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순간은 봄꽃 마냥
너무 짧다

봄꽃에는 서론이 없다

by 이림

봄에 피는 꽃에는 서론이 없다.

물론 꽃잎마다 이런저런 서사가 숨겨져 있기는 하겠지만.

봄에 피는 꽃들이 경이로움에는 지는 그 꽃에도 시름겨운 이유도 서론이 없기 때문이다.

“봄의 숲에는 각기 서로 다른 녹색이 존재한다”라고 해도 그러하다.


한참 전, 정원 한 곁에 터질 것 같은 팝콘의 벚꽃은 물론 살구꽃까지도 갑자기 찾아온 심술궂은 봄비에

그 청초했던 꽃은 허무하게 지고 말았다.

오랜만에 어유로운 산책 길, 팝콘 터지듯 거리에 벚꽃이 만개한 지 어제인 듯한데,

벌써 사랑스러운 벚꽃이 진지 이미 오래고, 그 짧은 수명을 다한 대신 그 자리엔 벌써 새로운

푸른 새싹이 무성하게 돋아났다.

오늘 내린 비에 떨어지는 마지막 남은 저 꽃의 정령은 피고 지는 삶과 닮았다.

꽃이 피고 잎이 나오고 그리고 열매가 맺는 이 순조로운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로

때론 행복이라는 과실이 된다.

꽃이 피지 않으면 푸른 잎과 줄기가 솟을 수 없고, 열매는 그들보다 앞설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영원하지는 않다.

생명의 근원적 힘, 그 에너지가 고갈되면 모두는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고 말 것이다.

햇살이 비치는 벤치에 앉아 그런 광경을 바라보며 봄의 끝자락을 눈에 담는다.


올해는 따뜻해진 봄 날씨 때문에 예년보다 이른 벚꽃이 찾아왔고 그 꽃들은 만개했다.

빠른 개화에 누군가는 서둘러 ‘벚꽃 런’에 나섰고, 일찍 찾아온 봄은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꽃들이 일찍 피는 현상은 자연이 보내는 이상 변화의 신호라고 한다.

그런 자연의 이상 기후변화가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한다.

이 무미한 내 일상에도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길 그토록 기원했지만 아직은 무소식이다.

허탈한 심경을 이런 지나치는 풍경들을 담아본다.



아름다운 순간, 그 지난 시절의 짧은 사랑과 같이 봄꽃과 같이 유독 짧다.
더구나 그런 설렘은 삶을 안심시켜 주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이 순간은 인생의 청춘이 왔다 사라진 기억처럼 유독 느리게 지워져 간다.
삶에는 활짝 핀 꽃같이 아름다웠던 이야기,

누구나 그런 스토리(story)가 있다.

“짧았지만 여운이 긴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라고 기억하고 싶다.


다만 누군가 “봄의 숲에는 각기 다른 녹색이 존재한다”라고 했듯이,

삶이란 일상에서 서로 다른 자극과 흥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아름다운 시절은 잠시 다녀간 손님 마냥 짧게만 느껴진다.

이제 남은 시간만이라도 설렘 가득한 로맨틱한 사랑으로 장식되리라는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