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팬데믹 선언 이후의 밴쿠버에서 보내는 일상
3월 11일, 드디어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세계적 전염병(Pandemic)으로 공표했다. 2월 말, 한국에서 급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날 때는 '아시아'에서만 유행하는 바이러스 정도로 치부되던 것과 달리 팬데믹으로 선언되자마자 줄줄이 대학교들은 빠르게 온라인 수업으로, 회사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초/고등학교는 봄방학 이후 개학을 무기한 연장했으며. 실생활에 필요한 식료품 가게 및 약국을 제외한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식당 및 카페들은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정부 및 뉴스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는 아프지 않은 사람이 쓰면 효과가 없다"라는 말을 반복했고, 외출 후 손을 씻거나 가급적이면 외출을 삼가고, 10명 이상이 모이는 모임을 갖는 걸 자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실천할 것만을 권고했다. 하지만 완연한 봄 날씨였던 터라 사람들이 산으로 하이킹이나 바닷가에 산책을 가고 피크닉을 하는 모습이 뉴스에 잡히자, 주정부에서는 단체로 모이는 경우 최대 천 불(한화 약 87만 원)까지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엄포까지 내세운 상황이었다.
3월 19일, 캐나다 정부는 국경을 막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미국을 제외한' 외국인들이 캐나다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으나, 다음 날이 되자 자국민 출국 및 미국인까지 포함하여 캐나다 국경을 봉쇄하는 전례 없는 대대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세계 보건 기구가 팬데믹 선언을 한 지 3주가 지난 현재, 글을 쓰고 있는 4월 3일 저녁 12시, 캐나다에서는 한국보다 약 천 명 정도 많은 11,268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138명이 사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https://google.com/covid19-map/?hl=en). 한국보다 인구가 적은 캐나다이고, 면적이 큰 나라라 인구의 밀접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물론 245,175명의 확진자 및 6천 명의 사망자가 나온 미국이나 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천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국가가 정상화되기는 한참 멀은 듯하다. 제조업, 부가 가치 산업이 발달한 한국과 달리, 캐나다는 서비스업이 대부분이라 이번 코로나 사태 때문에 700,000명 이상이 직업을 잃었다는 무시무시한 통계도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경제의 타격은 리터 당 1달러도 안 되는 (살면서 처음 보는) 휘발유 가격에서, 휴지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에서 오는 소비 패턴에서, 그리고 문을 닫은 상점들과 귀신이 나올 법하게 황량한 거리들에서 쉬이 느껴진다.
3월 26일, 코로나 바이러스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캐나다 정부에서는 1천 억 규모의 개인, 가정 및 기업 부양책(Canada Emergency Response Benefit: CERB)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원래는 800억 정도의 규모였으나, 며칠 뒤 200억을 더 얹은 부양책을 내놓은 것이다. 영업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매출이 나오지 않아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불할 수 없는 기업들 및 고용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직격탄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혜택을 4월 6일부터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2020년으로 캐나다에 온 지가 10년 차인데, 캐나다 정부가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은 다소 생경하기까지 하다. 과연 이런 전례 없는 나날들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가 되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