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 물든 꽃이 좋아지는
나이가 됐다

내 몸에서 나온 이기심 가득한 소년도 이제 나와 멀어지려고 한다

by 이림

내 몸에서 나온 이기심 가득한 소년도 이제 나와 멀어지려고 한다


“왜? 나이가 들면 꽃과 초록 세상이 예뻐 보이는 걸까?”

초록이 물든 꽃이 이렇게 예쁘다면 다른 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일까
이제 초록은 물론 꽃도 좋아지는 나이가 됐기에 그런가.


이 장맛비가 지난 자리에 공원 한 곁에 피였던 꽃들이 지고 바람에 따라 먼 곳으로 휩쓸려 간다.

공원 깊숙이 숨어서 피어나던 이미 옥잠화가 장맛비에 다 떨어져 내렸다.

장마가 올라오기 전부터 줄기가 부지런히 꽃을 조금씩 밀어내는 모습을 옆에서 보기만 하는데도

신비롭기까지 하였다.

나팔을 불 듯 꽃잎이 길어졌다가 약속한 소리를 내듯 하나둘씩 피어오르는 하얀 꽃봉오리를 보았다.

오가는 공원 안쪽 길목에서 꽃을 보는 일이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 꽃이 예뻐 보이는 걸까?”

거기에 초록의 흔한 풀잎까지도 아름답고 신기해 보일까?


“젊은 시절에는 자기 안의 변화가 심해 건너 편의 밖을 볼 새가 없었는데.

10대 20대 시절, 내 안의 변화무쌍한 일들을 떠올려 본다.

정말 순수한 멋진 나날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키가 자라고 얼굴에 여드름이 만발하더니,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지고

입에 대지도 않던 고추와 생마늘을 스스로 집어먹게 되는 놀라운 여정이었다.

10분이면 가는 동해 바닷가에 친구들과 가서 술도 마시고

산에서 계곡에서 방학이면 며칠간 자연을 벗 삼아 공부라는 이름으로 캠핑도 했다.

엄마가 하지 말라는 짓만 하고 살았는데,

그런대로 세상에서 나와 직장인에서 교수도 되었고,

다시 못 올 청춘의 시간보다 더 지난 이제야 세상을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는 눈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초록은 물론 꽃, 그마저 역시도 사랑스럽고 가까이 다가가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꽃은 물론 초록의 싱그러움을 알고 느낄 수 있게 된 듯하다.

거기에 자연의 아름다움도 알게 된 듯하다.

꽃 싫어하는 사람 없다는 말도 있고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최근 부쩍 꽃과 초록, 지는 노을 풍광을 찍어 보내는 친구가 늘어난 것만 봐도 틀림없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아진다.


이제 내 몸에서 나와 나 밖에 몰랐던

이기심 가득한 소년도 이제 나와 멀어지려고 한다.

중년에서 다시 장년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

세월에 따라 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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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그리고 초록이 이렇게 예쁘다면 다른 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일까?
“나이가 들면 그 변화들이 잦아들고 바깥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내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아! 꽃을 좋아한다는 게 나이가 든 증거라 한다면,

속으로 나 “꽃 안 좋아해”라고 말한다.

설사 꽃이 아름답고 좋아진다고 해도 나이 드는 일만은 거절하고 싶다.