 올라올 때 즈음, 아쉽지만 집으로 발길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주의 일기 예보를 보니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오더라도 최대한 밖으로 나가 거리를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운동을 하며 땀을 빼는 등의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계절성 증후군 따위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바쁘게 한 주를 보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이번 한 주도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보낼 수 있기를. 그리고 머지않아 따뜻한 햇살 담긴 날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기를.




Strathcona Beer Company

주소: 895 E. Hastings, Vancouver  

웹사이트: http://www.strathconabe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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